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가 없는 생선

산문시

by beennotdeep

n년 전 어머니와 다툼이 생긴 후 속상함을 일기로 풀었던 것을 발견해냈답니다.

꽤 산문시같은 느낌이 들어서 올려봐요.



가시가 없는 생선은 없다.

그 사실을 오래도록 몰랐다.


나는 생선을 싫어한다. 미처 분리해내지 못한 가시를 삼켜 다칠 것 같은 생각과 가시를 바르기 귀찮다는 생각이 뒤엉겨 자의적으로는 먹지 않게 됐다.
같은 이유로 닭도 좋아하지 않았다.

다 큰 어른이 되어서야 순살 닭요리나 손질된 생선 정도는 찾아먹곤 했다.
그럼에도 엄마가 튀기듯이 구워준 가자미는 참 좋아한다.
바삭바삭하고 적당히 짭잘한 것이 밥 위에 올려 먹으면 두 마리고 세 마리고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제일 중요한 것은 엄마의 가자미구이는 가시가 없다.
엄마는 가자미구이를 반찬으로 먹을 때만 옆에 앉아 살을 먹기 좋은 크기로 밥 위에 올려주곤 하는데 그게 참 좋았다.
스물 두살이 된 지금까지도 가자미의 가시를 발라본 적이 없었고 튀기듯이 구운 가자미는 가시도 먹을 수 있게 바삭해지나보다 했다. 착각이었다.
오늘 아침 가자미를 굽던 엄마와 큰소리가 오갔고 난생 처음 혼자서 가자미를 먹어야 했다.
자리에 앉아 마주한 가자미는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나비효과가 되었다.
이 나이가 되도록 생선구이를 혼자 발라먹어본 기억이 없다. 그래서 어떻게 먹어야하는지 모른다.
가자미구이는 가시를 발라내지 않아도 되는 줄 알았다.
10분이면 해결할 식사를 2-30여분을 공들여 먹었다.
나름대로 깨끗이 발라먹는다고 했는데 엉망진창이었다.
맛이 없었다.
가시가 없는 생선은 있을 리가 없다.
나는 아마 죽을 때까지도 엄마가 밥 위에 올려줬던 가자미구이가 제일 맛있을 것 같다.


나는 아마 죽을 때까지도

가시를 발라주던 손이 그리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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