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지나 친밀감이 쌓이면, 자연스럽게 말을 놓는다.
회사에는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직원들이 근무하고
업무 하다 보면 서로 대화를 많이 한다.
보통은 나이에 상관없이 서로 존댓말을 하지만,
친한 사람들끼리는 형, 동생 하면서 말을 놓는다.
특히 회식자리에서는 사무실에서 존댓말을 하던 사람들도 말을 놓는다.
나는 대학교 졸업과 동시에 회사에 입사하였고 그때 나이는 20대 중반이었다.
주위 친구들보다 빨리 입사를 하다 보니,
회사에는 나보다 어린 직원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심지어 동기들도 나보다 나이가 많았다.
나는 자연스럽게 높임말만 사용했다.
나이가 듦에 따라, 하나 둘 나보다 어린 직원들이 나타났고
어린 직원들은 편하게 지내자고 말을 놓으라고 한다.
하지만 나는 쉽사리 말을 놓지 않는다.
내가 말을 놓지 않는 이유는 여러 가지 있다.
1. 오랜 막내생활로 말을 놓는 게 이상하다
2. 말을 놓을 정도로, 상대방과 내적 친밀감이 쌓이지 않았다.
3. 업무 할 때 존댓말이 편하다.(종종 친하다는 이유로 요청한 업무를 안 하는 경우가 있다.)
4. 무엇보다 말을 놓았을 때, 내가 신경 써야 하는 게 늘어간다.
내가 말을 놓는다는 것은
나의 인간관계 범위 안에 들어온다는 것이다.
더욱이 범위 안에 들어왔다는 건 내가 신경 써야 하는 사람인 것이다.
나는 사람마다 에너지총량이 있다고 생각을 한다.
에너지 총량이 있어 한정적이다 보니, 나의 에너지는 소중하고 중요한 곳에 사용되어야 한다
이를테면 가족과의 데이트, 운동, 글쓰기 등
다시 말해, 신경 써야 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다른 곳에 쓸 에너지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회사 근무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내가 편하게 말을 놓는 후배 직원은 딱 2명이다.
물론 처음에는 말을 놓지 않았다.
하지만 같은 공간에 있다 보니 얼굴이 익숙하고
얼굴이 익숙해지니 대화를 많이 하게 되었고
같이 식사도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친밀감이 쌓였다.
3년간 근무하며 내적 친밀감이 쌓이니, 나도 자연스럽게 말을 놓게 되었다.
그 후배들이 처리해야 하는 업무가 쌓여있으면, 내 업무는 아니지만 기꺼이 대신 처리한다.
나의 범위 안에 있는 후배가 행복해야 나도 행복하니까.
그렇다고 강압적으로 말을 놓으라고 하지 마세요
진짜 스트레스받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