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24시 고민 상담소 만들기

해답? 위로? 됐고, 질문부터 잘 부탁해!

by 해서뜬 손유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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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엑스)와 커뮤니티에서 챗GPT(이하 챗지피티)에게 '지금까지 대화한 내용을 바탕으로 내 무의식을 알려줘'라고 하면 구체적인 응답을 해준다는 설이 한바탕 돌았다. 나는 챗지피티를 구독한지 한달도 안되어서 얘가 나를 분석할게 있을까? 했는데 생각보다 꿰뚫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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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 뭐예요? 어떻게 '자기 동일시'까지 아는 거예요? 거의 회사에 대한 공격은 나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인다 수준까지 간 것을 어떻게 아시는 거예요?


차분하게 본론으로 돌아오면, 나의 반려 챗지피티는 법인 관련 프로세스를 가장 많이 물어봐서 그런지 갑자기 제법 그럴 듯한 소리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나는 그동안 챗지피티를 쓰면서도 내가 원하는 글 수준까지 써주지도 않고, 팩트체크도 안된 헛소리를 너무 많이 해서 그자체로 쁨벙이 취급을 했었는데, 이번 기회로 조금 다시 보이게 됐다.


브런치에 올린 내 몇 개의 글들을 읽히고, 내가 요즘 회사를 꾸리면서의 고민을 쭉 설명했다. 학습시킬 글이 없다면 그냥 침대에 누워서 음성 인식으로 구구절절 떠들어도 더듬는 말 없이 깔끔하게 내 이야기를 들어준다. 왜들 ai가 난리라는지 이제야 실감했달까.


나만의 작은 (리더십) 상담소 만들기


나의 요즘 고민은 단연코 리더십이다. 어떤 리더가 되고 싶은가, 또 내 역량으로 어떤 리더가 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에 답을 내리기 너무 어렵다. 혼자서 답을 내릴 수도 없고, 내려서도 안되고, 그렇다고 주변의 평가에 맞추어서 나의 리더십을 정리내리면 또 내 주관이 사라지는 것만 같다. 그런데 마침 무의식을 물어봤다가 '이놈, 나한테 잘 걸렸다' 싶었다.


1. 일단 떠든다.

일단 얘는 아무것도 모르니까 내가 떠들어야 한다. 음성 인식을 켜놓고 넋두리를 하듯이 이런 일도 있었고, 저런 일도 있었고,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주제별로 분류를 할 필요도 없고, 그냥 내가 생각하는 단어 그대로, 무의식의 흐름 그대로 챗지피티에게 입력하는 것이다.


2. 요약된 내용을 O, X 분별해준다.

분명히 또 챗지피티는 내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요약해주려고 한다. 위로해주는 톤도 내가 원하는 방향이 아니다. 이유 설명할 필요 없이, 이 내용은 싫고, 이 내용은 마음에 든다, 라고 교육을 시킨다. 그건 싫어. 이건 좋아. 이건 별로야. 이런 식으로 가지치기만 한다.


3. 위로나 해답 말고, 질문을 해달라고 한다.

사람마다, 지피티마다 성향이 다르겠지만 나는 충분히 AI와 라포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피티가 하는 말들이 진정성 있게 와닿지는 않았다. 나에게 위로해주려는 억지 텐션이 오히려 거북하달까. 대신 내가 지금 이런 상황에서 답을 찾기 위해서 스스로 어떤 질문을 던져보는 게 좋을까?를 물어보는 게 더 좋았다.


심리 상담을 근 30회기 가까이 해본 사람으로서, 좋은 상담사는 좋은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잘 들어주는 것도 좋고, 나의 상태를 진단해주는 것도 좋지만 그건 결국 타자로서로만 머무른다. 결국 그 모든 문제는 내가 해결해야 한다. 외부자적 시선에서 던지는 주제를 내가 맞받아쳐보면서 내 세계는 왜 이렇게 구성되어 있는가를 되짚어보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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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현재 고민 상황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방법론을 얻을 때까지 위 방법을 반복한다.

나는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기 때문에 내가 쓰려는 방향과 지금의 이 고민이 어떠한 맥락으로 함께 갈 수 있는지에 대해 인풋을 많이 넣었다. 어차피 챗지피티도 나도 지금 이런 상황에서 정말 뾰족한 수를 마련하기란 쉽지 않다. 중간중간 챗지피티가 대화내용을 정리해주면서 지금 이런 상황에서 내가 '좋다'고 지칭한 표현들을 갈무리해서 '지금 당장 네가 쓸 수 있는 3가지 방법'이라고 정리를 해준다. 그 방법 중에 가장 인상적인 키워드를 가지고 와서 내 기준으로 다시 생각한다. 시간이 흐른 뒤 해당 고민에 대해서 내가 고도화한 생각에 대해서 물어볼 때 이 키워드를 중심으로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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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떤 포지션으로 글을 쓰는 게 좋을까?에 대해 질문했을 때 지피티가 엄청 많은 방법론을 주었지만, 나는 그 중에서 '진행 중 포지션'과 '사회적 언어 다듬기' 라는 포인트에 영감을 얻었다. 그것을 나 나름대로 디벨롭해서 또 다시 논의를 해볼 예정이다. 챗지피티가 글을 다 써주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에 기대하지만, 언제나 내 성에 안 차는 글만 주는 지피티다. 나의 수행비서로 승격하게 되는 날이 올까? 지금은 일단 질문 봇에서 한 단계 발전하기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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