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본성과 반대다.
건설현장에서 근무를 하고 있을 때, 종종 이런 생각이 했다.
"안전하게 작업을 하면 관리자/근로자 서로 좋을 텐데,
왜 안전하게 작업하지 않을까?
'관리자'는 공정을 만회하려고 작업장에 아무런 안전조치를 하지 않아 불안전한 상태로 만들고,
'근로자'는 빠르게 진행하려고 불안전한 행동을 한다.
해답의 실마리는 선배가 말해준 한 문구에서 찾았다.
"안전조치를 하는 행동은 인간의 본성과 반대되는 것이다.
그래서 어렵다"
공정이 늦어지면 발주자로부터 돈을 못 받을 수도 있어 생존과 직결되는 결과가 눈으로 보이는 반면
안전은 사고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결과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매번 공정을 선택하였다가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안전은 결과가 눈에 보이지도 않고 인간의 본성과 반대되는 행동이나 보니,
어떻게 생각하면 지키지 않는 게 생존을 위해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사고가 발생하면
본인의 건강뿐만 아니라 공정도 늦어서 경제적으로 타격을 받는다.
의식적으로 하기 어렵다면,
무의식적으로 안전조치 행동을 하게 만들면 되지 않을까?
무의적으로 하는 행동을 습관이라고 하는데
현장에서는 이전부터 습관화를 교육 등을 통해 노력하고 있지만 한계가 분명하다.
교육장을 나오는 순간 까먹는다.
(물론 현장의 안전교육도 중요하다.)
무의식적인 습관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크게 2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는 "상"을 주는 것이고 두 번째는 "벌"을 주는 것이다.
첫 번째 "상"을 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앱테크다.
앱테크란 설문지 참여, 걸음수 누르기 등 실시하지 않아도 되는 행동을 함으로써 돈을 버는 것이다.
그 누구도 설문지 참여를 강요하지 않지만 돈으로 보상을 하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참여를 한다.
또한 캐시워크는 걸은 수만큼 화면에 표시가 되고
화면에서 클릭해야 포인트가 획득하여 커피를 사 먹을 수 있다.
주변에 앱테크를 하는 지인을 보니,
처음에는 돈을 벌려고 했지만, 습관화가 되어 자투리시간에도 계속하는 걸 볼 수 있었다.
두 번째 "벌"을 주는 것을 통해 습관화한 대표적인 사례는 차량 안전벨트 착용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운전석 안전벨트 미착용이 벌금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착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속적으로 벌금을 부과하다 보니,
착용하기 싫지만 어쩔 수 없이 하게 되었고 시간이 흘러 지금은 습관이 되었다.
나 또한 벌금을 떠나서 차량 운전하기 전에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으면 어색하다.
물론 현재 현장에서 포상과 같은 "상"과 퇴출과 같은 "벌"은 실시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보통 포상은 물품으로 주는 경우가 많은데, 그 상품을 원하는 일부 근로자만 반응한다.
대부분은 "그거 받아서 뭐 해"라는 식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벌" 또한 마찬가지이다.
해당 현장에서만 퇴출당하는 것이고 다른 현장에 가면 아무런 불이익이 없다 보니 그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의 생각은
"상"은 모든 사람이 관심이 가는 보상을 해야 할 것이고
"벌"은 어느 건설현장에 가더라도 안전기록이 공유되어야 한다.
모든 사람이 관심 가는 보상은 무엇일까?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무엇보다 "돈"이다. 물품이 아닌 현금!
물품으로 주다 보니, 일회성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현금 그대로 주는 건 법적인 Risk가 너무 크다.
그렇다면 특정 현장에서 사용하는 포인트를 모아 현금으로 전환해 주는 제도가 있으면 어떨까?
그렇게 되면 많은 사람들이 포인트를 얻기 위해 안전수칙을 자발적으로 실시할 것이고
현장도 좋고 포인트를 받는 사람도 좋다.
물론 일부 현장에서는 안전 마일리지 등 포인트를 도입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수기 기록이다.
또한 일정포인트가 쌓이면 현금이 아닌 특정 물품으로 바꿔주는 것이라서 한계가 있다.
미래에 블록체인을 자유롭게 사용하는 날이 오면,
개개인마다 블록체인 지갑이 있고 현장 자체적인 포인트를 만들게 되어
현금으로 바꿀 수 있게 되면 자발적으로 안전한 행동을 하니까
지금보다 안전 수준이 높아지지 않을까?
"벌"에 대해 효과가 있으려면
어느 현장을 가더라도 안전수칙 불이행으로 인한 퇴출 등 굵직한 안전기록이 공유되어야 한다.
현재 건설현장은 같은 회사라도 별개의 책임자가 있고 다른 현장이다.
그러다 보니 A현장에서 근무한 근로자가 B현장에 가면 신규 근로자가 된다.
그래서 A현장에서 안전 불이행 등으로 불이익(퇴출 등)을 받아도 다른 현장으로 가면 그만이다.
미래에 블록체인 등이 발달하여 개개인마다 인증서가 만들어지고
"벌"에 대해 안전기록이 공유가 되면 어느 현장을 가더라도 기록이 남을 텐데
최소한 건설업에 종사하는 기간만큼은 조심하지 않을까?
처음부터 안전조치를 실시하고 작업해야지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나 또한 그렇다.
하지만 반복하다 보면 무슨 행동이든 습관화될 수 있다.
(일례로 과거 고소작업을 위한 안전벨트 착용하게 만드는 것이 힘들었지만, 지금은 습관화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