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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라파즈 (1) _ 세상에서 가장 높은 수도

7/8일 리마(페루) 환승 > 라파즈(볼리비아)

by 오현정

밤 12시.

쿠스코에서 리마 공항에 도착했다.


그리고 라파즈 행 비행기를 3시간 정도 또 기다려야 했다.

(엄마 정말 미안해)


비행기를 한국에서 전부 예매했었다.

이때 라탐 항공의 기내 짐 추가를 따로 해야 하는데 잘되지 않아서 그냥 수화물을 다 넣어뒀었다.


처음으로 가방 세 개를 다 수화물로 넣었다.

너무 홀가분한 기분이었는데, 이것이 라파즈 공항에 도착했을 때 재미있는 사연을 만들어 냈다.


이곳에서는 생각보다 오래 기다리지 않았다.

비행기에서는 간식 타임 한 번, 입국 신고서, 코로나 관련 확인서를 쓰다 보니 3시간의 비행은 금방 끝이 났다.


기분 탓인가? 남미에서 마신 커피는 다 맛있었다.


볼리비아 비자까지 완벽하게 준비한 나로서는 걱정이 없었다.


** 볼리비아 비자를 받기 위해 서울에 있는 볼리비아 대사관까지 방문했었다.

본인만 된다고 하여 (대리인이 갈 경우 다른 인증서가 필요했다.) 엄마, 아빠까지 서울로 출동하셨었다.

조금 번거롭고 돈이 들었지만 어렵지는 않았다.


그런데... 도착해서 입국 심사를 받기 전, 코로나 백신 접종서를 보여달라는 것이다.

아...? 아니.... 그 접종서는... 배낭에 있다.

맙소사.


접종서 제출은 입국심사 직전에 한 아주머니께서 방호복을 입고 확인하고 계셨다.

허술하기 그지없었다.

눈치 봐서 그냥 들어가는 외국인도 보았다.


그런데 나는 이미 잘못 걸렸다.

수화물에 있다고 말을 하니 이쪽에서 기다리라는 것이다.

인터넷도 잘되지 않고, 찍어 둔 사진도 없었다.


오로지 배낭 파일에 있을 뿐.

잠시 기다리니 라탐 항공 승무원이 왔다.

열심히 설명을 하고 내 수화물 (주황 배낭) 스티커를 건네 주었다.


이 파일이 있어야 했다. ㅠ.ㅠ


승무원이 내 수화물 스티커를 들고 가방을 찾으러 갔다.

그렇게 기다리길 30분?? 오래 기다렸다.


웬만한 사람들은 입국심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고 있었다.

라파즈 공항이 작아서 한 곳에서 모든 것이 이루어졌다.


코로나 백신 확인서를 제출하지 못한 우리 가족과 서양 할머니 한 분, 여자 한 명만 서있었다.

'그래 너희 일단 입국 심사하는 곳 가서 줄 서'

'가방이 곧 올 거예요. 감사해요 아주머니.'

그리 철저하지도, 융통성이 없는 곳도 아니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승무원이 내 가방을 찾아 들고 왔다.

입국 심사 줄을 서게 해 주셔서 일단 한숨은 돌렸었다.

그래도 아주머니가 옆에서 기다리고 계셨기 때문에 얼른 가방 커버를 벗기고 가방을 딱 여는데!


하... 그제야 생각났다.

참 빨리도 생각난다.

가방 지퍼를 열면서... '아 엄마 캐리어에 파일 있어' 맙소사.


다행히도 가방을 가져다준 승무원 자리를 떠난 상태였다.

승무원이 옆에 있었다면 민망함에 몸 둘 바를 몰랐을 것이다.


옆에 있던 아주머니는 '없어?'

'다른 가방에... ' 나는 살짝 웃었다.

하하 맙소사.


아주머니가 '주사 맞았냐. 몇 번 맞았냐' 물어봤다.

엄마 아빠는 세 번, 나는 네 번.

그렇게 그냥 넘어가 줬다.

감사해요.


그냥 웃었다. 허탈함에. 엄마, 아빠도 웃었다.

나는 당당하게 말했다.

'이게 바로 자유여행이야, 패키지였어 봐 가이드가 다 챙겨 줬다니까? 이야 재밌는데~ 우리 엄마, 아빠 별 경험을 다 해보네' 라고 했다. 하하


오히려 걱정했던 볼리비아 비자는 아무 문제 없이 나올 수 있었다.

이후 나의 파일은 절대 배낭 or 캐리어로 들어가지 않았다.


시간은 오전 7시.

환전을 조금하고, 추워진 날씨에 옷을 갈아입었다.


유심을 사야 하는데 문을 8시에 연다고 했다.

(시내에서 사는 방법을 찾아보지 않아서 공항에서 사고 싶었다.)


도착 직후 작은 이슈가 있었기에 겸사겸사 조금 쉬려고 공항 이층에 있는 음식점으로 향했다.


정신없는 상황에 엄마의 고산병은 살짝 잊고 있었던 듯했다.

정신을 차리고 나니 엄마는 컨디션이 점점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나는 고도 4000m에서도 멀쩡하구나.


얼른 아침을 먹고 약을 드셔야 했다.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


음식이 입맛에 맞지 않는 엄마를 위해 메뉴를 고르다 보니 결국 샌드위치를 먹기로 했다.

심지어 한국에서도 안 먹던 서브웨이!!!

아.. 한국에서 좀 먹어볼걸....

어떤 것이 맛있는지 모르겠다.


대충 샌드위치 한 개와 샐러드 한 개를 시켰다.

커피가 없어서 고산병에 도움이 된다는 코카차 한 잔과.


생각보다 엄마 아빠가 맛있게 드셨다.

어쩔 수 없어서 드신 거지만... 그러다 보니 8시가 되었다.


라파즈 공항 서브웨이 ㅎㅎ


식당에서 통신사 매장이 내려다보여 문 연 것을 확인하고 매장으로 갔다.

어?? 가드가 있다.

한 명만 들어오라고 하고, 직원의 데스크도 플라스틱 가림막이 있었다.

치안이 좋지 않다고 들었지만 환전소도 아닌 통신사 매장에서 이렇게 나름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을 줄이야.


우유니에서도 잘 터진다고 하는 그 통신사에서 유심 구매를 완료했다.

(40볼리비아노 (7천원 정도) 저렴했다. 며칠 짜리였더라... 무제한!)


택시를 타고 호스텔로 이동했다.

TV에서 봤던 교통체증을 예상했지만, 공항에서 도심 이동은 고속도로가 잘 되어 있었다.


라파즈 고속도로! (통행료도 있었다.)


고속도로를 달리기 시작하자 절벽? 언덕? 위에 있는 라파즈 도시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똑같은 색의 무수한 건물들이 빼곡하게 있었다.

땅의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과연 저 아래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집은 어디일까?

컨디션이 좋지 않은 엄마, 아빠도 감탄을 했다.


라파즈 도시의 모습 _ 과연 저 아래는?


고속도로를 나와서, 시내로 들어섰다.

이곳도 리마와 마찬가지로 운전의 달인들이다.

매연과 노후된 차들, 크랙 소리, 옆차와의 거리 5cm.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아 호스텔에 도착했다.

오전 9시. 체크인은 되지 않는다.


결국 짐만 맡기고 라파즈 교통 수단인 텔레페리코(곤돌라)를 타보기 위해 나왔다.


(쿠스코에서도 보았지만) 아주머니들이 머리를 양 갈래로 따고 펑퍼짐한 치마와 모자를 쓰고 있었다.

전통 복장을 하신 분들이 도시의 분위기를 색다르게 만들어 주었다.

엄마는 힘든 와중에 이분들 사진을 찍고 싶다고 하셨다.


전통 복장의 아주머니


그렇게 길을 가는데 .... 하.... 슬슬 아빠가 또 길을...

지도는 내가 보고 있고, 치안이 좋지 않다고 하여 두 손으로 폰을 꼭 쥐고 길을 찾고 있었다.

그리고 무지막지하게 내달리고 바로 옆으로 붙어서 가는 차들 때문에 온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엄마는 고산병으로 힘들어해서 천천히, 천천히 걸었다.

심지어 모든 곳이 언덕 길이었으므로.


아빠는 이쪽이니 저쪽이니 저거 같다 느니...... 하....

일단은 텔레페리코 타는 곳까지는 도착을 했다.


T - 텔레페리코를 탈 수 있는 역!


역에 도착해 표를 끊으려고 하는데,

어디를 다녀올지, 어떤 표를 끊을지, (하루권과 단순 왕복행 표가 있었다.)

정하지도 않은 채 아빠가 이쪽이니 저쪽이니... ㅎ


... 꾹 참고 '내가 미리 안 알아봐서 미안한데 우리 어디 갈지 일단 정해야지' 라고 말했다.

햇빛을 피해 그늘 아래서 지도를 보고 전망대만 다녀오자고 결론지었다.


결국 왕복행 티켓만 끊었다. (1인 왕복 6볼리비아노 1100원).

우리나라는 관광지에서나 타는 곤돌라를 이곳은 대중교통으로 시민들이 자유롭게 타고 있었다.


8명이 탔는데 우리 가족 말고 모두 현지인이었다.

어린아이들이 우리를 세상 신기하게 쳐다보았다.

우리 가족은 창밖을 세상 신기하게 쳐다보았다.


언덕 위 빼곡한 집들 위로 곤돌라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알록 달록 꾸며진 집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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