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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 안전관리자, 본사와 현장에서 요구되는 능력

본사는 '기획력', 현장은 '적용력'

by 암띤아빠

건설현장에서 안전관리자 업무를 약 5년간 수행하고 최근 몇 년 전 본사에서 사고업무를 담당하게 되었다.

본사에서 수행하는 안전업무나 현장에서 수행하던 안전업무가 다른 것은 아니지만

요구되는 능력의 우선순위는 다르다.


결론부터 말을 하자면,

현장은 회사 정책을 적용하는 "적용력"이 필요하고
본사는 사고 등으로부터 시사점을 추출하는 등 "기획력"이 필요하다.


현장에서는 회사 정책을 토씨 그대로 반영하면 안 되고,

현장별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현장에 맞게 적용해야 한다.


그리고 본사는 회사 정책을 수립하는데 있어 기반이 되는 시사점을 추출하는 기획을 해야 한다.

본사의 다른 안전업무는 맡아보지 않아서 자세히 모르지만,

대략적으로 내가 본사에서 담당했던 사고 업무는 아래와 같다.


1. 사고 조사

병원을 방문하거나 휴업이 발생하는 사고는 사내 SNS에 공유된다.

이때 시사성이 있는 사고는 별도로 사고조사를 실시하여 재발방지대책을 수립 후

전 현장 공지를 하고, 수립된 대책의 현장 적용여부는 평가 시 확인을 한다.


업무를 하면서 힘든 점은 적정한 재발방지대책을 수립하는 것이다.

교육, 점검 등 일상적인 대책이 수립이 되면 지금과 달라지는 것이 없어지기 때문에

사고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한 뒤 적정한 재발방지대책 수립이 핵심이다.


2. 사고 분석

반기별 또는 연간 발생한 사고의 경향 또는 조사한 내용을 토대로 올해 반성해야 하는 점과

내년에 챙겨야 할 부분을 분석한다.


업무의 힘든 점은 PPT장표에 시사점을 녹여서 만드는 것이다.

해당 장표는 경영진까지 보고되는 장표다 보니 심사숙고하여 작성이 되는데

작성하는 과정에서 여러 번 퇴짜를 맞아가면서 몇 주간 그 업무에만 집중한다.

힘든 만큼 작성 후에는 사고에 대한 시야는 넓어진다.


3. 재해율 관리

건설회사마다 관리하는 재해율 지표가 다를 수 있지만 보통 휴업재해율(LTIR)을 사용한다.

휴업재해율을 산정하기 위해 '휴업재해자 수'와 '근로인시'를 알아야 하기에 매월 관리를 한다.


재해율은 갑자기 재해율이 급등하는 등 이상징후가 발생하면 현장/상품 등 특별점검을 실시하는데 사용한다.


4. 재해은폐/지연 조사

귀찮아서, 몰라서, 부담스러워서, 고의적으로 등 다양한 사유로

사고를 은폐하거나 지연보고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재해은폐나 지연보고는 사고의 경중을 떠나서 고용노동부 신고, 법적 소송 등 컴플라이언스 위반사항이다.

컴플라이언스로 인해 회사의 존폐가 좌지우지될 수 있기 때문에 사고만큼 무겁게 다룬다.


업무의 힘든 점은 재해자와 다른 주변 사람의 진술이 엇갈릴 때

면담, 녹음기록 등 불편한 질문을 해가면서 확인하는 과정이 어려웠다.



본사에서 사고분석 등을 통해 시사점 도출이 되면 재발방지를 위한 정책이 수립이 되고

현장 직원들의 의견까지 수렴한 뒤 전체 공지를 한다.

또한 수시로 수립된 대책이 적정한지 효과성을 확인하고 필요시 수정을 한다.


안전관리자의 업무의 큰 싸이클은 위와 같이 매년 반복된다.


위와 같이 본사의 업무는 조사, 분석 등 시사점을 추출하는 업무가 많다.

그래서 본사의 무슨 업무든 결과적으로 시사점이 나와야 한다.

(물론 현장에서도 조사, 분석은 실시된다. 하지만 깊이가 다르다.)



나는 현장에서 5년 넘게 근무를 하다 보니 "적용력"은 평균 이상인지 현장 근무는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본사 직원에 비해 "기획력"은 부족해서 그런지 본사 근무가 너무 힘들었다.

"기획력"이 부족할 때 가능 큰 문제는 업무가 끝이 나지 않는 것이다.

새로운 업무는 쌓여가는데 이전에 하던 업무가 마무리가 되지 않으니 다른 업무도 함께 밀린다.


하지만 안전관리자에게 "기획력"은 필수이다.

사고의 원인을 파악하여 시사점을 추출하고 경영진에게 보고하여 의사결정을 받는 건 매우 중요하다.

기획력이 필요한 서류업무를 하기 싫어서 본사근무를 원하지 않는 분들이 많은데,

그렇게 되면 안전업무의 반절만 하는 반쪽이가 될 것이다.

분명 힘들 것을 알기에 가급적 나이가 어릴 때 본사근무를 실시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내가 느끼기에도 처음 본사 안전업무를 할 때보다는 "기획력"이 늘었지만, 아직도 부족하다.

하지만 나는 오늘도 더 성장하고 있다.


성장.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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