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 격무 시즌이다. 작년처럼 자료대응을 직접 하는 게 아닌데도 메일 수신과 관련 후속 작업을 담당하다 보니 매일 신경 쓸 게 많다. 새로 담당하는 업무도 있다 보니 오히려 더 정신없다. 연말 전, 가깝게는 생일에 휴가를 내기 위해 어리둥절 허둥지둥 우다다다 해치우고 있다.
퇴근 직후여서 더욱 날 것의 감정을 글로 옮겨보자면, 올해 나는 '내 일이 늘 인정받을 수는 없다'라고 되새기려 한다. 이를 받아들일 때 더 오래 일과 나의 관계를 지속할 수 있을 것 같아서다. 회사에서 나의 쓰임은 시기마다 달라진다. 바쁠 때는 바빠서 힘들고, 태풍의 눈처럼 바쁨이 잦아든 시기에는 수천 시간을 이렇게 지내야 한다는 아찔함에 얼른 여길 빠져나가고 싶어진다. 그런 시기에 잠깐 스쳐 지나간, 지금도 마음 한켠에 두고 있는 것이 대학원 진학이다. 회사 외 새로운 자극을 얻고, 일하면서 한계라 여겨지는 알맹이를 채우고 싶은 마음. 한편으로는 나라는 사람의 쓰임을 증명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제한하는, 선입견이 생기진 않을지 걱정된다. 이러나저러나 바쁜 게 끝나면 알아는 보자. 떨어질 수도 있는데 너무 이른 고민이니까.
그래도 10월에 비하면 아직 덜 바쁜, 어쩌면 충전을 도모해야 할 이 시기에 왜 저녁때 검도를 가지 않는가! 이번주 몸 상태가 나쁘단 핑계는 있지만 당장 새로 도전한 운동에도, 브런치 연재에도 해이해지니 대학원은 가당키나 한가 싶다. 얼른 검도 끝내고 다시 요가로 돌아가고픈 게 지금의 솔직한 심정이다.
아침에 목걸이를 잃어버린 줄 알고 당황했다. 늘 있던 자리에 없다니 그럴 리 없어, 1차 부정. 혹시 검도복 넣은 가방에서 옷 꺼낼 때 떨어졌나, 2차 불안. 이 참에 새로 하나 장만해도 되지 않을까, 3차 빠른 대안 마련. 퇴근 후 옅은 직감을 부여잡고 검정 백팩 앞주머니 속 작은 홈에 손을 넣었는데있다! 추석 연휴 때 본가 갔다가 이곳에 넣었나 보다. 꽤나 아끼는 하나뿐인 목걸이인데 어째서 금방 찾기를 단념했을까. 조직에서 개인의 쓰임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면서, 목걸이를 이와 비슷한 마음으로 대했다는 생각에 미안해졌다. 슬퍼해도 되는데 너무 빨리 괜찮아지려고 하는 건 일을 대할 때의 방식과 유사하다. 이건 그럴 필요 없는, 진짜 '내 일'인데.
태블릿을 가지고 싶다는 요즘 물욕은 과연 3개월 뒤에도 지속될까. 그때에도 유효하다면 연말을 핑계로 구매를 고민해 보자. 당장의 나에게 필요하고 해 줄 수 있는 건 선선한 가을바람 산책이다. 브로콜리 너마저의 <커뮤니케이션의 이해>를 적어도 세 번은 들어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