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관리자 입장에서
건설현장 안전관리자로서, 근무를 하면서 최악의 상황은 중대재해 발생이다.
아래와 같이 산업안전보건법 上 3가지의 중대재해가 있지만 그중에서 사망사고가 최악이다.
중대재해란?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 제3조(중대재해의 범위) 의거,
-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한 재해
- 3개월 이상의 요양이 필요한 부장자가 동시에 2명 이상 발생한 재해
- 부상자 또는 직업성 질병자가 동시에 10명 이상 발생한 재해
보통 안전관리자로 근무하면서 사망사고를 겪기 쉽지 않은데, 나는 무려 2번이나 겪었다.
이번 글에서는 그중에 하나의 사망사고에 대해 말해보고자 한다.
어느 평화로운 아침이었다.
나는 평소와 같이 7시경 담당하고 있는 작업의 TBM(작업 전 회의)를 실시하고, 작업환경에 위험요소는 없는지 확인하였다.
"오늘 양중작업을 한다고 했으니까, 크레인 등 장비의 위치가 계획대로 위치했는지, 샤클 등 줄걸이가 문제없는지 확인해야지"
계획된 작업이 차질 없이 진행이 되는 걸 확인하고 협력사 관리자과 작업반장에게 주의사항을 말해주고 기분 좋게 사무실로 복귀하였다.
사무실에서 안전기준 서류 및 산업안전보건에 관한 규칙 등의 자료를 가지고
다음에 있을 작업의 시공계획서를 검토하고 한 시간이 지난 시점에 갑자기 팀장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아무래도 큰일이 발생한 것 같다. 고용노동부 보고 등 준비하자."
전화를 끊고 순간 생각이 정지하였다.
그리고 몇 초 후, 서늘함이 몰려왔다. 이거 어떻게 해야 하지..
팀장님이 사고를 목격하게 된 경위는,
현장 패트롤 중, 약 100m 떨어진 지점에서 근로자들이 소리 지르는 것을 듣고
해당 지점으로 달려갔다.
달려가니 약 5m 높이에서 떨어진 근로자가 보였고, 주위에 있는 근로자 중 한 명을 지정하여 119 신고를 부탁하고 심폐소생술을 실시하였다.
그러면서 다른 안전관리자에게 현장 보존을 위해 바리케이드를 설치하라고 지시했다.
2인 1조로 계속 심폐소생술을 실시하였고, 119가 도착하여 싣고 갔지만 나중에 사망이라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사망 소식을 듣고 안전팀장은 고용노동부 담당관에게 유선상으로 보고하였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시공 편의 상 근로자가 안전벨트의 고리로 자재를 옮기고 있었는데 자재가 떨어지면서 함께 추락하게 되었다. 개인보호구는 본인의 안전을 위해서만 사용해야 하는데 잘못된 사용이 직접원인이다.)
그와 동시에 나는 사무실에서 고용노동부에서 대표적으로 확인하는 것들의 서류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관련 작업의 위험성평가, 시공계획서, 교육일지의 서류뿐만 아니라
노사협의체 회의록, 산업안전보건위원회 회의록, 배치 전 점검 서류, 선임계 등
내가 이렇게 많은 서류를 담당하고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보고받은 후 30분 이내, 고용노동부의 감독관과 공단 직원은 현장을 방문하여 산안안전보건법 상 미준수 사항이 있었는지를 확인하기 시작한다.
보통 감독관과 공단 직원으로 구성된 조사팀은 보통 2개의 조로 나뉘어 점검을 실시한다.
하나는 현장의 미준수 사항을 확인하는 현장팀, 또 다른 하나의 팀은 산업안전보건법 상의 미준수 사항을 확인하는 서류팀으로 나뉜다.
그날부터 약 1주일간 특별점검이 시작되었다.(육체적, 정신적으로 너무 힘든 시간이었다.)
감독관이 확인한 미준수 사항에 대해 현장 모든 직원이 나서서 소명을 하였고, 매일 밤 10시가 넘어서 퇴근을 겨우 하였다.(어떤 날은 날을 새기도 하였다.)
내 생각이긴 하지만 감독관 입장에서는 "회사에서 안전조치가 미흡한 거다"라고 가정을 하고 조사를 실시하는 것처럼 보였다.
사실, 산업안전보건법 上 준수해야 하는 사항이 너무 많다.
대표적인 노사협의체, 교육, 위험성평가 등을 완벽하게 할지라도
이외에 사소한 것까지 챙기기는 쉽지 않다.
또한 현장점검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통로에 적재물이 있거나 통로의 높이가 낮은 등
산업안전보건에 관한 규칙 등의 항목으로 언제든 지적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가 실시한 안전조치를 최대한 소명을 하였고,
언제 끝날까를 매일 생각하다 보니 1주일이 금방 지나가 점검이 끝났다.
하지만 대관점검이 마무리가 된 것이고 이제는 2라운드 회사 內 본사 점검이 시작이다.
본사 사고조사가 현장에 방문하여 동일사고 재발방지를 위해 왜 사고가 발생했는지, 어떤 조치를 하지 않았는지 등 몇 달간 소명을 해야 한다.
고용노동부 점검 이상으로 점검을 하기에 사실 힘든 걸로 치면 본사점검도 만만치가 않다.
이때는 현장의 임원까지 총 동원하여 잘못한 부분을 세밀하게 확인하기 때문에 많이 지친다.
만약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어떻게 개선할 건지 Action Plan을 실시하고 몇 달간 주단위로 실시현황을 보고해야 한다.
그러는 사이 고용노동부에 여러 차례 소명을 하고 확정된 부적합 사항에 대해 과태료 등의 통지서를 통보받은 후, 위원회가 실시하여 현장소장이 참석하여 소명하면 해당 건은 종료가 된다.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 일을 하다가 사고가 발생했는데,
유가족 입장에서 얼마나 가슴이 아플까?
만약 내가 유가족 상황이라면 회사를 용서할 수 없을 것 같다.
일을 시켰으면 안전한 상황에서 작업을 할 수 있게 해야지, 안전조치를 미흡하게 해서 사고가 발생한다는 것이 후진국도 아니고 무슨 상황인지!
(사실 건설업이 이런 리스크가 다른 직종에 비해 노출되어 있다.)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안전관리자는,
내가 간과한 안전조치로 사망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마음속을 인지하고 안전관리자 역할을 실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안전 조치가 미흡할 때, 단순히 지적!?을 하기보다는 마음에서 우러나는 조치를 해야 한다.
예를 들어 단순히 어떤 사항이 미흡되었다고 하기보다는
근로자에게 가족을 생각하라고 하면서 안전조치 미흡으로 사고가 발생하면 누가 제일 슬프겠냐?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