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역할은 아기가 덜 아프게 하는 것
며칠째 아기가 설사를 한다.
엉덩이를 씻기고 새 기저귀를 채워놓은 뒤 잠시 물 마시고 오면 아기가 다시 설사를 한다.
설사만 하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엉덩이도 빨갛게 헐어 엉덩이를 씻기려고 물이 닿는 순간 아기는 닭똥 같은 눈물과 함께 흐느껴 운다.
장염에 걸리기 전, 우리 아기는 어린이집에서 나이를 통틀어 제일 잘 먹는 아기였다.
하원 때면 선생님의 첫마디는 "너무~~~ 잘 먹어요."
하지만 장염이 걸리고 입맛이 없어져서 그런지 밥 한 숟갈도 겨우 먹는다.
"그렇게 잘 먹던 내가 알던 아기는 어디로 갔을까?"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하니 기운이 없고 계속 누워만 있는다.
힘이 없으니 짜증이 나고 울고, 며칠째 악순환의 반복이다.
설사로 아기가 제일 힘들지만, 부모도 여간 힘들다.
일단 장염에 걸리면 어린이집에 갈 수가 없다.
장염은 설사만으로 공기 중으로 전파가 되기 때문에 어린이집에서는 나을 때까지 집 보육을 권한다.
부모들이라면 다 알겠지만 아픈 아기를 집에서 보육하는 건 정말 쉽지 않다.
일단 모든 신경은 곤두서있는데 아기는 놀든, 먹든 무엇을 하든지 짜증만 내니 지쳐간다.
하이라이트는 설사하는 순간이다.
기저귀가 혹시라도 한쪽으로 쏠려서 잘못 채워져 있으면 바지뿐만 아니라 상의까지 다 젖어버린다.
우는 아기도 씻겨야 하고, 기저귀도 다시 채우고, 설사가 묻은 옷까지 치워야 하는데 절로 한숨이 나온다.
지난주 장염으로 소아과에 가서 먹는 수액을 타긴 했지만 도통 먹지를 않는다.
먹이려고 하면 고개를 좌우로 강하게 흔들고 억지로라도 입에 넣으면 "푸~~~"하면서 다 뱉어 내 옷에 다 묻었다.
하지만 밥은 2~3 수저를 먹고 물은 거의 먹지 않으니 아기 입술이 바짝바짝 말라가기 시작해서
슬슬 탈수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아기가 탈수가 되면 바로 응급실에 가야 한다고 하던데..
저번에 탄 약이 아직 남았지만 링거를 맞으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 해서 아픈 아기를 데리고 겨우 병원을 갔다.
매번 오전에 가서 주차자리가 있었지만, 오늘은 오후에 갑작스럽게 가다 보니 주차장은 이미 만차라서
근처 다이소 건물의 큰 유료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추운 거기를 따뜻한 외출용 이불로 감싸고 5분을 걸어갔다.
다행히 미리 예약을 해서 바로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의사 선생님에게 아기가 먹는 수액도 거부하는 상황을 말씀드리니
"링거를 맞을 수 있으면 하겠지만 안되면 어쩔 수 없이 먹던 수액으로 버텨야 해요"
그래서 아기를 수액실에 데려가니 간호사 한분이 오셨다.
혈관을 찾으려고 아기를 눕히니 그때부터 아기는 막 울기 시작했다.
시작하기 전에 나는 간호사에게 말했다.
"참고로 저번에 독감 때는 수액을 맞았어요" 그걸 듣고 간호사가
팔, 다리 툭툭 치며 혈관을 찾으려고 노력하지만 너무 어린 탓에 찾을 수가 없었다.
그나마 팔에 희미하게 있긴 하지만 여러 번 시도를 할 수 있어서 아기만 힘들 것 같다고 하며 수액은 힘들다고 했다.
그리고 한마디가 나의 가슴을 찔렀다.
"차라리 독감이 나아요. 아기가 장염이면 혈관이 수축해서 링거를 못해요"
그 말을 알아들었던 건지 간호사가 나가자마자 아기는 금세 울음을 멈췄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처방해 주신 먹는 수액을 더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추가로 약사는 억지로라도 하루에 1팩씩 먹인다는 생각으로 먹이라고 했다.
흔히 어른들이 말씀하신다.
"아기들은 아프면서 크는 거라고"
처음에는 의심했지만 정말 맞는 말이었다.
지금은 장하게 장염을 이겨내고 아프기 전보다 더 잘 먹고 건강해졌다.
아기가 아프지 않기를 바라는 게 부모의 마음이지만, 어떻게 성장하면서 안 아플 수가 있을까
그래서 드는 생각이 아기가 아플 때 덜 아프도록 도와주는 게 부모의 역할이지 않을까
다음에 다시 장염이 찾아오면
그땐 대응을 잘해서 아기가 덜 아팠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