7/11일 부에노스아이레스(아르헨티나)
직원을 따라간 가게는 아주 작은 핸드폰 판매? 핸드폰 용품 판매?
정확하게 무슨 가게 인지 정체를 파악할 정신이 없었다.
목표는 환전.
직원은 그 가게의 뒤편으로 향했다.
마치 작은 미용실을 가면 칸막이 뒤편에 머리 감기는 공간 정도 될까...?
이런 곳인데 아빠가 들어오지 않으니...... 휴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
나랑 엄마만 보내 지금...........?
환전하는 곳은 CCTV 모니터와 지폐 세는 기계, 계산기가 있었다.
CCTV를 보니 그나마 좀 안심이 되었다.
그래도 불안한 마음에 증거를 남기려 허락을 받고 사진을 찍었다.
500달러 환전에 245장의 지폐를 받아 엄마, 아빠 100장씩 주고(보통 100장씩 묶여 있다.) 세어 보라고 했다.
나는 받아서 확인할 줄도 모르는 위조지폐를 확인하는 척했다.
그렇게 분노를 억누르고 환전을 마쳤다.
인터넷으로만 보던 이 종이들을 실제로 들고 있으니 느낌이 달랐다.
200장이 넘는 지폐라니, 돈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소매치기도 무서워서 돈을 엄마, 아빠와 나누고 잠바 안주머니에 넣고 아사도 식당으로 갔다.
** 대부분의 상점에서 카드도 사용 가능해서 신용카드 쓰는 사람들도 많다고 합니다.
신용 카드 사기 이야기도 많아서 저는 남미 여행 동안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비상용으로 몇 개 챙겨 갔지만 ㅎㅎ
환전의 짜증은 잊어버리고 다시 평화의 시간이다.
아사도와 샐러드, 와인을 시켰고 와인이 가장 먼저 나왔다.
와인 맛은 모르지만 어쨌든 맛있어!!!
아르헨티나의 첫 와인으로 가장 무난하다고 생각하는 카베르네 쇼비뇽을 선택했다.
익숙한 와인이지만 분위기에 취한 것인지 향도 맛도 달랐다.
가격도 저렴한 와인인데 ㅎㅎ 어쨌든 너무 맛있었다.
** 아르헨티나는 사실 말벡 와인이 가장 유명합니다.
와인을 조금 마시면서 미리 나온 지미추리와 양파, 토마토 절임?, 미나리? 종류의 야채 맛을 보았다.
맛을 잘 모르는 나에게는 고기랑 먹으면 느끼함을 싹 잡아주겠구나 싶은? 그 정도였다.
엄청 특별한 맛은 아니었다.
주문한 아사도와 샐러드가 나왔고 비주얼이 완벽했다.
우와!! 소리가 절로 나왔다.
그렇지만 반전, 고기가 질기다.
ㅎㅎ 우리 가족 모두에게 아사도는 질겼고, 부드러운 부분이 얼마나 있었지..? ㅎㅎㅎ
퍽퍽한 고기 부위도 있고, 또 특유의 향도 있어 엄마는 조금밖에 드시지 못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사람마다 입맛은 다른 거지만 왜 맛집이지? 하하하하
고기 가장 아래 깔려 있던 곱창이 맛있었다.
바삭하게 구워진 곱창!
그리고 샐러드가 제일 맛있어 하하하하하
블랙푸딩 (피순대..?) 처음 먹어 보았다.
향과 맛은 선지, 순대랑 같은데 우리나라 순대와는 다르게 정말 선지만 들어가 있는 느낌이라 흠.. ㅎㅎ
식감과 비주얼이 조금 거북했다.
엄마는 역시 못 드셨다.
아빠는 그나마 준비한 신라면 소스를 열심히 뿌려서 부위별 맛은 다 보셨다.
나는 와인이 있기에 그것 하나로 만족했다.
지미추리 소스도 고기 맛을 좀 잡아줘 열심히 먹었다.
아빠와 나만 와인과 고기로 배를 채운 뒤 만족스럽게 거리로 나왔다.
비가 계속 내리고 있었다.
아르헨티나 사람들은 대부분 그냥 맞고 다녔다.
좋은 공기와 함께하는 곳이라 머리에 비 맞는 걸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하다.
우리 가족도 그냥 맞았다.
물과 아빠와 나의 평화를 위한 술을 사서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근처 마트를 찾았다.
큰 마트가 도통 보이지 않았다.
결국 숙소 가는 길로 다시 돌아가는데,
응?? 식당 웨이터가 우리를 그곳까지 찾아왔다.
맙소사 비도 오는데 비를 맞으면서.
순간 돈을 잘못 줬다는 것을 바로 알았다.
나는 팁까지 넉넉하게 줬다고 생각했는데 1000페소짜리 30장 줘야 할 것을 3장만 주고 나온 것이다!!! (33000페소가 암환전 기준 8만원 정도인데 지폐 30장이 필요한 것이다.)
너무 미안했다.
돈 같지 않은 수많은 지폐 뭉텅이에 계산을 잘못했다.
웨이터는 너네 나라와 돈이 다르기 때문에 이해한다고 했다.
웨이터도 참 바보 아닌가. 30장 느낌 모르냐고....... ㅠㅠ
가게 앞에서 사진까지 찍는 여유를 부리며 나왔는데... 정말 미안했다.
미안하다고 정말 몰랐다고 하면서 영어, 스페인어를 섞어서 횡설수설했다.
길거리에서 돈뭉치를 다시 꺼내 돈을 세어 주었다.
나는 이후 돈 계산 실수는 한 번도 하지 않았다!
매 끼니때마다 20-30장의 돈을 세느라 힘들었다.
나중에는 엄지손가락이 마비되는가 싶었다.
그렇게 민망함을 뒤로하고 숙소로 가는 길에 작은 슈퍼에서 물과 맥주를 샀다.
아르헨티나 맥주도 합격이다. 맛있다.
들어가는 길에 숙소 값도 160장의 지폐로 계산을 했다.
숙소에도 돈 세는 기계가 있었다.
(40만원 정도인데 160장이라니)
나는 오벨리스크가 보이는 방 책상에서 맥주를 마셨다.
비가 계속 온다. 날씨가 좋지 않다.
'과연 우리 가족의 세 번째 여행행 계획인 모레 스카이다이빙을 할 수 있을까…?' 생각을 하며 잠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