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드리머] 입찰PT에서 PM역량이 직접 검증되는 방식

이번에도 입찰 발표 건이었습니다.

이번 목적지는 진해였고, 도서관을 짓는 프로젝트였습니다.

도서관이라는 공간은 늘 쉽지 않습니다. 특정 세대를 위한 공간이 아니라,

전 생애주기를 아우르는 공간이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이용 목적도 속도도 전혀 다른 사람들이 같은 공간을 공유하게 되죠.

그래서 일부 공간에는 특정 세대를 위한 명확한 포인트를 두더라도,

공간 전체가 주는 인상만큼은 모두에게 긍정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제안에서도 그 지점을 가장 먼저 고민했습니다.

‘누구를 위한 도서관인가’가 아니라, ‘누구에게도 열려 있는 도서관인가’라는 질문에 가까웠습니다.

요즘 도서관 제안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가 트렌디한 서가입니다.

단순히 예쁜 서가가 아니라, 머물고 싶게 만드는 서가, 사진이 찍히는 서가, 공간의 상징이 되는 서가죠.

하지만 공공 도서관에서 트렌드만 앞세울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그 서가를 지역 정체성과 어떻게 엮을 것인지에 더 많은 시간을 썼습니다.

진해라는 지역을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벚꽃이 떠오릅니다.

그래서 벚꽃의 형상을 차용한 대형 서가를 제안했고,

단순한 조형물이 아니라 공간의 리듬을 만드는 요소로 설명했습니다.

각 층, 각 공간마다 진해가 가진 특색이 어떻게 포인트로 녹아들어 있는지,

그 의도가 자연스럽게 전달되도록 구성했습니다.

공공 공간일수록 ‘왜 이 지역이어야 하는지’가 공간 곳곳에서 느껴져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요즘 경쟁입찰 발표를 하면서 가장 많이 느끼는 건, 역시 질의응답의 중요성입니다.

이번 현장에서도 그 생각이 더 또렷해졌습니다.

이번 평가위원 구성은 일반적인 전공 교수님들뿐 아니라,

비교적 포괄적인 시선을 가진 분들이 함께 계셨습니다.

그래서 질문도 날카롭기보다는,

“이 페이지에서 이 부분을 조금 더 설명해달라”는 식의 러프한 질문이 많았습니다.

공격적인 질문이라기보다는, 발표를 들으며 자연스럽게 생긴 궁금증에 가까웠습니다.

이럴 때 중요한 건, 발표 때 했던 말을 다시 반복하는 게 아니라, PM으로서의 의도를 설명하는 것입니다.

왜 이 포인트를 제안했는지, 어떤 고민 끝에 이 선택을 했는지.

그 판단의 배경을 솔직하게 전달하는 게 훨씬 중요합니다.

이번에 나온 질문들도 대부분 그런 종류였고,

그래서 답변하는 과정이 부담스럽기보다는 오히려 편안했습니다.


사실 이런 질의응답의 흐름은 어느 정도 전략적으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들을 위한 공간에 적용한 서가 디자인 중에서 지역적 형상화를 강조한 이미지가 있었는데,

안전성이 충분히 고려되었는지 궁금해 보일 수 있는 장면이었습니다.

이걸 제안 발표에서 구구절절 설명하기보다는,

약간의 여지를 남겨두고 질의에서 더 깊이 이야기하는 쪽을 선택했습니다.

질문이 나오면 그때, 설계 의도와 안전 기준까지 함께 풀어내는 방식이죠.


요즘은 입찰 발표를 하고 나와서 “아, 그 질문에는 답을 못 했네”라는 생각을 거의 하지 않게 된 것 같습니다.

설령 명확한 정답이 없는 질문이라도,

충분히 고민하고 판단한 내용이라면 그 생각을 그대로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좋은 답변이 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이번 진해 도서관 발표는 그런 면에서 유독 후련했습니다.

제안의 방향도, 공간에 담은 의도도, 질의응답에서 충분히 전달됐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입찰 발표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는 늘 같은 결론에 도달합니다.

공공 공간 제안에서 중요한 건 화려한 설명이 아니라,

왜 이 공간이 이 지역에 필요한지에 대한 진심 어린 고민이라는 것.

그리고 그 고민은 결국 질의응답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는 것 말입니다.

이번 발표도 그렇게 하나의 경험으로 잘 남았습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비드리머] 입찰 PT에서 평가위원 유형별 대응 포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