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드리머] 입찰PT에서 오래 준비하는건 발표가 아니다

어제는 충남으로 내려가 입찰 발표를 하고 왔습니다.

12월 연말부터 1월까지, 거의 매주 한 건씩 입찰 PT를 준비하고 있다 보니

요즘은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를 정도입니다.

매번 새로운 주제를 공부해야 하고, 그 주제에 맞는 언어와 구조를 다시 짜야하기때문인데요.


이번 과업은 역사였습니다.

특정 지역의 의병 이야기부터 독립운동,

그리고 한국전쟁에 이르기까지의 연대기를 하나의 흐름으로 담아내야 했습니다.

단순히 내용을 나열하는 수준이 아니라, 공간과 연결해야 했고,

그것도 3층짜리 건물 두 동 전체를 관통하는 콘텐츠 배치가 필요했죠.

자연스럽게 공부해야 할 양도, 고민해야 할 지점도 많아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발표 시간은 20분으로 충분했습니다. 문제는 과업지시서였습니다.

너무 구체적이었고, 하나하나 빠뜨릴 수 없는 지침들이 촘촘히 들어가 있었죠.

이걸 다 반영하다 보면 제안서는 무거워지고, 발표 내용도 자연스럽게 많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였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무엇을 덜어낼 것인가’가 중요한 과제가 되었습니다.

13년째 프리젠터로 활동하면서, 또 경쟁입찰 마스터 과정을 통해 수많은 프리젠터를 현장에 배출하다 보니,

발표 준비나 공부 자체가 어렵다고 느껴지는 단계는 이미 지났습니다. 대신 제가 늘 최우선으로 두는 기준은 하나입니다.


“이 제안이 평가위원의 귀에 잘 들리는가, 설득적으로 느껴지는가.”

그래서 스크립트는 늘 제가 직접 씁니다.

그리고 한 번 쓰고 끝내지 않습니다. 몇 번이고 다시 읽고, 지우고, 고칩니다.

여기서 말하는 스크립트는 ‘보고 읽기 위한 원고’가 아닙니다.

함께 일하는 기획자와 배석자들을 이해시키고, 내부에서 보고하기 위한 도구에 가깝습니다.

발표장에 들고 들어갈 물건이 아니죠.

발표의 PM으로서, 스크립트를 들고 읽는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발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제안서를 숙지하고 이해하는 시간보다, 오히려 질의응답을 준비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썼습니다.

콘텐츠 하나하나의 사이즈, 소재 선택의 이유, 배치의 의도까지 전부 다시 점검했습니다.

어떤 질문이 나와도 망설이지 않고 답할 수 있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경쟁입찰에서는 이 지점이 생각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발표 20분, 질의 10분. 업체당 30분씩, 총 8개 업체가 참여한 일정이었고,

전체 일정은 상당히 타이트하게 흘러갔습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답변을 길게 늘어놓는 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짧고, 명료하게, 평가위원이 바로 이해할 수 있도록 말하는 화법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이번 질의응답은 ‘설명’보다는 ‘정리’에 가깝게 가져가려고 의식적으로 조절했습니다.


발표 순서를 정하는 추첨도 세 번이나 했고, 결과적으로 발표 순서도 3번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숫자이기도 해서, 이 숫자가 좋은 결과로 이어지길 조심스럽게 기대해봅니다.


입찰 발표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는 늘 비슷한 생각을 합니다.

결국 경쟁입찰은 ‘잘 만든 제안서’보다, ‘이해된 제안’이 이긴다는 것.

그리고 그 이해는 발표장에서 갑자기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준비 과정에서 이미 결정된다는 것 말이죠.

요즘처럼 발표가 연속으로 이어질수록, 이 기본을 다시 붙잡게 됩니다.

다음 발표도, 그 다음 발표도, 결국 기준은 같습니다.

평가위원의 입장에서, 정말 잘 들리는 제안인가.

그리고 입찰 PT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써야 할 곳은 발표 연습이 아니라, 질문에 대한 대응능력입니다.

질문에 답할 수 있으면, 발표는 많은 고민을 해봤다는 것이고 그만큼 좋은 제안이라는 뜻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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