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 파묻혀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 3일차 (2025. 07. 16.)

by 얼음안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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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간의 봉사활동을 마치고, 남은 일정 동안은 본격적으로 몽골이라는 나라를 알아볼 시간이 주어졌다.

첫째 날은 도심에서 벗어나 테를지 국립 공원에서 게르 숙박하는 일정이었고,

가는 길에 칭키즈칸 동상에 들렀다.

이 동상은 몽골제국 건국 800주년을 기념해 2006년부터 건립을 시작해,

2010년에 완공된 건축물로 세계에서 가장 큰 기마상이다.

동상을 보면 칭키즈칸이 동쪽을 바라보고 있는데 이는 자신의 고향이 있는 곳이라고 한다.

맑은 하늘과 하얀 구름을 배경으로 우뚝 선 동상은, 마치 칭키즈칸이 하늘 위를 달리고 있는 듯했다.

KakaoTalk_20251012_111252513_24.jpg 테를지 공원 가는 길

칭키즈칸 동상에서 20분쯤 더 달리자, 광활한 초원이 눈앞에 펼쳐졌다.

살면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끝없는 초원을 마주하니, 가슴이 벅차올랐다.

내 마음도 저 멀리 초원 위로 뻗어나가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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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공원에 들어서자 마을이 보이기 시작했다.

입구 쪽은 실제로 몽골인들이 생활하는 구역이라,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야 외부인이 머무는 게르촌이 나온다고 해서 차를 타고 이동했다.

게르로 가기 전, 공원을 둘러볼 수 있는 말타기 체험을 했다.

몽골 말은 한국에서 보던 말보다 훨씬 야생적이고 힘이 느껴져 조금 긴장됐다.

낑낑대며 말에 올라타자, 우리를 이끌어줄 17살 소녀가 다가왔다.

그녀는 방학을 맞아 시내에서 이곳으로 와 마부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나이보다 훨씬 성숙해 보였고, 능숙하게 말들을 조종하는 모습이 대단하기만 했다.

덕분에 조금은 여유롭게 초원의 풍경을 즐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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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바퀴 둘러본 뒤, 우리가 하룻밤 머물 게르가 모여 있는 쪽으로 향했다.

도착하자 게르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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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 내부 모습

게르 안에는 4개의 침대가 있었고, 에어컨이나 선풍기가 없었다.

낮이라 안에만 있어도 금세 땀이 났고, 밖이 오히려 시원하게 느껴졌다.

서늘한 밤이 오기 전까지는 그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KakaoTalk_20251012_111252513_14.jpg 게르 안에서 바라본 바깥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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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는 지쳐 저녁 식사때까지 쉬기로 하고, 나는 주변을 구경하러 게르 밖으로 나왔다.

주변은 온통 초록으로 가득했고, 발을 디디는 곳마다 풀이 푸릇푸릇했다.

맑은 하늘과 어우러진 언덕 위 풍경을 바라보면 감탄이 절로 나왔다.

사진을 찍을 때, 언덕 위에 서 있던 사람이 마치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듯한 느낌도 받았다.

KakaoTalk_20251012_111252513_11.jpg 언덕 위에서 바라본 마을 풍경

저녁 식사 후, 친구와 함께 언덕 위로 올라가봤다.

정상에 서서 내려다본 마을 풍경은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다.

만약 내가 화가였다면, 이 장면을 수채화로 남기지 않을까 싶었다.

KakaoTalk_20251012_111252513_05.jpg 바위를 오르고 있는 몇몇 아이들

주변에는 올라갈 수 있는 큰 바위가 있었지만, 미끄럽고 위험해 보여 쉽게 올라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런데 몽골 아이들은 이쪽으로 와서 별것 아니라는 듯 능숙하게 올라갔다.

봉사활동 때도 느꼈지만, 몽골 사람들은 신체적으로 참 강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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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 위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시간을 보내다 보니, 해가 늬엿늬엿 지 날씨도 많이 쌀쌀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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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 당시의 게르 모습

해질 당시의 게르 모습은 오후와는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왔다.

아직 해가 완전히 지지 않아 구름 사이로 스며드는 연핑크빛,

게르 안에서 은은하게 새어나오는 불빛, 그리고 신선한 공기가 어우러져 감성을 자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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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는 별자리 강사님 설명을 들으며 별자리 관측하는 시간이 있었다.

계속 구름이 끼여 있어 별자리를 볼 수 있을까 했는데 다행히 구름이 걷히면서 별자리를 볼 수 있었다.

드넓은 초원 하늘 위에 놓아진 별들은 차분하게 빛을 내는 것 같았다.

각기 다른 빛을 가진 채로 은은하게 빛을 내는 별들이 모여 게르에서의 밤을 환히 밝혀주었다.




게르에서의 1박2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화장실이나 샤워실 가려면 밖으로 나가야 했고, 밤에는 어두워 후레쉬를 켜고 이동해야 했다.

주변은 말 똥으로 가득해 발을 디딜 때 조심해야 했고, 잠을 잘 때는 벌레가 주변에 있을까 신경이 쓰였다.

어쩌면 위대한 자연을 경험하기 위해 감수해야 하는 일들이었는지도 모른다.

또 오히려 이런 경험 덕분에, 내가 지금 있는 환경과 순간들이 더 감사하게 느껴졌다.


여행은 이런 점이 좋다.

다양한 경험과 요소들이 내 안에 겹겹이 쌓이며, 알게 모르게 나를 변화시킨다.

이것 또한 내가 여행하는 이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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