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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호 Veilpale Sep 05. 2015

보내지 못할 편지

Fiction.





나는 붓을 고르듯 세심하게 연필을 고른다.
흑연의 심약한 색깔이 대체 뭘 물들일 수 있겠냐만은, 진하고 진한 종이 위에서 달리게 만들기 위해서다. 나는 연필에 대하여, 심은 곧으며 나무는 곱게 눕고 손 끝에 유연하게 녹아들어야 한다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많고 많은 찬사 속에서도 특 거스를 듯 거스르지 않는 결에 대한 것이 으뜸이다. 언제나 스치듯이 이야기했고, 과거의 기억을 뒤지면 내가 너에게 말했던 사실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고.

이런 거야 아무래도 중요하지 않다. 초연하고 산뜻하게 날아가는 흰 공을 알고 있니? 새파랗고 구름 없는 여름 하늘이나, 한 밤의 천장 위로 날아가는 것 말이야. 두르는  하여 미안하다만, 마치 그 질감처럼 본론으로 비약해 보자.

...


그러나 나는 또 이러한 말을 꺼내 놓고선 즉각 후회하기 마련이다. 네가 나의 서툰 글솜씨에 놀라지 않을까 하여. 그걸 다 담기에는 이런 거친 문체는 어울리지 않는다. 대화체를 고르는 게 좋았을까 하고 생각하지만, 그거라고 해서 또 별다를 것이 없어 나는 연필을 놓을 듯 말 듯한 갈등에 사로잡힌다. 때마침 배가 후끈하게 아프다.



 건조하고 차가운 불꽃! 입을 벌리면 튀어나갈 것 같기에 대체로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견딘다. 어느 날 그것이 내 간담 속에 섬뜩하게 깃들 날을 고대하면서.
 아마도 너는 이게 나와 무슨 상관인가 하고 생각하겠지만, 조금만 참고 들어주길 바란다. 이건 내가 너에게 바쳤던 수많은 고백 가운데서도 제일 밑구덩이에 있는 것이다. 네가 나를 알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것이기도 하니까.

 가끔 넌 나한테 많이 아프냐고 물어보곤 했던 것 같다. 진짜 묻고 싶었던 것은, 내 어머니가 어떻게든 해주지 않느냐와 어쩌면 그렇게 엄살이 많느냐는 것이겠지. 여기 이제 나는 변명을 시작하려고 한다. 네가 조금이라도 마음을 써 준다면, 그래서 조금 들여다 보아 준다면 내가 절박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아주 오래된 것이다. 부식시키고 녹이는 대신에 머물러서 삭힌다. 태아가 착상하는 것처럼 위벽으로 스미고, 신경이 타는 느낌을 남기기도 한다. 그게 녹을 날이 언제인지에 대하여 나는 문득문득 시간이 날 때마다 생각하고 있다. 특이하게도 일련의 과정을 거치는데, 곧 검은 담즙이 달콤하게 흘러 다른 모든 것들을 상기시킬 것이다. 웅크린다. 고개를 모아 옹송그린 무릎... 그 뒤편의 피부를 더듬으며, 내 모든 유년의 추억과 역사 거슬 라가는 것이다.


이러다가 나는 이제 내가 곧 늙고 수축하고 견딜 수 없을만큼 얇아져 죽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서는 사실은 이 내가 달려가고 있는 길이   , 좀 무서운 결론에 다른다. 
 이건 마치 질병 같다. 나는 태어날 때부터 아프게 태어나는 그런 종일까. 

 위해선. 
그런 목적이라면 어떤 형태로든 바뀌어야 하는 삶이다. 내가 했던  겪었 많은 못된 들을,  나는 반드 책임져야 한다. 설사 나의 지와  더라도. 

그래서  나는 너에 이야 것이다. ,  끔찍했던 순간에...내가 무슨 일을 하고 는지 잘 알고 있었.


날 미워하거나 싫어하거나 그런 것은 상관이 없다. 다만 우리는 스스로를 탓하는 것을 그만해야만 한다. 또는 무엇이든지, 무엇이라도.

모든 것은 나와 너의 가여운 어긋,  이상 이하도  한다.


그렇다는 사실이 너와 나를 외롭게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 기억은 파괴적이다. 마음이 녹아들면 모든 것은 사라질 것이다. 내가 너와 함께 투쟁했던 것들이 한 순간으로 꺼진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그건 날 상당히 괴롭고 지친 사람처럼 . 선택권이 있었더라 이걸 회피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 더더욱 서글퍼질 뿐이다.


 너와 나 사이의 밤들을 외롭게 하는 건 등불 뿐이다. 그게 없으면 나는 꺼져 것이다. 

 


 불빛 비추는 앞을 보며 고개 숙이고.    원을 드리운다. 나의    사랑 퍼올 테다. 너저분한 조각들 모아 보자. 거기다 대고 숨을 쉬는 거다. 마음의 조각들. 누더기를 기워 희망을 만들어 보려고, 숨을 불어넣는 것이다.


 네가 허락했다면, 미련없이 몸을 던졌겠지. 다만 다정한 너는  용서하  것이다. 나는 그것이 두려워, 차라 도망 결심하였다. 




 없으면 나는 꺼져버린다.


 하지만 그렇기.  등불 문에. 참담한 , 너무나   그 간극 더더욱 적나라하게 와닿는 , 나는   어떻게 할 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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