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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현정 Mar 19. 2024

25. 부에노스아이레스 (6) _ 다음을 기약한 안녕

7/13일 부에노스아이레스(아르헨티나)

점심을 먹고 1시쯤 되자 날이 많이 풀려서 걷기로 했다.

15분 정도 걸으면 레콜레타 묘지가 있었다.


술을 마셔서 덜 추웠나?

배도 부르고 예쁜 거리를 걸으니 15분이 금방 흘렀다.

(팔레르모 지역 쪽은 유럽 같은 분위기가 났다.)  



레콜레타 묘지... ㅠㅠ

스카이다이빙에 이어 또 실망..

입장료가 생겼다.


분명 관광 책에도 인터넷에도 입장료 얘기는 보지 못했다.

아마도 내가 제대로 찾아보지 않았겠지만 흠,


심지어 입장료가 오로지 카드로만 계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빠른 포기를 했다.


아쉬웠지만 이미 주변 분위기와 하늘, 나무, 공원이 모두 예뻐서 구경하고 사진 찍고 시간을 보냈다.


** 나중에 이야기 들었는데 입장료 받은 지 1년이 넘었고 레콜레타 묘지는 꼭 봐야 한 단다.

그만큼 구경할 가치가 매우 크다고!!

(미안해 엄마, 아빠 _ 심지어 카드 쓸 수 있는데 ㅠ.ㅠ 너무 후회된다.)


사진을 찍고 이곳저곳 구경을 하던 중, 아빠의 화장실 주의보가 울렸다.

노상 방뇨는 절대 안 된다는 생각에 열심히 물어물어 쇼핑센터 화장실로 향했다.


급하게 볼일을 보고 산마르틴 광장으로 이동했다.

시내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SUBE 카드 최고다.


그런데 아빠...? 응? 15분 정도 이동해 내렸는데 내리자마자 또 화장실을 찾으신다.

술에 박수를 보낸다.


다행히 눈앞에 기차역이 있어서 서둘러 들어갔다.

아빠는 화장실을 서둘러 가시고, 엄마와 나는 근처에서 기다렸다.



** 이 역은 'Estacion Retiro 레티로 역' 이었다.

1915년에 지어진 역으로 역사가 깊은 곳이었다.

또한 건축 적으로도 인정받는 건물로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세계 건축 1001'에 들어간다고 한다.

그냥 지나칠 뻔한 이런 곳을 아빠의 화장실 덕분에!!

(ㅎㅎ 여행은 행복하니깐)  


기차역에 놓인 피아노에서 자유롭게 연주를 하고 있는 남학생을 보았다.

멋있었다. 엄마랑 넋을 놓고 봤다.


아빠가 화장실 다녀와서 나가자고 하는데 계속 구경을 했다.

이래서 나도 1~2곡 연습해 오고 싶었는데!!!

나도 멋있게 연주하고 싶었는데!!

실제로 보니 너무 아쉬웠다.


작은 공연은 너무나도 만족스러웠다.

엄마랑 둘이 서서 학생과 눈도 마주치고 박수를 보내줬다.



역의 바로 앞쪽에 있는 산 마르틴 광장으로 향했다.

광장은 크지 않았다.

그렇지만 예쁜 풍경과 울창한 나무들로 쉬기 좋은 곳이었다.

(여기 나무들은 엄청 크고 오래된 듯했다!)  


꽤 쌀쌀한 날씨에도 들판에 누워있는 사람도 있었다.

그만큼 조용하고 평화로웠다.



하늘이 예뻐서 사진 찍고 놀다가 천천히 걸어서 호텔로 향했다.

스카이다이빙 무산으로 대~충 부에노스아이레스 구경을 했지만 그래도 셋이 나름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는 꼭 먹어보고 싶었던 맥도널드 둘세데레체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아빠는 그냥 가자고 하셨지만, 굴하지 않고 엄마랑 하나씩!

맛있다. 왜 오늘에서야 먹은 거지 ㅠ.ㅠ


호텔에서 잠시 휴식의 시간을 가졌다.

먼 곳을 다녀온 것도 아닌데 생각보다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저녁은 미리 찾아 두었던 동네 맛집으로 향했다.

호텔에서 가깝게 있어서 고민하지 않고 갔다.


메시의 단골 스테이크 집은 걸어서는 조금 멀리 있었기에 결국 가지 않았다.

엄마, 아빠 두 분 중에 한 분이라도 꼭 가고 싶어 하시면 가려고 했지만 두 분 모두 아쉬워하진 않으셨다.

사실 첫날 아사도의 실망으로 큰 기대가 없었다.


그 레스토랑은 이미 한국인들 사이에서는 너무나도 유명한 가성비 맛집이었다.

실제로 한국인을 3 테이블이나 봤다.



레스토랑에 도착해 자리를 안내받았다.

무엇인가 쌀쌀맞은 이 느낌.

메뉴판만 휙 주고 점원은 떠났다.


메뉴를 고르고 점원이 언제쯤 오나~ 기다렸다.

마침, 옆 테이블을 치우러 왔길래 기회를 놓칠 수 없지.

주문을 하겠다고 불렀다.


메뉴를 시키는데 갑자기 점원 언니가 (그 쌀쌀맞았던) 갑자기 활짝 웃었다.

그러더니 엄청 리듬감 있게 내 등을 살짝 치면서 '너 스페인어 너무 잘하는데?' 칭찬해 줬다.


나는 그 언니의 리듬감에 빵 터지고 말았다.

같이 크게 웃었다.


엄마, 아빠는 '왜?'라며 물었고,

'이 언니가 나 스페인어 너무 잘한데' 라고 하자

다 같이 웃으셨다.


솔직히 처음 가게에 들어설 때 쌀쌀맞은 느낌에 처음으로 남미의 불친절을 맛보나 싶었다.

그런데 스페인어로 음식을 시키고 질문을 하고 알아들으니 태도가 완전히 바뀐 느낌이었다.

메뉴 좀 시켰을 뿐인데 ㅎㅎ


** 이럴 때 스페인어를 배워온 것이 스스로 너무 뿌듯했다.

여행을 하면 기본적인 인사말 정도만 알아가는데, 이렇게 조금 더 배워오니 다른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현지인들과 조금 더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재미있었다.


와인 메뉴를 물어보자 언니가 너무 친절하게 이것저것 추천해 주었다.

그래서 언니의 추천으로 와인을 시켰는데,

그 와인이 없다며 다른 와인을 가지고 와서 '일단 이거 맛봐봐'라고 하며 추천을 해주었다.

세상에 이렇게 친절할 수가 ㅎㅎ


1인 1 등심, 와인 1병.

또다시 너무나도 행복하다.

 

아빠와의 평화의 시간.

오, 그러고 보니 오늘은 안 싸웠어!!!!

세상에, 얼마나 평화로웠던 것인가.

 

너무 맛있었다.

아사도 아니다.

아르헨티나는 스테이크가 최고다!!


너무나도 행복했고, 와인 한 잔에 기분도 좋았고, 시간도 여유 있었다.

그렇게 천천히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갑자기 엄마가 돌아가신 할아버지, 할머니 이야기를 하는데 셋 다 눈물이 고였다.

나랑 아빠는 술이라도 마셨지, 엄마는 정말 왜 이러는지 ㅎㅎ

외국에서 주책이다.



팁까지 넉넉하게 준 금액이 19000페소 39달러!

1인 1 스테이크에 이 가격이라니.. 감동의 가격이다 정말.


가게를 나와서 숙소로 향하는 길에 200달러를 추가 환전했다.

10시간 사이에 암환전 환율이 올라서 497을 쳐줬다.

아르헨티나 ㅠㅠ 관광객들에게는 너무 좋지만 사람들이 정말 살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환전을 하는데 500페소짜리로 준다고 하는 것이다.

몇 장이나 주려고! 1000페소짜리도 이미 많은데.

안 한다고 하니 그제야 1000페소로 주었다.


사실 아빠가 뒤에서 1000페소로 받으라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첫날 좀 이렇게 하지!!!!! 술기운에 이러나 싶어 속으로 잠시 살짝 발끈했다.  


그런데!!! 오전에 있었던 아주머니는 받지 않은 살짝 찢어진 100달러짜리를 보지도 않고 그냥 받았다.

아빠 말로는 아저씨가 200달러 받아서 보지도 않고 본인 주머니에 넣었다고 한다.


후다닥 나와서 마트에 또 들러 맥주, 과자를 샀다.

혹시나 달러를 들고 쫓아올까 봐 급하게 숙소로 왔다.


한국까지 들고 가야 하나 싶었던 100달러 해결!


비록 기대했던 스카이다이빙은 하지 못했지만,

그래 이건 한국에서도! (비싸지만) 다른 나라에서도 할 수 있으니!

다음 기회를 다짐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의 마지막 밤을 기분 좋게 마무리했다.

이 도시 미쳤다.

왜 이름이 '좋은 공기'인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유를 알았다.


제발 나 좀 여기 버려 줘 ㅠㅠㅠㅠㅠㅠㅠㅠ

나 잘 살 수 있을 것 같아


엄마, 아빠는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일까?

그런 생각을 하면 스카이다이빙이나 레콜레타 묘지가 너무 아쉽고 속상하다.


그래도!! 인생 모르는 거니깐 ㅎㅎ

우리 다음을 기약해 보자!

부에노스아이레스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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