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80시대를 살았던 사람들 이라면 빽판 · 빨간책 · 전자오락 이 3가지의 추억을 빼놓지 못할 것이다. 특히 세운 상가에서는 쉽게 구할 수 있어 많은 분들이 추억하는 게 있으실 것이다. 음반수입이 전무했던 1960년대 세운상가에 가면 수입라디오 DJ 이름으로 만들어진 앨범부터 정부가 방송을 금지했던 가수 이미자의 ‘동백아가씨’ 일본판 버전, 서구의 팝송까지 LP로 구할 수 있었다.
플레이보이, 허슬러, 각종 복제된 빨간 비디오나 만화도 세운상가에 가면 은밀하게 거래되곤 했다. 일본 비디오게임과 오락실용 게임 카피판도 세운상가에선 원판의 1/4 값으로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었다.
요즘 같은 시대에는 콘텐츠를 불법복제하다 걸리면 벌금을 물거나 심하면 징역형까지 처할 수도 있지만 그시대는 저작권에 대한 개념조차 없었던 시대였기에 가능 했었다.
청계천박물관은 1960~80년대 청계천 세운상가를 중심으로 성행했던 추억의 빽판, 빨간책, 전자오락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특별기획전 ‘메이드 인 청계천 : 대중문화 ‘빽판’의 시대‘를 개최한다. 청계천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진행하며 오는 11월 11일까지 관람할 수 있다.
전시회에선 라디오 전성시대였던 1960년대에 유명 DJ들이 이름을 걸고 음악방송에서 나온 음반을 편집해 만든 ‘라디오방송 빽판’을 볼 수 있다. 빨간 비디오가 유통됐던 세운상가를 상징적으로 연출한 ‘빨간 방’을 통해 유행했던 잡지들도 전시했다. 추억의 오락실 게임인 너구리와 갤러그도 체험할 수 있다.
빈PD는 7080시대를 살았던 사람은 아니지만 전시를 둘러보며 우리 부모님 세대는 어떻게 젊은 청춘의 시절을 어느 정도는 느껴 보았다. 요즘같이 다양한 콘텐츠를 손쉽게 볼 수 있고 창작자의 권리를 대우 해주는 시대여서 더 많은 만감의 교차가 떠오른다.
<빽판 : 해적판 연대기>
- 해적판은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불법으로 복제돼 판매·유통되는 음반이나 서적, 테이프, 소프트웨어 등을 말한다. ‘빽판’으로 불리던 불법 복제품들은 특히 LP판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밀히 뒤에서 제작되었기 때문에 ‘Back’에서 기인했다는 설과 복제판을 흰색종이로 포장하여 백白색 포장에서 나왔다는 설이 있다.
<빨간책>
세운상가 주변은 플레이 보이, 허슬러, 각종 복제된 비디오와 빨간 만화들이 은밀하게 거래된 곳이다. 특히 어린 시절 치기어린 호기심에 큰 맘 먹고 구입한 비디오에서 전국노래 자랑이 엉뚱하게 튀어나와 당황했던 그 시절로 돌아 가본다.
전시에 등장하는 ‘빨간 방’은 당시 세운상가의 음란물 유통과 소비 과정을 극적으로 연출하기 위해 기획, 제작되었다.
<게임의 전설 : 전자오락>
일본의 비디오게임이나 오락실용 기판을 카피해 수출하며, 국내 전자시장의한 축을 담당했었던 곳 역시 세운상가였다. 보통 게임을 카피하여 원판의 1/4도 안 되는 싼 값에 공급했다. 1990년대까지도 지적재산권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기에 별다른 단속도 없었다. 오락실에서 이용했던 대부분의 아케이드 게임 기판은 세운상가에서 만든 복제 기판들이었다. 특히 ‘너구리’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에서 유독 인기가 높았다. 전시장에 연출된 오락실에서 너구리, 갤러그 게임을 체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