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커넥트랩 파트너 | 태백 탄탄마을
태백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석탄이 발견된 곳이다. 석탄이 발견되면서부터 사람이 마을의 형태를 갖춰 살기 시작했다. ‘검은 황금’ 석탄이 전성기를 누리던 60~70년대를 지나, 1981년에는 인구가 10만 명을 넘기며 태백시로 승격되기도 했다.
한 도시를 먹여 살리던 산업이 사라지면, 신기루처럼 도시의 모습도 흐릿하게 사라져 간다. 50여 개에 달하던 탄광이 '장성광업소'를 끝으로 문을 모두 닫은 지금, 태백의 인구는 약 3만 5천 명.
석탄이 개발되며 사람이 살기 시작한 태백. 광부의 삶에 최적화된 집, 광부 월급날에 맞춘 외상으로 굴러가던 가게들, 광부의 죽음에 함께 숙연해지던 마을. 석탄을 캐던 탄광이 없어진다는 건, 삶을 지탱하던 중심축이 사라지는 것과도 같은 선고였다.
석탄과 광부의 삶을 심장 삼아 돌아가던 태백을 떠나는 사람이 줄을 잇는 가운데, 태백으로 돌아와 새로운 태백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강원특별자치도 태백시 하장설 1길 4. 태백의 장성동에는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탄탄마을'이라는 이름으로 모인 11명 내외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얼마 전엔 이번 여름방학을 끝으로 폐교한 태백중학교를 '제1회 로컬디자인페어 - 자유영토'라는 이름으로 달군 주인공들이다. 작년에는 비엔날레 날땅이라는 이름으로 장성의 곳곳에 순수예술 작가들이 스며들어 전시를 펼치기도 했다.
태백 장성은 광산을 중심으로
모든 것이 돌아가던 곳이에요.
그리고 광산은 목숨을 걸고 일하는 곳이죠.
100년의 광산문화가 견고한 만큼,
자유로운 자기표현과는
지극히 거리가 먼 정서가 있어요.
시작은 2017년. 벌써 8년이 다되어간다. 지금의 탄탄마을을 이끄는 김신애 대표가 고향인 태백으로 돌아오며 시작되었다. 텔레비전 채널도 얼마 되지 않았던, 배우고 싶었던 그림은 멀기만 했던. 그래서 지독히 벗어나고 싶던 태백에 제 발로 돌아오게 만든 건 도시가 만든 '사람과 함께 살아간다'는 감정에 대한 갈증이었다. 그렇게 비슷한 갈증을 가진 사람들끼리 손을 잡았다.
탄광이 사라져 가는 마을에서 할 줄 아는 것들을 동원해 할 수 있는 것을 찾기 시작했다. 2018년 태백시와 협력하여 개관한 '기억을 모으는 미술관-아트티'부터 최초의 광부아파트인 화광아파트를 허물기 전 꽃상여를 꾸며 장성동 주민들과 함께 장례식을 치렀다.
청년들과 함께 자기표현을 삶에 녹인 실험 '광광프로듀스', 무형의 도서관을 표방한 '얼라이브러리' 도서출판, 광산문화예술축제 '광공제', 개간되지 않은 땅이란 주제로 순수예술가들이 모인 '날땅 비엔날레'와 스핀오프 청소년 아트 워크숍, 로컬을 표현하는 디자이너들의 축제 '로컬 디자인 페어'와 디자이너 해커톤까지.
탄광 밖에 없던 곳에서 쉼 없이 달려온 8년이었다.
켜켜이 쌓인 탄탄마을의 활동은
기어이 사람들의 마음을 비집고 들어가,
마른 줄만 알았던 마음에서
눈물을 길어 올렸다.
날땅 비엔날레를 찾은 마을 사람들은 폐포를 소리와 빛으로 표현한 작품 앞에서 멍하니 생각에 잠기곤 한참 눈물을 훔치곤 했다. 광부는 숙명처럼 평생 석탄 가루와 싸우고 진폐증이라는 노동질환을 마주하기 때문이다.
탄탄마을의 일원인 박상아 코디네이터도 비엔날레를 마치고는 삶을 토하듯 엉엉 울었다. 그것은 최선을 다한 운동선수가 흘리는 눈물과도 같았다고 한다. 한계를 지나치며 무수히 마주했을 내 속의 수 없는 내 모습들. 수없는 자기 발견의 끝에는 성장한 스스로가 기다렸다는 듯 나를 울리는 법이니까.
그런가 하면, 로컬 디자인 페어는 디자이너들의 마음을 태백으로 활짝 열게 만들었다. 오픈 전날까지도 부족한 일손을 모아가며 새벽을 꼬박 새워 단장한 덕분일까. 참여했던 디자이너들이 태백에 대한 기억과 이번 경험이 참 좋았다며, 다시 불러달라는 소감들을 전해온 것. 부족함만 크게 보였던 마음 너머로, 기획자로서의 본분을 다 한 것 같다는 기분이 밀려들어왔다고 한다.
탄탄마을의 다음 목표는 라키비움이다. 라키비움은 도서관(Library)과 기록관(Archives), 박물관(Museum)의 기능을 동시에 가진 복합문화공간을 뜻한다. 으레 라키비움이라고 하면 으리으리하게 지어놓은 미래지향적인 건물의 모습을 떠올리기 일쑤지만, 탄탄마을이 꿈꾸는 그림은 조금 다르다.
태백 장성동이라는
광부들의 삶이 녹아있는
마을 전체를
살아있는 라키비움으로
만들고 싶어요.
이들이 그리는 라키비움은 작가들의 책과 작품으로 가득 찬 곳이 아니다. 누구나 자신의 삶의 이야기를 두고 갈 수 있는 곳, 더 나아가 문화예술과 기록을 매개로 자신이 주인공이 된 자신의 삶을 마주할 수 있는 곳을 꿈꾼다. 그것이 고통일지 희열일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자기표현의 자유를 통해 자신을 직접 마주해 보는 감각적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더 많은 자기표현과
더 많은 자기 마주침이
마을이 살아갈 하나의 방법이 되는 것,
거기까지
더 건강하게 달리고 싶어요.
빛나는 비전의 크기만큼, 탄탄마을은 앞으로 할 일이 더 많다. 아티스트를 위한 숙소와 작업실을 비롯한 하드웨어 마련부터, 협업자가 아닌 오랜 시간 함께 달릴 수 있는 동반자를 구하는 것, 마을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동기와 공감대를 더 깊게 새겨가는 것. 그렇게 오늘도 산업이 사라지고 신기루처럼 사라지려는 마을을 붙잡는 이들의 손길이 바쁜 이유다.
각 지역에 맞는
독립적인 수익모델과 경영시스템은
로컬의 지속가능성을 만드는
핵심입니다.
비커넥트랩은 로컬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기존의 경제 성장과는 다른 방식이 필요하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로컬의 지속가능성을 만드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로 1) 지역의 주체(지역공동체) 2) 지역의 자원 3) 이를 활용한 독립적인 수익모델과 경영시스템을 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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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콘텐츠는 비커넥트랩이 태백 탄탄마을관리조합과 함께 로컬디자인페어에 참여 및 교류하며 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