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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를 꾸준히 하는 이유

by 암띤아빠

1.

나는 잘 살고 있는 걸까?

늘 옆에 있는 아내에게 묻는다.

그때마다 아내는 이마에 삼지창을 만들고 전생에도 수백 번 말했을 문장을 귀찮은 듯이 다시 반복한다.

"내가 몇 번 말하는지 모르겠네. 내 주위에서 오빠가 제일 행복하게 잘 살고 있어!!"

"그런 고민하는 거 자체가 우리에게 수치심을 줘!"

무슨 말을 할지 뻔히 알고 있었지만 이상하게 그 말을 들어야 안심이 된다.

아마 나는 변태적인 성향을 가진 게 분명하다


나는 잡생각이 많은 전형적인 INFJ 성향의 직장인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로운 시간이 주어지면 남들처럼 편하게 쉬면 되는데

나의 뇌는 마치 가시방석에 앉은 듯 쉬지 못하고 곧바로 부정적인 생각을 한다.

"회사 퇴직하면 어떻게 먹고살지? 지금 뭔가 배워야 하지 않을까? 지금의 나는 부족해"


2.

아내는 지금도 충분히 행복해 보이는 내가 이런 생각하는 걸 이해하지 못한다.

가장 가까운 아내마저 불편해하는데 차마 다른 사람에게 할 용기가 안 난다.

그래서 입에 거미줄을 치고 파란 하늘에 떠있는 흰구름을 보며 생각하는 게 습관이 생겼다.

나에게 생각은 크게 2종류가 있다.

부자가 되거나 회귀하는 것과 같이 '종결이 필요 없는 자유로운 상상'과 내가 잘 살고 있나, 무얼 더 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식의 '종결이 필요한 상상'이다.

1달에 한 번꼴로 찾아오는 후자의 생각이 종결되지 않으면 마치 화장실에서 뒷일을 보고 휴지를 사용하지 않은 것처럼 하루 종일 찜찜하다.

그럴 땐 '흰 종이'와 '샤프'를 들고 탁자에 앉아 몇 시간 동안 슥슥 적어 내려가기 시작하여 종결을 내린다.

참고로 나는 눈으로 봐야 안심이 되는 변태적 성향을 가졌다.


3.

처음엔 혼자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는데 내가 모르는 어딘가에 외로움의 싹이 텄다.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나를 공개하는 건 부끄러우니까 비공개로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분들과 소통할 순 없을까?"

그렇다고 사람들을 직접 만나는 오프라인으로 모임은 참석하기 싫다. 신경이 쓰여 스트레스를 받으니까

그래서 익명성이 보장되는 SNS에 집중하려고 했지만 너무나 다양한 플랫폼이 있어 선택의 기로에 섰다.

다시 한번 '빈 종이'와 '샤프'를 들고 탁자에 앉아 슥슥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SNS 플랫폼을 통해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 걸까?"


내 몸에 싹튼 외로움이라는 싹과 진지하게 무의식에서 대화를 나눠보니 싹은 나를 알리기보다는 사람들과 '진정성이 담긴 소통'을 원했다.

요리가 맛있으려면 재료가 중요하듯이 내가 원하는 소통을 하기 위해선 글에 진심인 사람이 필요했다.

그래서 선택한 플랫폼이 브런치다.

브런치는 '작가 승인'이라는 약간의 턱을 만들어 광고를 목적으로 접근하는 사람을 차단하기 때문이다.


여러 댓글 중 아직도 기억나는 댓글이 있다

나는 가족이 최우선이라 회사를 최우선으로 하는 임원에는 관심이 없어 "만년 과장을 선호한다"라는 내용으로 글을 등록했다.

회사에서 이런 말을 언급하면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보기에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하고 답답한 마음을 글에 담아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숲 속 구덩이에 외치 듯

브런치라는 숲 속에서 속 시원하게 털어놨다. 누가 보든 안보든

그런데 한분이 정성그럽게 댓글을 달아줬다.

"나도 INFJ이면서 40대 중반인데 관리자가 싫어 한직으로 자처해서 나왔고 가족이 최우선이다.

친구들은 골프 치면서 즐길 때 본인은 노후준비를 했는데 "내가 이상한가?"라는 고민을 많이 했었다.

작가님의 글을 보며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라고 공감해 주셨다.

"그래 내가 원하는 게 바로 이런 거지!!"


4.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브런치'와 함께 나는 작은 소망이 있다.

그건 퇴직 이후에도 글을 쓰며 진정성 있는 사람들과 자주 소통하며 하하 호호 웃으며 지내고 싶다.

내 소망을 위해서라도 이기적이지만 브런치가 10년, 50년, 100년 계속 이어지길 간절히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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