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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디 Aug 05. 2022

버티는 삶에 대하여

일상의 우울이 오늘 갑자기 나를 덮쳤다.

요전에는 기분이 평화롭고 잔잔하더니

하필이면 요 며칠 전 이런 저런 사건들이 발생을 했다.

결국 오늘에서는 마음의 고요가 깨져버렸다.

틈만 나면 비집고 들어와 나를 폐인처럼 만들어버리는 이 우울이 

이번엔 유난히 더 밉다.

이런 날에는,

커피, 혹은 선물 받은 비싼 홍차 한 잔을 들이켜는 것으로는

기분이 나아질거란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렇다면 난 도대체 어떻게 오늘 하루를 버텨내야하는지 막막하기만 하다.

버티는 삶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그저 이럴 때는 맥주 한 캔을 손에 쥐고 

이제는 모두 결말이 나버린 드라마에 

시선을 내리 꽂는 것 밖에 할 수 없는 것일까.

이것이 버티는 삶인걸까.

드라마는 삶을 버티고 있는 나와 같은 사람들을 위해 창조된 시각물인걸까.

평소에 관심도 없던 드라마에 

별안간 정신이 팔려버린 나는 

바보상자를 통해 현실도피를 하려고 하는 걸까.

19세기 낭만주의 철학자와 예술가들은

'우울'이 우리에게 예술적 영감을 준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과연 이 '우울'은 평범한 인간인 나에게는 무엇을 선물할 수 있을까.

너무 많은 생각에 머리가 지끈거리고

하고 싶은 말은 수두룩하지만 도저히 입 밖에 내놓을 수 없는.

말을 질러버릴, 감정을 드러내 보일 용기도 없는 나는 

도대체 오늘과 같이 일상의 우울이 덮친 날에는 

어떤 가면을 쓰고 생을 살아내야 하는 것일까.

해가 떠있다.

어서 달이 떠야 내가 좀 쉴 수 있으련만, 오늘의 우울한 내가 죽었으면 좋으련만

눈치 없는 해는 오늘도 너무나 눈부시고 너무나 투명하여 

일그러진 내 표정을 숨김없이 세상에 드러내보이도록 한다.

/

달과 어둠.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 걸까.

달 뒤로,

어둠 뒤로,

밤 뒤로,

어서 숨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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