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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호 Veilpale Sep 02. 2015

너와 나는 아득한 꿈을 꾸리라

외로운 우리의 이야기






그는 나의 목 근육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나긋하게 풀어진다고.

그러나 나는 마냥 그래 라고 대답할 수 없었다. 우리의 말은 그 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항상 나는 묵인했고, 슬픔을 선호했으며, 말없이 살아 있었다.



그는 사람보다는 짐승이었다. 슬픈 동물처럼 목덜미는 항상 곤두서 있었다. 그가 가끔 누운 자리에서 내  만지작거리던 것에는, 본인이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음미 같은 것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대체로 나의 체온보다 뜨거웠던 손가. 옷을 걸치듯 내 목덜미를 타넘어와, 의미 없는 움직임으로 만지작거린 뒤 조용히 떨어져 나가곤 .



 나는 아직도 그의 손길을 기억하고 있다. 경추 뒤를 지긋이 흘러가던 손가락과, 목뼈의 굴곡을 새기던 힘 같은 것들을 말이다. 그는 나의 목을 만지작거리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는 이건 그냥 습관일 뿐이라고 말을 이었지만, 목뼈  잠든 신경 다발에 스미던 것은 달랐다.

 마치 고대의 사원을 거니는 ... 내 뼈와   , 역사와 유적을 위로하는 손길.
외롭고 외로운 손놀림이었다. 나의 목덜미에 그의 손가락이 뜨거웠던 것처럼, 그의 손에도 나의 목 뼈는 시렸을까.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가졌더라면, 나는 그를 피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안타깝게도, 그나 나나... 말할 필요도 없이,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았다. 단지 그를 보았을 때부터 깨달았을 뿐이다. 나는 아주 먼 옛날부터 그래 왔고, 또 앞으로도 계속 외로우리란 것을.



어쩔 수 없는 외로움... 서로 같이 있을수록, 더더욱 더해가는 외로움. 그렇기에 나는 그가 내 목덜미를 만지도록 내버려 두었고, 그는 춥고 지친 짐승이 되어 내 어깨에 이마를 묻었다. 마치 그곳이 그의 무덤이 되리라 속삭이는 것처. 그리고 나는 눈을 감고 의미가 없어진 시간을 음미하고 있었다. 삭막한 영혼들끼리 맞부딛히면 사각사각 하는 소리가 날까 하고 궁금해하면서 말이다.



어두운 겨울처럼 유대는 깊었다. 그런 연유로, 봄이 되면 녹을 것처럼 약하기도 했다.

그는 나에게 더 이상 봄은 오지 않는다고 말해 주었으므로, 나는 안심하고 계속 어깨를 빌려줄 수 있었다. 사실을 말하자면 나 또한 발을 움직일 생각이 없었다. 겨울 위에 덮이는 눈이 많이 또 오래 내려서, 그것이 보이지 않을 정도까지 되었으면 했다.

 


그 위에 나그네가 발자국을 찍어도, 지층에 잠긴 보물처럼 너와 나는 아득한 꿈을 꾸리라...



그래, 그랬던 것이다. 그와 나는 함께 마지막을 꿈꾸었다.

우리가 죽으면, 생전의 기억 속에서 해메인다고 믿었다. 마치 닫힌 회로처럼, 사라짐을 모른 채, 작은 머리 속에서 눈부신 꿈으로 끝이 난다고.

그것이 슬퍼서 나는 어린애처럼 매달렸고, 그는 나의 속을 파고들었다. 서로 품을 빌려 줄 수 없는 사람들이었지만, 끊임없이 머물 곳을 찾으며 서로의 위에서 방랑하였다. 그것에서 모든 것의 의미를 찾으며, 우리의 숨이 멎었던 저 옛날의 기억까지 거슬러 올라.






   .     . 

    하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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