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모래시계라면

오늘은 어떤 모래알을 흘려보냈나요?

by 해서뜬 손유빈

대체로 내가 좋지만, 종종 너무도 미워지는 나날들이다. 이제 정말 일을 벌여야 하고, 중대한 선택 전에 나는 늘 혼자 열심히 망설인다. 망설이는 스스로에게 너무 큰 실망을 하기도 하고, 그러다 지금까지 쌓아온 고민의 깊이에 감탄하기도 한다. 사업가라면, 대표라면 아주 대단한 일을 해야 한다고 착각한다. 이 착각은 우리의 미래에 무엇이 될까? 나는 여전히 대단한 선택을 하고 싶다. 그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자학과 자존의 사이에서 널을 뛰는 내 마음.


“테드, 자네의 삶이 모래시계라고 생각해보게. 위쪽의 수많은 모래알은 가운데 잘록한 관을 통해 천천히 고르게 떨어진다네. 그 좁은 관으로 더 많은 모래알을 통과시키려 한다면 결국 모래시계를 망가뜨리고 말겠지. 자네나 나, 사람들 모두가 모래시계와 같다네. 아침에 일어나면 해야할 일이 수없이 많아 우리는 그 일을 그날 다 해치워야 한다고 생각하지. 하지만 해야할 일을 모래알이 좁은 관을 통과하는 것처럼 한 번에 하나씩 천천히 고르게 처리하지 않으면 우리의 육체와 정신은 망가지기 마련이야."

- 데일 카네기, 자기관리론


내 모래시계는 단단히 고장이 났다가 얼마 전에 고쳐졌다. 한 번에 하나씩 천천히 고르게 처리하지 않으면 탈이 난다는 사실을 알아서 의식적으로 한 번에 하나만 하려고 노력 중이다. 그럼에도 나는 나를 계속 닦달한다. 글도 쓰고 싶고, 일도 하고 싶고, 새로운 사업도 벌이고 싶고, 사람들도 또 만나고 싶고, 유튜브 영상 편집도 하고 싶고, 그 모든 것을 다 하면 몇 달 전처럼 번아웃이든 몸살이든 날 텐데... 그 일들이 나를 살아간다라는 감각으로 데려다 줄지 미지수라 선뜻 뭘 하질 못하겠다. 이런 생각이 문제인 거겠지.


우리는 두 영겁의 시간이 만나는 바로 그 순간에 서 있다. 하나는 영원히 지속되며 쌓여만 가는 과거요. 다른 하나는 기록된 시간 바로 다음을 계속해서 맞물려지는 미래다. 우리는 이 둘 중 어디에서도 살 수 없다. 찰나의 시간도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렇게 하려고 애쓰면서 몸과 마음을 망가뜨리고 있다. 앞으로는 우리가 살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을 사는 데 만족하기로 하자. 그 시간은 일어나서 잠들기 전까지다.


책을 읽으면 생각이 너무 많아져서 요즘엔 오디오북을 들으면서 게임을 한다. 나는 그 두 가지 일에 대강 발을 얹어두고 의식을 멀어지게 하는 것을 좋아한다. 주말에 들은 양귀자의 모순과 데일 카네기의 책들. 행복의 본질이 무엇인가 생각하게 하는 책들이다. 현실로 돌아와 일을 하고 있으면 나는 계속 과거를 자책하고, 미래를 넘겨짚다가 마음을 골백번 접지른다. 지독한 시간여행은 역시나 정신건강에 좋지 않다. 행복하려고 하면 필연적으로 불행해진다. 그래서 요즘엔 뭘 하지를 못하겠다. 있는 그대로 지금 이 순간 단 한 알씩을 흘려보내는 모래시계처럼. 오늘도 흘려보낸 모래알을 들여다보면서 하루를 견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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