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둘에 왜 갑자기 법인을 내게 되었느냐면

by 해서뜬 손유빈

3월 21일부로 사업개시일이 시작되었다. 사업자등록증에 찍힌 내 이름 석자와 주식회사 해서뜬이라는 이름을 보니 감회가 새롭다. 사업을 시작하겠다고 결심한 것은 8월이었고,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 것은 10월, 11월에 지금의 팀원들을 만나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뭐라도 해보겠다고 중지를 모았다.


회사가 안 맞아서?

회사라는 조직이 안 맞아서 회사를 차리기로 했을까?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렸다. 회사에서 주어지는 직무가 잘 맞았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그 직무를 6개월에서 1년이면 질려한다는 데 있었다. 아무리 조직이 유연하다고 해도 그렇게 자주 포지셔닝이 바뀌기란 힘들었다.


그래서 나는 사이드프로젝트를 많이 했다. 그와 연관된 사업자를 낼 뻔한 적도 종종 있었다. 타로 유튜브가 제법 잘 되어 진로를 그쪽으로 해볼까 하며 온라인 상담소를 열었을 때. 텀블벅 공모전에 당선되고 자체 출판을 할 때. 나는 그 모든 게 회피라고 생각했다. 내 주제에 사업은 무슨. 그냥 회사 다니기 싫어서 별 생각 다한다고 생각했다. 사실 그게 다 전조가 아니었을까? 나는 유튜브와 콘텐츠 창작업에 관련된 업종으로 법인을 냈다.


엄밀히 말하면 자회사 대표다. 모회사인 아리씨가 일부 지분을 갖고, 나와 정수가 또 지분을 나누었다. 처음 이렇게 시작할 때는 '나는 아리씨에 입사하지 않았으면 사업을 절대 안 했을 거야'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사업개시가 시작되고, 나름 매출도, 업무 분장도 구색을 갖춰가는 광경을 마주하니 마흔이 되든 쉰이 되든 그 어느날의 풍경도 이와 다르지 않았겠다 싶다.


대표라니! 너무 축하해! (앞으로 고생길이 훤하겠구나!)

라는 말은 나에게 아직도 어색하다. 내가 대표인가? 대표가 뭐 별건가? 싶다. 누가 어떻게 사업을 했어? 나같으면 못할 텐데! 이렇게 말하면 나는 대뜸 통장에 얼마 있냐고 물어보고 싶다. 한 이삼백 있니? 그럼 너도 할 수 있어. 이만큼 금방 살 수 있는 자격증명이 없다.


5개월 일하고 월급 처음 받았다

맞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11월부터 준비하면서 실업급여를 받았고, 정식 월급을 받을 수 있게 된 건 이달이 처음이다. 그동안 내가 퇴사를 하지 않았다면 더 많은 돈을 벌었을 것이다. 그렇게 셈을 시작하면 괴로워질 일만 남는다. 당장 내 입에 풀칠은 어떻게 할 것이며, 앞으로 직원들 월급은 어떻게 주지? 돈으로 시작되는 걱정은 당장 막을 속셈도 안 떠오르면서 저만의 깊고 너른 구덩이를 만든다. 거기 발을 붙이기 시작하면 사업은 못한다고 보면 된다. 구덩이는 늪이 되고, 늪은 그 자체로 불신의 생태계를 만든다. 나는 그쪽을 쳐다보지도 않는 낙천주의자다. 어차피 잘될 건데 그런 쪽을 왜 봐?


사실 친구들이 대단하다고 했던 게 이런 걸까? 나는 그저 굶어죽더라도 내가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 뿐이다. 실패한다면? 사지 멀쩡한 지금 실패한 게 오히려 낫다 주의다. 이걸 내가 언제 배웠냐면 근 6년동안 우울증의 늪에서 가까스로 탈출한 뒤다. 찬란한 20대의 절반 이상을 우울증과 보냈다. 꽤나 끔찍했지만 돌아보면 없어서는 안될 시간이었다. 6년을 날렸다고 생각하며 좌절하기보다 배웠다고 생각하면서 제법 어깨가 으쓱해지는 시간으로 삼기로 했다.


살을 찢는 고통 없이 낳은 법인

법인은 법 법에 사람 인을 쓴다고 한다. 대표이사 손유빈이 아로새겨진채 태어난 해서뜬을 보고 있으니 정말 사람 하나가 태어난 기분이 들었다. 내 관점에서는 새 삶을 부여받은 느낌이랄까? 출산을 경험해보지 않았지만, 감히 유사할 것 같다고 표현하고 싶다. 특히 겪어본 사람들만 안다는 점에서 그 궤를 같이 한다. 법인을 내본 사람만 아는 감정이 있다. 이래서 엄마가 자꾸 자식을 낳아보라 그랬나? 싶을 지경이다.


타투는 어느 정도 치기가 섞여있었던 것 같지만, 대표는 뭐랄까 내가 오롯이 책임질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서 저지른 일이라 의미가 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 증말 세상에 버리는 경험은 없다. 지금까지 이것저것 벌린 모든 일들이 한줄로 꿰어져 지금 이렇게 내가 나의 자리를 만들어 일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하다. 운도 좋게 사업하느라 집도 절도 다 팔지 않고 설립하자마자 돈도 벌고! 나랑 같이 일하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 감사하다. 매일 감사 기도를 짧게라도 한다. 요새 모든 글이 다 감사로 끝나는 것 같다. 이만큼 읽어준 사람들에게도 감사하다. 감사에는 항염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나는 업무 스트레스를 감사로 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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