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남산 답사기] 칠불암

원효가 대안의 도량 가르침 받은곳

by 진희영기행작가

1] 칠불암과 신선암 마애보살 반가상


남산(南山)은 경주시내에서 남쪽으로 바라보이는 산으로, 금오산(金鰲山, 해발 468m)과 그 남쪽에 솟은 고위산(高位山, 해발 494m)을 지칭한다. 남산은 이 두 산에서 뻗어 나온 40여개의 산줄기와 계곡을 품고 있으며, 지형은 이 두 봉(峯)을 축으로 동서로 4㎞, 남북으로 9㎞에 걸쳐 형성돼 있다. 그리고 남산 주변으로는 마석산과 치술령 자락이 이웃하고 있어 산세가 더욱 아름답고 웅장하다. 최근까지 남산 일원에서 발굴된 유적지를 살펴보면 절터가 112곳, 석불 80개, 석탑 61기, 석등 22기 등 유물과 유적이 발굴됐다고 한다. "남산에 가보지 않고는 경주에 가봤다고 말하지 말라"는 말이 하나의 명제(命題)처럼 신라인들의 흔적이 가장 많이 남아 있는 곳으로 노천 박물관으로 부르기도 한다. 또한 삼국유사를 쓴 일연선사(一然禪師)는 남산을 두고 "사사성장 탑탑안행(寺寺星張 塔塔雁行)"고 했다. 즉 "절은 하늘의 별처럼 총총하고 탑은 기러기처럼 줄지어 늘어섰다"라고 삼국유사에 기록하고 있다. 남산의 주요 유적으로는 천룡사지, 용산사지, 인용사지, 천관사지, 탑곡 마애불상군, 칠불암 등 왕릉, 산성지 같은 문화, 유적지 총 670여점의 문화재가 발견됐다. 이러한 가치를 인정받아 남산은 1985년 대한민국 사적으로 지정됐다.


1048274_600505_954.jpeg 경주 남산 칠불암

경주시 남산(南山) 봉화골에 위치한 칠불암은 창건 연대와 중창 기록이 전해지지 않지만, 조성 기법과 양식을 볼 때 석굴암과 비슷한 8세기경에 창건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칠불암은 국보 제312호로 지정돼 있다. 칠불암의 특징은 바위 면에 새겨진 일곱 구의 부처이다. 먼저, 높은 절벽을 등진 뒤쪽 자연암석에 3구의 삼존불이 있고, 그 앞쪽에 솟아 있는 돌기둥의 네 면마다 각각 1구씩, 총 4구의 사면불이 조각돼 있다.


  즉 사방불은 동면에 약사여래, 서면에 아미타, 남면에 석가모니, 북면에 미륵이 있으며, 삼존불은 중앙에 석가모니불을 중심으로 좌측에 대세지보살(연꽃송이를 들고 있다), 우측에 관세음보살(정병을 들고 있다)이 모셔져 있다. 석가모니불의 수인(手印, 불상에서 부처· 보살들이 보여주는 손동작)은 향마촉지인(석가모니가 마왕을 항복시키고 성도한 뒤 자신의 깨달음을 지신(地神)에게 증명해보라고 했을 때 취한 수인. 선정인에서 왼손을 그대로 두고 위에 얹은 오른손을 풀어 손바닥을 대고 손가락으로 땅을 가리키는 모양)의 자세를 취하고 있다.


 현재 칠불암 법당에는 부처님 상이 없으며, 스님은 북쪽 유리창 너머로 칠불을 향해 향을 올리고 기도를 드린다. 현존하는 당우(堂宇, 사찰의 전각(殿閣)과 크고 작은 모든 부속 건물의 총칭)로는 인법당(因法堂)을 비롯해 산신각(山神閣), 요사채 등이 있는데, 산신각에는 특이한 모자를 쓴 산신탱화가 있었으나 분실됐다고 한다. 또한, 이 암자에는 칠불 외에도 폐탑의 탑재를 모아 올린 3층 석탑 1기와 옥개석으로 보이는 6개의 석재, 여덟 겹의 연꽃이 새겨진 배례석(拜禮石)이 있다.


 이 밖에도 많은 석재유물과 기와조각들이 있는데, 이들은 거의 통일신라시대의 유물로 추정된다. 또한, 이 암자는 신라의 고승 원효(元曉)가 머물면서 대안(大安)의 가르침을 받았던 도량으로도 전해지고 있다. 마애불상군은 2009년 국보로 지정됐다.


 칠불암의 뜰에는 축대를 쌓아 조성된 건물터가 남아 있습니다. 남북 약 9m, 동서 약 5m, 높이 2m 정도로 추정되며, 사방불 위쪽과 축대 곳곳에 기둥 자리로 보이는 흔적이 발견됐다. 이를 통해 칠불은 모두 건물 내부에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불상 앞쪽 넓이가 10평 남짓해 보이고, 삼존불 뒤쪽에도 기둥자리가 있다. 아마 당시 건물은 석굴사원 형태를 하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며, 크기는 아마 20평 정도였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도 이곳 주변에서 당시의 구조물을 짐작케 하는 기와조각들이 발견되고 있다.


# 신선암 마애보살 반가상


 칠불암이 있는 능선을 따라 올라가면 바위로 이어진 능선의 맨 위쪽 벼랑 끝에 신선바위가 보인다. 칠불암에서 약 200m거리에 있다. 이 능선은 남쪽으로는 봉화대 능선으로 이어져 남산의 최고봉인 고위봉에 이르고, 북쪽으로는 삼화령과 금오산(봉)으로 이어진다. 칠불암 북쪽으로 대나무 숲 사이 오솔길을 따르면 신선암 마애보살 반가상을 만날 수 있다.


 신선암 마애보살 반가상은 칠불암 위 바위면에 새겨진 보살상으로 동 남방 향을 향해 자리 잡고 있으며, 남산의 많은 불상 중에서도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 바위 표면은 광배(光背) 모양으로 파내고, 돋을새김 기법으로 조각돼 있다. 특히, 불상 아래에는 피어오르는 구름이 새겨져 있어 마치 보살이 구름을 타고 하강하는 듯한 신비로운 모습을 연출한다.


 불상은 머리에 보관(寶冠)을 썼고, 보관 아래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이 어깨를 닿아 있다. 오른손은 손목이 구부러진 형태로 손에는 꽃가지를 쥐고 있고, 왼손은 가슴까지 들어 올려 설법할 때의 손 모양을 하고 있다. 보살상은 오른쪽 다리를 아래로 내리고, 왼쪽 다리를 접어 대좌에 올린 반가 자세를 취하고 있다.


 옷은 섬세한 주름으로 표현됐으며, 자연스럽게 흘러내려 다리를 덮고 있다. 오른손에 꽃가지를 들고 있는 모습은 이 불상을 미래불 미륵보살로 추정하게 한다. 이는 일반적으로 미륵보살이 용화(龍華) 꽃가지를 들고 있는 모습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용화는 미륵보살이 성불한 후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 법회를 열었다는 전설 속의 나무를 뜻한다. 꽃가지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신선암 마애보살 반가상은(神仙磨 崖菩薩巖 半跏像)은 보물 제199호로 지정돼 있다. 유희좌 자세를 취한 보살의 모습은 금방이라도 살아 움직일 듯하며, 중생들의 고통을 어루만질 수 있는 자비로움이 느껴진다.

진희영 산악인·기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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