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최초 휴식기를 지나오며... ‘나 정말 잘 되려나 봐!’
2주간 멋대로 브런치 휴식기를 가지고 다시 글을 쓴다. 지난 2주간 나는 글도 안 쓰고 일도 안 했다. 두통이 너무 심해서 병원을 주로 들락날락했다. 병원에서 주사를 맞다가 미주신경성 실신으로 쓰러지고 나서 나는 또 기도를 했다. 대체 나에게 왜 이러시나요? 목과 어깨가 아파서 앉아있기가 힘들었다. 자다가도 두통 때문에 깨기도 했다. 살 만한가 싶으면 시련을 주시나. 내가 더 깨달아야 할 것이 무엇이길래.
며칠 출근을 하지 않고, 휴가를 보내며 알았다. 살 만했기 때문에 아프기 시작했다고. 회사에 매진한다는 핑계로 운동을 삼개월 정도 쉬는 바람에 그나마 버텨주던 몸이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등 운동을 열심히 해서 그나마 등까지 통증이 번지지 않은 거라나. 나와 비슷한 증상을 호소하는 30대가 많다고 했다. 몸을 만들기 위한 운동이 아니라 이제 진정 살기 위해 운동해야하는 그런 날이 온 것이다. 헬스 3년 하느라 쏟아부은 돈이 몇백 깨졌어도, 사실은 투자가 나를 버텨주고 있었던 것이다.
미적대며 그렇게 6월을 보냈다. 그렇다고 죄책감을 느끼지는 않았다. 인생 최초의 일이다. 곁에서 정수, 지민, 수빈이 나에게 쉬어도 된다고 말해주어서였다. 말만 하지 않고 내 일을 덜어주었다. 나는 지난 3월부터 본능적으로 일을 나누고 있었다. 5개월간 이들을 관찰하며 각자마다 내가 없는 능력이 있었고 굳이 내가 할 이유가 없다는 걸 알아챘다. 그동안 대표라는 자리에 대해서도 스스로 객관화하게 된 결과물이랄까. 나의 강점은 글을 잘 쓰고 뭘 만들고 이게 아니라 그냥 내 주제를 잘 알고 자원을 잘 쓰는 데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I Believe 감성으로 한명씩 자랑을 해보자면,
정수는 수에 밝다. 돈에 예민해서 회사에 들고 나는 돈을 잘 안다. 무엇이 돈이 될 수 있는지도 안다. 정수랑 같이 하면 나와 수빈 같은 비영리 인간도 금세 영리 인간이 될 수 있다. 목표 의식과 사람을 사로잡는 언변도 대단하다. 입이 닳도록 말하지만 타고난 영업맨이다.
지민이는 효율적이다. 비효율을 정말 싫어하고, 해야할 일에 대해 적시에 체크할 줄 안다. 뭐 이런 실무 역량도 있지만 지민이의 엉뚱함은 회사의 활력이 된다. 가끔 열여섯 살이 할 법한 순수한 질문을 한다. 그런 질문들이 사무실을 삭막하지 않게 해주는 것 같다. (어떤 질문을 하는지는 본인 허락을 받고 다음에 길게 써보겠다)
수빈이는 성실하다. 성실도 재능이다. 그렇게 하려고 해도 못하는 사람이 천지에 널렸다. 수빈이는 근태도 좋고, 한 번 알려준 것이 루틴처럼 쌓이는 사람이다. 내가 지금껏 알려준 것들이 마음에 쌓이는 타입이다. 믿음을 언제나 마르지 않게 주는 사람이다. 내가 나중에 수빈이는 유한양행 유일한 선생처럼 될 거 같다고 예언했다.
나는 어떤가. 나는 고립과 연결 사이에서 조율을 잘 한다. 개인마다의 강점과 업무를 연결하는 것을 잘한다. 업무 A와 업무 B가 있더라도 그 업무 사이의 관계성을 알아내고, 업무 A가 나와 회사의 미래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연결해낸다. 누군가의 피상적인 표현이라도 본질적인 의미를 읽어내는 일에 탁월하다. 지금 이 네 명의 팀원을 조합해 16가지 이상의, 그보다도 더 많은 경우의 수를 만들 자신이 있다. 나는 지난 6개월간 나를 포함한 네 사람의 각자의 포지션을 적재적소에 바꾸어가며 성과를 만들어냈다.
나는 모든 직장인이 고립과 연결을 동시에 꿈꾼다고 믿는다. 많은 직장인들이 사이드 프로젝트, 퍼스널 브랜딩, 이직, 커리어 변화를 원하는 것도 결국 나와 세상의 연결을 발견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만의 세계, 이해 받지 않아도 괜찮은 나만의 영역을 보장받고 고립되고 싶기도 하다. 고립과 연결이 반복되지 않으면 날이 갈수록 일의 의미가 좁아지고 단출해질 수밖에 없다. 열정과 꿈이 있던 일도 퇴색되어버리고 오로지 돈벌이가 되는 순간이 직장인이 스스로를 초라하게 느끼는 순간이리라. (고립과 연결의 의의는 다음에 깊이 다루기로 하고.)
여하튼 이들과 상반기 총평을 진행했다. 지금껏 우리가 무엇을 해왔는지에 대해서 쭉 적어서 공유했다. 우리 팀원들이 아마 이걸 보고 동기부여가 될 것 같아서 쓴 게 가장 큰 목적이지만, 그래도 나도 처음으로 뭔가 그래도 해냈다는 감각을 느낄 수 있었다.
평소라면 절대 알지 못했을 나의 강점도 깨닫고, 나는 그간 참 여유가 많아졌다. 안달복달하지 않아도 뭐가 된다는 느낌이 든다. 이럴 때일수록 조금씩 놓고 살아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된다. 회사를 계속 다니고 있었다면 알 수 없었을 감각이다. 내 회사를 한다는 게 불안하기 때문에, 그만큼 맺어지는 결실도 다 내 것이다.
쉬면서 나를 많이 알게 됐다. 정확히는 어떻게 내 스스로와 소통할지 감을 잡았달까. 명상하고 기도 드리고, 운동도 하고, 감사일기도 쓰면서 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나를 증명하지 않아도 되고, 사랑 받지 않아도 괜찮다는 생각을 한다. 이미 충분하고, 감사하고, 잘 되어가고 있다. 몸과 마음이 가볍다. 어디로든 뛰어갈 수 있겠다!
끝으로 상반기 총평을 마무리하며 우리 팀원에게 남긴 메시지를 덧붙여본다. 그 언젠가 고단한 날에 이 메시지가 나를 북돋아주기를.
여러분 덕분에 나에 대해서 알아가는 시간이었고, 여러분 덕분에 잘 쉬었습니다!
(이럴 때 쉬어도 된다고 진정으로 위로해준 사람들, 공동체가 인생에 처음이라는 사실에 감격과 감사)
스스로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포기하고 정수, 수빈, 지민에게 미루었는데, 그게 더 성공적이었어요.
삶이란 역시 혼자 사는 것이 아니네요. 여러분들이 저의 든든한 지지대가 되어주어서 감사합니다. 공동체의 의미를 알게 되었고, 함께 일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사업을 시작할 때 혼자 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그 목적을 여러분 덕분에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비전과 가치를 완벽하게 만들어내기는 아직 부족함이 많아서 제 성에 차게 이루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사업을 시작하는 단계에서 당연한 것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오히려 완벽하지 않아서 더 완벽한 기분!
우리는 아직 젊고 가야할 길이 머니까 이정도면 참 잘했다고 칭찬해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