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을 좋아하는 이유
대단한 이유 없이,
INFJ 직장인의 감정은 하루에도 수십 번 롤러코스터를 타며 요동을 친다.
'흐린 날씨를 보면' 내려가고,
'귀여운 아기를 보면' 다시 올라가고
'부정적인 뉴스기사를 보면' 다시 급격하게 내려간다.
다행히 10번의 하락이 있으면 9번, "90%는 '물리적 방어'가 통한다."
물리적 방어가 통하는 이유는 몸 구성원들이 '나의 허락 없이' 재빠르게 움직이기 때문이다.
학창 시절 5교시 국어시간에 나의 눈꺼풀이 허락 없이 내려가는 것 마냥
갑자기 감정이 내려가면 몸은 생존본능으로 언제나 늘 그렇듯이 나의 허락 없이 재빠르게 움직인다.
'다리'는 카페로 향하고 '입'으로 달달한 빵과 커피를 주문하고,
'손가락'으로 웹툰 앱을 눌러 '눈'으로 회귀물 웹툰을 허둥지둥 본다.
하지만 간혹 물리적인 방어가 통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면 나도 모르게 창가 옆에 앉아 하늘을 멍하니 쳐다보는 습관이 있다.
집에서 나도 모르게 창 밖을 보고 있으면,
예능에서 문제 틀렸을 때 나오는 소리인 "삐 삐 삐"소리가 저 멀리서 들려오기 시작한다.
"어제 TV를 늦게까지 시청해서, 환청이 들리는 건가?"라고 단순히 넘어가려는 순간
와이프는 나의 머리부근에 진격의 거인처럼 빠르게 뛰어와
무협지의 쌍칼과 같은 단호한 검지 손가락 두 개로 'X'자를 만들고
무언의 "그러면 안 돼"라는 메시지를 세상 심각한 표정으로 전달한다.
와이프는 '나'에 대한 분석을 통해 유일무이한 '남편 박사학위'를 취득해서 보유 중이다.
내가 하늘을 보고 있다는 건 물리적 방어가 실패했고
그렇다고 계속 하늘을 보게 내버려 두면, 부정적으로 Deep 하게 빠져들어
결국 '나는 왜 사는 걸까?'라는 비관적인 말까지 하게 된다는 사실을 모두 예측하고 있었다.
최후의 수단으로
와이프는 나를 집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도서관으로 강제 전출시킨다.
기분이 다운된 집돌이는 나가기 귀찮지만
강제 전출을 당해!? 가기 싫은 몸을 이끌고 도서관에 간다.
겨우 도착해서 도서관 첫 관문인 자동문이 열리고
내 눈앞에 도서관 풍경이 펼쳐지면
화장지에 물이 스며들듯이 나의 감정은 서서히 풀려간다.
- 어둡지도 않고 너무 밝지도 않은 '적당한 조도'
- 새책과 헌책의 냄새가 혼합된 '미묘한 냄새'
- 사각사각 연필소리가 들리는 '적당한 백색소음'
- 도서관에서 먹는 '달달한 커피'
- 부드러운 책을 넘길 때, 살랑살랑 느껴지는 '간지러운 바람'
내가 도서관에 맞춰진 건지, 도서관이 나를 위해 맞춰준 건지
1도의 흩트림 없이 나의 행복에 딱 맞춰져 있다.
내가 도서관을 좋아하는 이유는 1가지 더 있다.
그건 바로 '도서관은 누가 말하지 않아도 조용함을 강요받는 곳이다.'
나는 기차에서 누군가 시끄럽게 떠들어도 직접적으로 조용해달라고 말하지 못하는 '소심남'이다.
오직 도서관에서는 내가 굳이 조용해달라고 말하지 않아도
모든 구성원들의 기운이 모여 조용한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
만약 누군가 실수라도 큰소리를 내면 모두가 일제히 그쪽을 빤히 쳐다보는데,
당사자는 허둥지둥 죄송하다며 고개를 90도 꾸벅인다.
도서관에 오면 모두가 착한 사람이 된다.
착한 사람만 모이는
도서관이 좋다.
건설현장은 크레인, 지게차 장비가 시끄럽게 움직이는 소리,
'탕 탕' 망치소리 등 다양한 소음이 복합된 곳이다.
현장에서 누군가 부르려면,
복근에 힘을 주고 번지점프에서 '악'소리를 지르는 것처럼 바락을 해야 겨우 눈길을 돌릴 수 있다.
그렇게 현장을 1시간 순회하고 오면, 목이 쉬어 물을 벌컥벌컥 마신다.
"하지만 목뿐이겠는가?"
귀는 시끄러운 소리에 적응이 되어, 웬만한 작은 소리에는 제기능을 못한다.
이로 인해 와이프에게 자주 혼난다.
"~~~~~~~ 줘."
"응?? 뭘 줘?"
"~~~~~~ 버려줘"
"응? 뭘 버려줘?"
"더 말 안 할 거야."
"???????????? 왜???"
나는 한순간에 귀머거리가 되어,
속상한 마음에 조용한 도서관에서 일할 수 있는 도서관 사서의 채용공고의 글을 사람인에서 2~3개 읽어본다.
나에게 도서관은
단순 책을 많은 공간이 아니라
신선한 산소가 충분해
내가 숨을 쉬면 쉴수록 나의 정신이 맑아지는 '유토피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