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도 9회차: 성인반에 처음 들어서다
* '작가의 서랍'에 잠들어있던 예전 글을 뒤늦게 발행합니다. 이 글 이후로는 <검도가 무술이란 걸 잊고 시작했다> 연재글을 <검도포기 필라테스 재개>로 이름 변경해 마저 완결하려 합니다.
지난주에는 관장님의 다른 일정과 엇갈려 개인 연습 시간이 많았다. 아무도 없는 도장에서 괜히 발을 크게 굴러보기도 거울을 오래도록 쳐다보며 신중하게 동작을 연습했다. 처음 연습할 때만 해도 그새 주말에 몸이 굳어서인지 몸에 힘이 많이 들어갔다. 하도 힘을 주고 움직이다 보니 통증이 다음날, 심지어 모레까지 이어졌다. 전화위복이란 말은 좀 과한 추임새려나. 두 번째 개인 연습에선 통증으로 인해 오히려 몸에 힘을 줄 수 없어, 얼결에 필요한 곳에만 힘을 줄 수 있었다.
그리고 이번주, 동작의 자세보다도 이제 큰동작치기를 할 때 앞으로 치고 나가는 게 관건이었다. 관장님께서 지금은 어쩐지 앞으로 나아가기보다는 뻗는 발이 그 상태로 바닥에 쿵 내리 떨어지는 것 같다고 표현했다. 여기서 난제는, 발에서도 입에서도 큰 소리가 나야 한단 것이다. 큰 소리를 내되 결국 빠르게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나에게는 이 두 개를 동시에 하는 것에 진땀이 났다.
관장님께서 이후 다른 일정 없으면 평소 수업시간보다 좀 더 남아있어 보라고 권유하셨다. 그렇게 성인반 수업을 직관하게 됐다. 다들 호구를 쓰고 연격 동작을 해냈다. 내가 혼자 할 때와는 전혀 달랐다. 나는 한 동작 한 동작 붓을 그린다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었다면, 연격 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전쟁 같았다. 죽도에서도 입에서도 발에서도 모두 큰 소리가 났다.
감탄하며 멍하니 보다가 구석에서 연습했다. 다시 큰 소리가 나면 멍하니 보다가, 경력이 오래된 다른 수강생분께서 "빨리 연습하세요"라 장난 어린 말 걸기를 했던 것도 같다.
지금보다 연습을 많이 해야 성인반에 갈 수 있겠지만, 벌써부터 그날이 두렵다. 두려운 만큼 또 가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