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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현정 Mar 27. 2024

31. 엘 칼라파테 (6) _ 진짜 마지막 인사

7/17일 엘 칼라파테(아르헨티나)

아침 8시, 느긋하게 조식을 먹었다.

미역국!!!


어제 사장님이 이야기하실 때 공항에서 완도 미역을 압수 당하셨다고 하셨었는데 ㅠ.ㅠ

아르헨티나에서 구매하신 미역으로 너무 맛있게 끓여 주셨다.


나의 최애 메뉴인데 한국에서 먹는 것만큼 맛있었다.

엄마는 어제 남았던 된장국까지 더 드셨다.


조식을 먹고 쉬는 시간~

왜냐? 할 게 없으니깐 ㅎ


그런데... 누워서 폰을 하는데,

잊고 있었던 자격증 시험 결과 톡이 왔다.

설마...? 에이...? 하는 마음으로 편하게 열어봤는데

어...? 합격이라고?


시험을 망치다 못해... 죽을 쑤었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상황이었는데...?

기대가 정말 1도 없었다.


궁금했던 것은 과목별 시험 점수였다.

그거 확인하려고 한 건데...

합격이라니


이때 사람 마음이라는 것이 참...

순간 든 생각이 '이런 거 필요 없으니 어제 이과수나 갔으면 좋았을 건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쯤 이과수에서 조식을 먹고 이동하고 있어야 하는 시간이란 말이다!!' 라는 생각...

한숨이 나왔다.


딱히 기쁜 소식이라는 느낌이 없어서 엄마, 아빠한테는 말하지 않았다.

젠장 망할 키위.

 

아빠는 한숨 또 주무시고

(감기 기운, 건조함에 목 상태가 많이 안 좋으셨다. 아침에 사장님께 감기약도 받아서 드셨다.)


엄마랑 나는 예쁜 거실에 앉아서 남미 사진 구경을 했다.

그리고 편히 앉아서 예쁜 바깥 풍경을 보았다.


너무 예쁜 후지 민박의 거실과 창밖의 풍경


여유 넘치게 시간을 보내다가 그래도 퇴실 시간은 맞추자고 10시쯤 나갈 준비를 시작했다.

두 번째 Check out 준비.


저녁 비행기로 시간이 많아서 일단은 퇴실 준비를 해두고 밖으로 나왔다.

 

가까이 가보지 못했던 아르헨티노 호를 보러 갔다.

가는 길에  떠돌이 개(맞니? 혹시 주인 있었니?)가 우리 가족 주변을 계속 어슬렁거렸다.


여행을 하며 마주한 모든 떠돌이 개들은 너무 순하고 예뻤다.

여기서 마주한 개도 자세도 예쁘고 순했다.


태가 너무 예쁘다.


지도를 보며 호수 가까이 갈 수 있는 길로 들어서니 개가 앞장서 우리를 마치 인도하는 듯했다.

앞장서 가다가 우리 가족이 보이지 않으면 가만 뒤돌아서 보고 있었다.


그렇게 꽝꽝 얼어 있는 호수에 도착해 사진을 찍을 때도 계속 주변을 서성거렸다.

기념으로 사진에도 개가 나오게 같이 찍었다.


잠깐 호수 위에서 사진 찍고 멀리 보이는 설산 구경도 하고, 또다시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개도 같이.


꽝꽝 얼어 있는 아르헨티노 호


개는 대로변에 차가 오면 100m 정도 차랑 경주를 하고

(너무 위험해 보였지만 이곳 사람들은 익숙한 듯했다.)

다시 우리 가족 주변으로 돌아왔다.



마을을 천천히 돌고 돌아 점심시간이 되어서 어제 갔던 시내의 식당으로 향했다.

그런데 마을 외곽에서 시내 쪽으로 들어서자 우리 가족 곁에 있던 이 개 때문에 온 동네 개들이 난리가 났다.


이 개는 우리 가족을 보호한다고 특히 내 옆 가까이까지 붙어 다른 개들에게 으르렁거렸다.

정말 똑똑한데, 너 있어서 개들이 우리한테 더 온다. ㅠ.ㅠ

가라 이제 너네 집으로!


말을 해도 알아들을 리가 있나.

아빠가 발로 차는 시늉을 하며 가라고 했지만.

그럴 리가.


그래서 아빠 보호 안 하고 내 옆에 탁 붙어서 보호해 줬던 것 같다.

아니 너 때문에 다른 개들이 더와. ㅠ.ㅠ

무서웠다. 송곳니까지 드러내며 개들끼리 으르렁.


개와 함께 마을을 산책하는 기분으로 어제 그 레스토랑에 도착!

식사를 하다 보니 그 개도 돌아가고 없었다.


애완견을 키우지 않는 우리 가족은 나름 따뜻한 경험을 했다.

엄마, 아빠도 저런 개면 키우고 싶다고 할 정도였다.

고마워 흑구!


오늘은 티본, 리소토, 호박 수프 Sin sal!

말백 와인을 주문했다.

다 맛있다. 너무 맛있다.


와인 두 병 마시고 싶었지만...

점심이었기에 참았다. (왜 참았지?)


다음에 아르헨티나에 오면 (꼭 올 것이다.) sin sal과 와인은 필수다.



맛있게 먹고, 또 마트를 가서 위스키, 파타고니아 라거를 사서 숙소로 돌아왔다.

한 잔씩 더 하고 엄마, 아빠는 낮잠을 주무셨다.


체크아웃 한 거 맞는데 ㅎㅎ

친절하신 사장님은 편히 쉬다 가라고 해주셨다.

정말 감사했습니다.


마지막 파타고니아 라거 ㅠㅠ


나는 딱히 잠도 오지 않았다.

공기가 좋아서 안 취했나?

기분이 이래저래 찝찝해서 잘 수가 없었나?


이번에는 민박집 개인 네그로랑 놀다가 체크아웃을 했다.

진짜 체크아웃.


사장님과 네그로가 건강하게 오래 그곳을 지켜 주기를 바라며 진짜 작별 인사를 했다.

또 올게요!

엘 칼라파테 후지 민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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