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몬'을 보고 눈물 흘린 30대 아저씨

그 시절, 우리는 모두 선택받은 아이들이었다.

by 암띤아빠

어린 시절 교실에는 2가지 만화파가 대립을 했다.

귀여움을 무기로 한 '포켓몬스터' VS 스토리로 짱짱한 '디지몬'

그림자처럼 조용하게 다수에 묻혀가고 싶어

마음속으로는 "'포켓몬'이 더 좋다"라고 자기 최면을 걸어 남이 물어보면 '포켓몬'이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실 나는 본능에 끌려 '디지몬'을 속으로 응원하고 있었다.


20여 년이 흘러, 우연히 유튜브가 추천해 준 한 짧은 쇼츠 영상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

회사생활을 하며 눈물이라는 존재는 사라진 줄 알았는데

내면을 쥐어짜며 나의 눈물을 뽑아낸 영상은 "만화 '디지몬'의 마지막 장면"이다.



해가 지는 강가를 보며,

아구몬(주인공의 파트너)이 태일(주인공)이에게 말을 한다.

태일이 너....
이제 다 컸구나


태일이는 말한다.

넌 그대 로고...


그리고 아구몬이 묻는다.

내일은 어떻게 할 거야?


주인공은 말한다.

우리 내일 같이.....


말하며 아구몬이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아구몬은 사라졌다.

그렇게 정적이 흐르다가 전용호의 Butterfly 음악이 흘러나온다.

나는 음악의 전주가 시작되자마자 눈물이 글썽인다.


디지몬이란 단어만 알고 있는 사람은 이상한 사람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디지몬을 진심으로 좋아했던 90년대생이라면 100명이면 100명 눈물을 흘릴 것이라 장담한다.


어린 날에 볼 때는 그저 "만화가 끝났구나" 단순하게 생각을 하고, 하기 싫은 공부를 하러 갔었다.

20년이 흘러 다시 보니 이제 알겠다.

아구몬은 나의 '어린 시절'이었구나
그리고 그때 우리 모두는 선택받은 아이들이었구나


어린 시절 느꼈던 감성은 성인이 된 내가 내가 아무리 발버둥해도 느낄 수가 없다.

만화영화 하나를 봄으로써 세상을 다 가졌던 순수한 감점은

회사생활을 하며 속세에 찌든 내가 다시는 넘볼 수 없는 감정이 되었다.

그렇게 내가 가지지 못하는 걸 인지하는 순간

심연의 깊은 어딘가에서 '후회'라는 감정이 쓰나미처럼 몰려온다.

'나는 왜 그때 그 시절을 더 즐기지 못했을까?'


분명 과거로 돌아가도 놀기보다는 공부를 선택했겠지만,

후회가 밀려오는 건 어쩔 수 없다.


인생 1/3을 살아보니, 이거 한 가지만큼은 피부에 와닿는다.

나이대별로 할 수 있는 게 다르구나


10대에는 아무런 걱정 없이 공부만 해도 칭찬을 받는 시기다.

하지만 정작 10대에는 공부가 너무 하기 싫었고 스트레스의 원인이었다.

20대에는 모든 걸 할 수 있고 실패해도 웃으며 넘길 수 있는 시기다.

하지만 정작 20대에는 취업준비만 했다.

지금 30대 후반인데, 내 나이대에만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주위의 30대를 보면,

결혼을 하고 출산을 해서 어린 자녀를 1~2명이 있고

회사에서는 대리~과장으로 실무자 위치에 있다.

부양가족이 있어 '돈'이 필요하고, 회사에서는 실무자로서 더 많은 일을 시킨다.

그래서 생각 없이 흘러가는 대로 살다 보면 어느새 "가족보다는 회사가 우선"이란 마인드가 장착된다.


한 걸음 물러나 제삼자의 눈으로 보았을 때,

후회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금 내 나이대에만 할 수 있는 걸 곰곰이 생각을 했다.

생각이란 창이 닫혔는지 잘 떠오르지 않는다.

'더 나이 먹기 전에 자격증 준비를 해야 할까?' 그런데 그건 나중에도 할 수 있는데.


그러면서 번개처럼 한 가지 생각이 스쳐갔다.

자녀가 성장하는 순간은 지금 아니면 못 보겠구나

자녀의 첫 뒤집기 순간,

자녀의 첫 걷는 순간,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하는 순간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가족생각하면 미소가 저절로 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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