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우리는 '버즈'였다.

당신의 '버즈'는 누구인가요?

by 암띤아빠

운전자의 '무엇인가 하지 않고 멈춰있으면 불안해하는 성향'으로

나의 자동차는 특별한 점이 있다.

출발 전, '시동' 이외에 반드시 필요한 1가지가 있다.


그건 '노래 재생'이다.

시동을 켜면 매월 6,699원을 지불하며 구독하는 멜론이 블루투스로 자동 연결되지만,

중간에 유튜브를 시청했으면 유튜브가 연결이 되어 노래가 재생되지 않는다.

그럴 때마다 '손수' 멜론 앱을 누르고 재생버튼을 누른다.

도서관이나 마트와 같이 10분 이내의 짧은 거리는 1~2곡을 들을 수 있어

어떤 노래가 재생되든 신경에 거슬리지 않는다.

다만 타 지역을 가는 1시간 이상의 장거리 운전은 수십 곡을 듣고

또한 운전 중에 노래를 변경하기 어려워

원치 않는 노래가 흘러나오면 계속 신경이 쓰이기 때문에

반드시 출발 전 노래 선곡을 한다.

노래 선곡 기준은 운전자의 기분에 따라 정해진 가수의 '전곡'을 듣는다.


- 신나고 싶네? '싸이'

- 감성을 느끼고 싶네? '아이유'

- 자유를 느끼고 싶네? '블락비'

- 추억에 잠기고 싶네? '버즈'


잡생각이 많은 INFJ로서 자주 추억에 잠겨, '버즈'의 전곡을 자주 듣는다.

순전히 나의 생각이지만 '버즈' 노래 중 버릴 게 하나도 없다.


수십 곡이 있지만 곡 하나하나가 애창곡이고

MP3 시절부터 90% 이상의 용량을 차지하며 20년 넘게 반복해서 들으니

'버즈' 노래 한정하여 1초의 전주를 듣고 맞출 자신이 있다.


대부분의 남학생들은 소녀시대, 티아라와 같이 이쁜 걸그룹을 좋아하고 남자그룹에는 관심이 없다.

하지만 남자밴드인 '버즈'만큼은 예외로 열광을 했다.

왜 그렇게 남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았을까?

잘생긴 외모는 남학생들에게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이고,

아마도 사춘기 남학생의 심정을 대변하는 목소리와 주옥같은 가사 때문이 아닐까?


친구들은 노래방에 가면 유명한 '가시'나 '겁쟁이'를 많이 부르지만,

나의 애창곡은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이다.

"(일렉기타)두두두둥 두두두두두두두~

저 푸른 바다 끝까지 말을 달리면~~"

이 노래는 전주만 들어도 친한 중고등학교 친구들과

화창한 날씨 아래의 모래해변에서 축구도 하고 물놀이를 하며 즐겁게 노는 모습이 떠올라 신난다.

노래를 듣고 있으면 잠시 현실을 망각하고 편안해진다.



직장인이라면 잠시 현실을 잊고 싶을 때가 있다.

상사에게 혼나던지,

추진하던 업무가 계획대로 되지 않아 답답할 때가 많다.

'건설현장 안전관리자'로서 답답한 상황이야 여러 개 있지만,

가장 답답한 상황은 시공계획서 상의 안전조치를 무시하고 위험하게 작업하는 경우를 '목격'했을 때이다.


예를 들면 철골공사 시, 추락을 대비하여 안전대를 착용하는 문화는 어느 정도 정착이 되었다.

하지만 생명줄 설치는 시공계획서에는 반영되었지만 설치/해체에 시간이 걸려 간과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안전고리를 걸 제대로 된 생명줄이 없으면 안전대가 무슨 소용일까?


만약 실수로 발을 헛디뎌 떨어지는데

안전고리를 체결하지 않았거나

허술하게 설치된 생명줄의 매듭이 풀리면

작업자는 그대로 바닥에 떨어져 죽음에 이를 수 있다.


공감능력이 뛰어난 INFJ 직장인으로서

발생하지 않은 사고를 가지고 '혼자' 스트레스를 받아가며 스스로 가슴을 옥죄인다.

"분명 아침에 아들, 딸들에게 잘 다녀올게 손을 흔들며 안아주고 왔을 텐데,

현장에서 사고를 당해 자녀가 아빠를 영원히 만나지 못하면 어떻게 하지?

내가 조금만 더 부지런한 게 안전조치를 챙겼으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을까?"


가슴이 답답할 때면,

점심을 빠르게 5분 컷 하고, 불 꺼진 사무실의 의자를 뒤로 눕힌다.

이어 귀에 이어폰을 끼고 버즈 전곡을 듣는다.

잠시 현실 망각으로 시간은 총알처럼 빠르게 흘러

나도 모르는 사이에 가슴을 옥죄고 있는 끈은 서서히 풀려간다.


'버즈'

이 두 글자는 나이 40을 바라보고 있는 아저씨의 가슴을 아직까지도 설레게 한다.


당신의 '버즈'는 누구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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