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울란바토르 여행 4일차 (2025. 07. 17.)
게르에서의 잠자리는 익숙하지 않아, 깊이 잠들지 못했다.
결국 겨우 잠들었다가 새벽 6시에 눈이 떠졌다.
밖에 나가보니 아직 어두울 거라 생각했는데, 몽골의 아침은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게르 주변에는 전날에 보이지 않던 말들이 풀을 뜯고 있었다.
사람들이 옆을 지나가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묵묵히 고개를 숙이고 풀을 뜯는 모습이 신기했다.
새소리와 말 울음소리가 어우러진 새벽 공기 속을 걸었고, 그 순간만큼은 세상이 아주 평화롭게 느껴졌다.
산책을 마치고 세수도 하고 짐을 정리하다 보니, 어느덧 게르를 떠날 시간이 다가왔다.
하지만 가이드와 만나기로 한 시간이 훌쩍 지났는데도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이제는 이런 기다림에도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있는게 느껴졌다.
한 30분쯤 지났을까, 저 멀리서 차 한대가 천천히 다가오는 게 보였다.
하지만 차에서 내린 사람은 전날까지 우리를 안내해줬던 여성 가이드가 아니라 처음 보는 남성이었다.
그는 오늘 하루만 대신 안내하게 됐다며 짧게 인사를 건넸다.
여성 가이드가 사정이 생겼다는 말뿐, 다른 설명은 없었다.
아무런 사전 공지도 없이 교체된 상황이 썩 기분 좋지는 않았다.
여행 내내 느꼈던 찜찜함이 마지막까지 따라오는 듯했다.
그래도 다시 볼 인연이 아닐 테니, 이 감정을 굳이 오래 품어두지 않기로 했다.
살다 보면 다양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
특히 다른 나라에서는 그만큼의 차이를 감수해야 할 때도 있다.
그들의 환경과 가치관이 다르다는 걸 이해하려 노력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다른 봉사자들에게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랐다.
아리야발 사원은 원래 일정에 없었지만, 내가 꼭 가보고 싶었던 장소였다.
그래서 가이드에게 부탁했고, 그는 흔쾌히 수락해 차를 대여해 올라가는 입구까지 데려다주었다.
그곳은 길이 험해 낮은 차로는 오르기 어렵기 때문에, 높이가 높은 차량을 이용해야 했다.
입구부터는 차가 아닌 걸어서 올라가야 했고,
우리는 주변 풍경을 즐기며 천천히 사원이 있는 꼭대기까지 올랐다.
올라가는 길에 마주한 자연은 그 자체로 아름다웠고,
인위적으로 손대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
한참을 숨을 고르며 오르다 보니,
코끼리 코를 형상화한 108개의 계단과, 코끼리 모양의 사원이 눈에 들어왔다.
꽤 높은 곳까지 올라와 숨이 가빠졌고, 다리도 아팠지만
조금만 더 힘을 내 108개의 계단을 천천히 밟아 올랐다.
사원에 도착해 내려다본 풍경은 올라오는 동안 겪었던 힘듦에 대한 보상 같았다.
사원 안으로 들어서자 시원한 공기가 피부에 닿았다.
몇몇 사람들은 지쳐 주변에 앉아 쉬고 있었고, 또 몇몇은 조용히 기도에 집중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완전히 엎드려서 절을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예전에 싱가포르 사원에서도 비슷한 장면을 본 적이 있었기에,
이 문화가 같은 뿌리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테를지 국립공원 일정을 마치고 울란바토르로 가는 길.
차 사이를 유유히 지나가는 소 한 마리가 눈에 들어왔다.
차가 옆을 스쳐 지나가도, 그 소는 전혀 무서워하지 않은 채 느릿하게 자신의 길을 걸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인생을 살아가는 태도가 떠올랐다.
다른 사람들이 바쁘게 앞서가더라도 나는 내 속도에 맞게, 내 소신대로 걸어가는 것.
차 사이를 지나가던 그 소를 보며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되었다.
시내에서는 울란바토르의 주요 명소들을 하나씩 둘러보았다. 먼저 수흐바타르 광장으로 향했다.
도심 한가운데 자리한 이 광장은 현대 몽골의 독립운동가 담딘 수흐바타르의 이름을 따왔다고 한다.
주변에는 국회의사당이 있었고, 그 앞에는 말을 탄 수흐바타르의 동상이 위엄 있게 전진하고 있었다.
특별히 했던 일은 없었지만, 그저 몽골의 중심에 서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의미 있었다.
그다음으로 여행의 마지막을 장식할 자이승 전승 기념탑으로 향했다.
이곳은 몽골이 구소련과 함께 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한 것을 기념하고,
몽골 사회주의 혁명 50주년을 맞아 1971년 구소련이 기증한 탑이라고 한다.
둥근 형태의 벽면에는 전쟁 당시의 상황이 정교하게 그려져 있었다.
다양한 색깔이 섞인 벽화는 어딘가 이국적이면서도,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상상하게 만들었다.
모든 구경 마치고 다시 내려가려는 순간, 눈앞에 펼쳐진 도시 풍경이 발걸음을 붙잡았다.
몽골에서의 마지막 날이라 생각하니 눈에 많이 담아두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다.
언젠가 다시, 이 낮은 하늘과 드넓은 초원을 마주할 수 있기를 바랐다.
돌아보면 몽골 여행은 마냥 좋은 추억으로만 채워져 있지는 않았다.
우리나라보다 불편한 점도 많았고, 생각의 차이에서 오는 낯설음도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몽골의 여유로움, 아이들의 순수함, 그리고 대자연의 숨결을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시간이었다.
일상에서는 늘 시간에 쫓기든 바쁘게 살아왔지만,
몽골에서의 시간은 조금 느리게, 그리고 단단하게 흘러갔다.
그 느림 속에서 마음의 여유를 배웠고,
이제는 그 마음으로 다시 빠른 세상 속을 살아가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