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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디 Feb 07. 2023

S대 나와도 별 수 없다

엄마들의 삶은 왜 다 그 모양일까

지금 마음이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슬픕니다.

왜 엄마들의 삶은 다 그 모양 그 꼴일까요?




요즘 제가 가장 공들이는 생각이 있는데, 그건 바로 자기계발.


출생연도는 1989년이고 만으로 33세. 

결혼한 지는 이제 3년 차이고 아이는 없습니다. 대신 개 두 마리, 고양이 한 마리가 있죠.


뚜렷한 기술과 경력 없이 이 힘든 세상 살아가려니 그 막막함이 저 깊은 심연처럼 아득해 하루하루 고민과 상념에 빠져 숨만 꼴딱 대고 살고 있는, 그야말로 멋(때가리) 없는 평범녀입니다.


이 평범녀는 2023년 새해가 밝은 김에 원대한 포부를 품게 되었는데, 그것은 올해는 기필코 내 손으로 200만 원을 벌고야 말겠다는 것입니다.


남편 서포터(남편이 식당을 합니다) 말고 내 힘으로! 

결혼 전에 당당히 사회생활을 하던 그때로! 

다시 돌아가고야 말겠다! 는 것이 이 평범녀, 제 올해 계획입니다.


-


어떤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 당당하게 남편 앞에 월급 입금 내역을 들이밀 수 있을까.


전 고민 고민 끝에 이런 결론에 다다르게 됩니다.

'편집디자인이 배우고 싶다.'


가끔 삘 받으면 여기 브런치에 글을 끄적이는 게 습관이면 습관인지라, 꼴에 또 책을 내고 싶더라고요? 

부끄럽지만 이 케케묵은 꿈은 아직 버리지 않은 상태입니다.


혼자 생각한 것이,

글쓰기에 편집 디자인 스킬을 더 하면 뭐 그야말로 편집장 재질 아닌가? 

사진도 찍고 글도 쓰고 편집도 하고...


-


그렇게 벌떡벌떡 살아 숨 쉬는 꿈을 품고 다니던 어느 날, 저는 개 산책을 하다가 편집 디자인을 업으로 하던 한 견주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 분은 동시에 아이 둘의 엄마이기도 했는데, 알고 보니 학벌이 장난이 아니었어요. 지방대 출신의 저와는 차원이 달랐죠. 외고 졸업에 대학교 대학원까지 예술 분야를 전공, 당당히 졸업을 마치고 사회로 진출한, 그야말로 커리어 우먼!


-


대화가 깊어질수록 낮아지는 자존감에 목소리가 작아지고, 그 반면 찌질함은 비행기 탄 맥주캔처럼 빵빵해지던 그때! 전 오직 경청자의 모드로만 그녀와의 대화를 이어나갔습니다.


<그때 알게 된 몇 가지 사실.>


1. 이 커리어 우먼은 지금 식당을 운영하는 남편을 도와 생활하고 있다. = 나랑 똑같다.

2. 이 커리어 우먼은 현재 전혀 그녀와 상관없는 일을 하고 있다. =나랑 똑같다.

3. 이 커리어 우먼은 지금 남편으로부터 떨어져 나와 다른 일을 찾고 있다. =나랑 똑같다.

4. 이 커리어 우먼의 지인(역시 엄마, 우연히 나도 아는 사람!)은 S대를 나왔다. =?

5. S대 나온 그 엄마의 남편은 분식집을 하고 있다.

6. S대 나온 그 엄마는 남편의 분식집 운영을 돕고 있다.

7. S대 나온 그 엄마는 자신의 전공과는 상관없는 일을 하고 있다.

8. 이 두 잘난 여성(엄마)은 똑똑했던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9. 그 이유는 다름 아닌 나이와 자녀 때문이라고 했다.

10. 그리하여 이 두 잘난 여성은 현재 학습지 선생님으로 경제활동을 시작하려 하고 있다. = 나랑 똑같다.


-


사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독서토론 학습지 교사를 해볼까 했었습니다.

뭐, 책 읽는 건 매일 하는 거라 아이들에게 독서지도를 하면 어떨까, 덤벼볼까 했던 것이죠.


저는 이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학벌도 별로고 능력도 별로고 외모도 별로면 할 수 있는 게 얼마 없다, 슬프다, 하지만 현실이다.'


독서토론 학습지 교사가 별로라는 말이 아니라 제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은 잡지사에서 글 쓰는 일이거든요. 다시 예전처럼.... 근데 저 또한 나름 사정이 생겨 결국 포기해 버린 터입니다.


그렇게 여러 날을 자기 타협과 강제 자존감 삭제를 하다 보니 정말로 도전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는 것이 아니겠어요! 이것이 끌어당김의 법칙입니까??

   

비록 아이는 없지만 결혼을 하고 나니 할 수 있는 것들이 반의 반반반반토막이 난 기분도 강하게 든 것도 사실입니다.


-


근데 완전 엘리트급 학벌, 외모, 능력을 가진 여성 두 분이... 저와 같은 처지에 있다니요?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고 그 꼬리가 도저히 잘리지 않아 이렇게 글로 풉니다. 


아이가 있어서? 결혼을 해서? 사실 아이들은 초등학생인데.... 똑똑한 아내를 밀어줄 수는 없는 노릇인가.... 애가 생기면 다 그런가? 한국이라서 그런가? 난 차라리 학벌 낮고 전문직이 아니었던 것을 다행으로 생각해야 할까? 그래서, 나도 결혼을 했는데 그럼 그냥 내 자아실현은 끝난 건가? 아빠가 집에서 애 보고 엄마가 나가서 능력 발휘하는 거 그거 티브이에서만 나오는 일인가?...


-


마음이 너무 속상합니다.

기분은 조금 짜증이 나고

사실 스멀스멀 불안도 하네요.


이미 결혼은 했고

남편의 입에서 슬슬 아이 이야기가 나오고 있으니까요.


 그렇다고 아이가 싫은 건 아닌데

또 그러기에는 제가 하고 싶은 일이 아직은 좀 있습니다.


근데 제가 하고 싶은 일이라고 칭하는 몇몇 것들이 이제 새로 시작하는 형국이라

문제가 좀 있습니다. 

그 문제라 함은 지금은 그 일로 돈을 벌기 전이라는 것, 돈을 번다면 그것이 대체 언제인지 모른다는 것, 

또 벌더라도 계속 벌 수 있을 것인지 확신이 없다는 것, 그래서 자꾸 작아진다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제가 뭐 이제 인생 시작하는 20 대두 아니니까요... 눈치가 보인다고나 할까...


-


그래서...

그냥..

앞으로 제 미래가 어둡고 심난할 것만 같아

참으로 속상합니다.


엄마의 삶은...

왜 다들 그 모양 그 꼴인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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