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한 번 말이나 해 봐

사업에도 OO근력이 필요하다

by 해서뜬 손유빈

나는 아쉬운 소리를 잘 못 했다. 누군가한테 아쉬운 소리를 할 바에는 내가 내 일에 좀 더 정진하고, 내가 더 노력해서 인정 받으면 될 일이라고. 구구절절 말을 붙이는 건 아마추어 같다고 생각했다. 거절을 당하면 스스로를 탓하고 다음 시도도 주저하게 된다. 점점 속에 꿍쳐놓는 말만 무한히 늘어간다.


사업을 하겠다고 결심했을 때 나는 이런 생각들을 다 갖다버렸다. <나는 주말마다 10억 버는 비즈니스를 한다> 라는 책의 영향이 컸다. 화자는 아버지와 복사기를 팔러 다니다가 무수한 퇴짜를 맞는다. 그러다 몇 대의 복사기를 팔기도 한다. 무수한 NO에 질려버린 화자는 아버지에게 불평한다. 그러자 아버지는 말한다.


"잃을 게 뭐가 있어? 그래, 사람들은 복사기를 사지 않겠다고 했지. 하지만 그게 어때서? 이렇게 복사기가 필요하지 않냐고 물어서 복사기를 팔면 나는 많은 것을 얻는데 말이야."


알다시피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걸 다른 사람에게 요구하지 않는다. 그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기를 바라고 에둘러 제안하거나 넌지시 알리는 정도다. 하지만 사업할 때는 얻고자 하는 것을 상대에게 요구해야 한다. 요구하지 않으면 그 무엇도 얻지 못한다. 사업 뿐만 아니라 삶에도 해당하는 말이다.


무엇이든 원한다면 요구하고, 거절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내는 것. 요구근력. 내 주변에서 가장 요구근력이 좋은 사람은 정수다. 정수와 함께 회사를 운영하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도 바로 이 요구근력이었다.


내가 어떤 일 하나를 두고 경우의 수 골백개를 생각하고 요구하기를 주저하고 있으면 정수는 말한다.


"그냥 말이나 해보는 게 어때?"


나는 기획을, 정수는 영업에 특화되어 있다. 서로를 보면서 어떻게 OO를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해? 라고 생각한다. 비즈니스 통화를 하는 것에도 거리낌이 없고, 요청해야할 것이나 네고를 해야하는 상황에서도 정말 제 할 일을 한다. 제안이 거절 당해도 그럴 수 있지, 하고 넘어간다. 좌절하지도 않고 '다음에는 이렇게 하면 될 거 같아!'라고 한다.


옆 사람의 영향력은 정말 크다. 곧장 말이라도 해보기로 했다. 내가 한 결과물을 한 번 보고 피드백해달라고 보내본다거나, 계약을 할 때 내 몫의 얼마를 더 주장해본다거나. 말을 하지 않았다면 얻을 수 없었던 기회와 내 시야 밖의 의견도 들을 수 있었다. 어느 정도 효용을 느끼고 나니 이제 그냥 해!(사실은아주많이떨고있음)하며 허세도 부릴 수 있게 되었다.


정수에 반해 기획자 시절의 나와 요구근력 수준이 비슷한 또다른 프로듀서, 수빈의 말버릇은 이렇다.


"그렇게 해도 괜찮을까요? 혹시 이럴 수도 있는데... 괜히..."


엊그제인가 수빈이 크리에이터에게 어떤 요구를 해야하는 상황에서 나는 또 요구근력을 제창했다.


"그냥 해! 일단 해! 안되면 말아! 그냥 물어 봐! 말이라도 해 봐!"


나에게 등떠밀린 후 수빈은 당당하게 요구한 내용을 쟁취해서 돌아왔다. 뿌듯한 표정은 덤이었다. 요구근력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여서 그렇지 사실 해보면 별 거 아니다. 요구가 손쉽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고, 거절 당하더라도 또 다른 기회는 어디엔가 심어진다. 그때의 요구는 언제 나에게 또 답을 줄지 모른다. 나와 수빈이 요구근력의 근수저가 되는 그날까지 '잃을 게 뭐가 있어! 일단 해!' 극기훈련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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