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안 해도 되는 대표

세상에 그런 대표가 존재한다고?

by 해서뜬 손유빈

대표가 된 나에게 모두가 말합니다.
많이 바쁘지? 많이 힘들지? 일이 많지? 신경쓸 게 많지?


솔직히 말하면 많이 없습니다.

대부분 회의가 많은데요. 직원이었던 시절을 생각해보면 1/5도 일을 안 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지금 사업 운영과 돈벌기보다 정말 나는 누구고, 무엇을 동력 삼아 일을 하는지 고민 중입니다.


여러분은 나를 구성한 무엇이 일하게 하는지 알고 계시나요?

돈 벌려고, 라는 현실적인 이유 말고 꼭 이 일로 돈을 벌어야만 하는

존재론적인 사명... 이라기엔 가볍고, 이유라기엔 묵직한 것들요.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일을 계속 하게 만드는 동력이요.


그런 거창한 의미까지 가지 않더라도

내가 왜 이걸 하는지에 대한 나만 아는 필사적인 마음의 소리? 같은 거요.


저 같은 경우는 꽤 오래 콘텐츠를 만들고, 글을 쓰면서 살았는데

요즘에 그 일들이 저에게 원초적인 기쁨을 주지 못한다는 걸 알았어요.

그냥 하고 나면 마음이 좋고, 자꾸 들여다보고 싶고 뿌듯해 미치겠다는 감정보다는

해내야만 하고, 무겁고, 하기 싫고, 억지로 끌려가는 기분이 듭니다.

사실 일이 다 그렇지 않은가? 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해서 대표가 된 상황에서까지

이러한 기분에 압도되고, 견디면서 매일 8시간을 버텨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저도 이런 생각을 안 했거든요?

제 옆자리에서 일하는 수빈이는 갑자기 어깨춤을 춥니다.

"수빈아, 갑자기 왜 그래?"

"좋아서요. 제가 못 하던 것을 해낸 게 눈에 보여서 너무 좋아요."

자기가 어깨춤을 춘지도 모르더라고요?

마치 폭삭 속았수다의 애순이 가슴을 부여잡고 "너무 좋아~"하는 모습처럼요.

그만큼 자신의 성장에 대해 기뻐하고 만끽하는 모습이 부러웠어요.


막상 저렇게 해보려니까 너무 부끄럽고, 누가 욕할 것 같은 거예요.

일이라는 게 그런 거니까, 다른 사람들도 다 그렇게 살고 있으니까 시선도 의식되고요.

정말 한 번도 저는 제가 무언가를 해냈다라는 감정에 시간을 할애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누군가가 알아주기를 기다리면서, 알아주면 그제야 안도하고 다음 단계부터 생각했죠.


갑자기 나한테 너무 가혹하고, 소홀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제가 대단해지면, 무언가 더 좋은 것을 만들면 그때 행복해질 줄 알았는데

이렇게 살다간 그런 건 영영 오지 않겠다 싶어요.

어색하더라도 스스로를 인정하고, 소통하는 법을 익혀야겠어요.


그래서 잠시, 일을 좀 안 하려고요.

전에는 어떻게 그럴 수 있지, 반문부터 했지만 이제 진짜 안 해보기로 했습니다.

참 배부른 고민이다 싶은데, 그런 마음도 삼켜보고요.

사업이 망할 것 같다는 불안과 부채감이 있지만 지금 제 옆에 동료들이 그래도 괜찮다고 말해줍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목표로 삼아보면 어떠냐고 합니다.

너무 한 번에 빨리 많은 것들을 해내려고 한다고요.


사실 이렇게 말했지만 남들이 보기에는 일을 안하는 게 아닌 것처럼 보일지도 몰라요.

책임감 없이 약속한 것들을 안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나만의 은밀한 일 안하기...는

지난 주에 주간 일기를 한 번 빼먹었어요.

지금 계획 세운 거 다 안 하기로 했어요.

콘텐츠 발행은 그냥 월요일에 몰아서 예약을 다 해두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콘텐츠를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저에 대해서 칭찬해주고, 저의 감정을 읽어주기를 하고,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음)

저의 내면과 이야기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기로 했어요.

지금 당면한 문제들이 없어서, 좋은 동료들을 만나 이런 시간을 가질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오늘 저는 눈썹을 아주 잘 그렸습니다.

시간을 딱 맞추어서 아카데미 교육을 잘 끝냈고, 말을 흔들림 없이 잘 했어요.

그리고 끝나고 나서 스스로 뭘 잘못했나, 실수했나 돌아보지 않았습니다.

영상 촬영을 했는데, 연기를 아주 자연스럽게 잘 했습니다.

카메라 앞에서 자연스러운 게 제 특기인가 봐요.

원래 이렇게 쉬운 단어로 글을 쓰지 않는데 시도해보았습니다.

이런 글도 제법 잘 쓰는 것 같습니다. 아니, 이건 아닌 것 같아요.
솔직히 다 지우고 싶지만, 이런 것도 다 올리려는 저의 용기에 박수를 쳐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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