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2일 도하(카타르) > 인천 > 청주
비행기를 타기 전에 간단하게 밥을 먹기로 했다.
예전에 도하 공항에서 환승을 하며 잠시 머물렀는데
밥을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공항에서 파는 현지 밥을 먹고 싶었다.
푸드코트 같은 곳으로 가서 음식을 구경했다.
나는 현지 음식이 맞나 싶은 치킨밥을 일단 선택했다.
엄마, 아빠는 그나마 괜찮아 보이는 일식 선택.
쌀알은 어쩔 수 없지만 엄마 말로는 남미 쌀보다는 익혀져 있다고 하셨다.
나는 맛있다.
엄마, 아빠는 중동향이 난다고 이겨내지 못하셨고, 내가 다 먹었다.
엄마, 아빠가 시키셨던 일식까지 다 먹을 뻔했는데 기내식도 먹을 거라 참았다.
배가 불렀다. 돼지야... 살이 얼마나 쪘을까.
(일기 쓰는 지금 또 그 치킨 밥 먹고 싶다.)
여행의 끝이라는 생각에 더 헛헛해서 많이 먹었나...? (무슨 핑계니..?)
2시간 정도 출발 시간이 남았었는데 연착까지 돼서 또 한 시간을 더 기다렸다.
보딩 하는 곳에 따로 앉아서 기다릴 수 있는 곳이 있었는데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엄마는 빈 의자를 찾아 앉으시고
아빠랑 나는 그냥 구석 바닥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아무리 공항이라고 하지만
이렇게 아빠와 바닥에 앉는 경험도 하고 ㅎㅎ
참신하다. 정말
그렇게 한국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이때는 아쉬운 마음도 크게 들지 않았다.
아마도 도하의 날씨에 많이 지친 듯
남으려면 남미에 아르헨티나에 남았어야지!
바로 기내식 시간.
와인 두 잔과 함께 싹싹 긁어서 다 먹었다.
승무원이 부모님과 여행을 다녀오는 것이냐며 친근하게 말을 걸었다.
'남미요'라고 말하자마자 '따님 힘드셨겠어요 저도 엄마랑 여행 몇 번 해봤는데 한번 울어야 해요' 라고 했다.
승무원과 나는 눈을 마주치고 웃었다.
* 부모님과 함께 여행을 다짐한 모든 자녀님들 빠이팅입니다.
그렇게 한국에 도착해 버렸다.
21일에서 22일 17시 30분이 되었다.
시간이 사라진 느낌.
도하부터는 6시간이지만, 남미부터는 12시간이 사라졌다.
심지어 인천에 내리니 비가 오고 있었다.
하... 입국 심사는 아무것도 없었다.
코로나 때문에 건강이상서 하나 제출하니 끝이었다.
청주행 시외버스 시간을 미리 봐 뒀었는데,
짐을 다 찾고 나오니 3분 뒤 출발하는 버스를 탈 수 있어서 후다닥 버스에 탔다.
버스에 편하게 앉아서 잠시 눈을 감았는데, 눈을 뜨니 청주 IC를 나오고 있었다.
긴장 풀림과 동시에 잠이 쏟아지는 듯했다.
(인천 > 청주는 약 2시간 거리!)
청주 터미널에 도착하니 다행히 비는 그쳐 있었다.
바로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남미에서 택시 탈 때 내가 계속 앞에 타다가 아주 자연스럽게 아빠가 택시 앞자리에 탔다.
순간 약간의 어색함이 느껴졌다.
휴.. 한국이구나. 청주구나.
나는 배가 고프지 않았다.
그런데 저녁을 드셔야 하는 시간이고,
엄마가 한식을 너무 드시고 싶어 하셨다.
메뉴는 감자탕 당첨!
아빠는 당연히 소주를 드실 거라고 하셨지만, 나는 와인을 또 샀다.
음식점이 문을 닫는다고 해서 뼈 해장국을 포장해 집으로 왔다.
엄마, 아빠가 어찌나 잘 드시던지..
한식의 위력이 느껴졌다.
그렇게 식탁에 앉아서 여행 뒤풀이 이야기를 나눴다.
아쉬운 점이 너무 많았지만,
역시 여행의 끝에는 좋은 추억만 남는다.
가장 큰 목표였던, 정말 많이 걱정했던
마추픽추를 잘 본 것만으로도 절반은 성공인 남미 여행이었다.
엄마, 아빠는 한국에 돌아오셔서 편안해 보이셨다.
나는 또 나가고 싶은 생각이 절실하다.
엄마, 아빠한테 나는 해외 나가서 살아도 괜찮지 않겠냐고 물어보니,
가족은 가까이 사는 게 좋은 거라고 말씀하시면서 아빠 눈에 또 눈물이 고인다.
눈물 고인 모습을 보고 웃으면서
'울지 마요 아르헨티나'때 왜 그런 거냐며 다시 물어보니
또 눈물이 고이며 그냥 슬펐단다.
한바탕 여행 후기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 이야기를 하고 저녁 식사를 끝냈다.
그렇게 20일간의 남미 여행은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