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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어스픽 Sep 24. 2019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다, 당신의 3일은?

[이 큐레이션이 대단해! #1] 아마존 킨들 독자가 3일 안에 끝낸 책

 새로운 것들, 다양한 것들 속에서 무엇을 골라야 할지 모르는 혼란스러움은 단지 맥주를 고를 때에만 생기지는 않죠. 큐레이션 페어링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비어스픽은 맥주문화큐레이터로서 언제나 ‘무엇이 좋은 큐레이션인가’에 대해 고민합니다. 앞으로, 비어스픽 브런치에서는 또 다른 신규 코너인 [이 큐레이션이 대단해!]를 통해 꼭 소개하고 싶은 요소요소들로 채워져 있는 큐레이션 사례에 대해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여러분은 3일동안 같은 맥주를 매일 마셔본 적이 있나요? 한 번 병을 오픈하고나면 다 마셔야 하고, 별도 보관하거나 여러 시일에 걸쳐 조금씩 나누어 마시는 건 불가능한 것이 바로 맥주인데요. 그만큼 3일동안 같은 맥주를 마신다는 건 최소 3병 이상을 구매할만큼 마음에 드는 맥주를 찾았다는 의미일겁니다.


이제 아마존 서점을 둘러볼까요. 그 곳에는 (3병의 맥주는 아니지만) 3일간의 독서를 키워드로 한 이런 코너가 있습니다.



“아마존 킨들 독자가 3일 안에 끝낸 책”

(Page Turners: Books Kindle Readers Finish in 3 Days or Less)


출처: Paul Shapiro님의 트위터 (@fighto)


 물론 베스트셀러도 주어진 시간 내에 얼마나 책이 많이 팔렸는가 라는 데이터를 활용한 결과이지만 사람들은 이제 이러한 데이터에는 어느정도 익숙해져 있습니다. '요즘 이런 책들이 인기가 있구나' 정도를 가늠할 수는 있지만 실제로 책을 장바구니에 넣게 만들 강력한 동기로 작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죠. 세상에는 아무리 책을 좋아해도 다음에 살 책을 고르는 기준이 베스트셀러 순위권이 아닌 이들이 있고, 아마존은 다음과 같은 이중 필터링 과정을 통해 세밀하게 데이터를 활용합니다.


(1) 3일 안에 = [소요시간] 독자들은 아무리 바빠도 이걸 읽는 걸 멈출 수 없었을 것이다.

(2) 끝낸 책 = [완독] 독자들은 이것을 끝까지 보기 전에는 다른 일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우선, 3일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깁니다. 시간은 상대적인 것이어서 모두에게 동일한 조건으로 주어지지는 않죠. 아마존 킨들로 어떤 책을 구매한 독자들 중에는 3일동안 휴가를 떠난 사람도 있고, 3일동안 어쩌다 병원에 입원하게 된 사람도 있을 것이며, 그게 아니라 왕복 출퇴근시간이 너무 길어서 그저 평소처럼 출퇴근하는 3일동안 킬링타임용 콘텐츠를 필요로 한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다양하게 주어진 3일을 쓰는 사람들을 위해 아마존이 제안을 한 것이죠.


 시간의 관점이 아니라도, 이 큐레이션은 전개에 흡입력이 있거나 문장의 속도감이 빠른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또는 무언가를 끝까지 해내서 성취감을 느끼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도 유효한 제안이 될 수 있습니다. ‘책을 빠르게, 끝까지 읽는게 뭐가 중요해?’ 라고 생각하는 이도 있겠지만, 아마존의 이러한 큐레이션은 여러모로 다양한 사람들을 위해 마련 된 큐레이션으로 보입니다. (아마존 킨들 유저를 대상으로 2014년에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은 완독률은 2.4%에 불과하다고 하는데요. 물론 이 책은 820쪽이라고 하니 이 정도의 완독률이 저조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싶어집니다.)


- 온라인 사이트 아마존닷컴에서 확인할 수 있는 'Page Turners' 순위


 가장 놀라운 점은, 아마존이 온라인 사이트에만 이 리스트를 공개하는 것이 아니라, 오프라인 서점에 이 코너를 구성해놓았다는 것, 그리고 온라인에서 집계 된 리스트에 따라 이 서가도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한다는 부분입니다. 만일, 전자책을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는 독자들이라고 해도 앞서 말한 이유로 아마존의 큐레이션을 신뢰하고 서점에서 계획에 없던 책을 사들고 나가고 싶게끔 만들어주는 것이죠.



출처: Paul Shapiro님의 트위터 (@fighto)

 물론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아마존 서점에서는 "만명 이상의 독자가 아마존닷컴에 리뷰를 남긴 책(Books with more than 10,000 reviews on amazon.com)", "아마존의 보스턴 거주자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판매 된 소설(Fiction top sellers in boston)", "네가 이 책을 좋아했다면, 아마 이 책은 더 좋아할꺼야(if you like, you'll love)"등 놀랄만큼 세부적인 큐레이션 코너들이 지금도 업데이트 되고 있습니다.




 만일 누군가가 비어스픽에게 "3일동안 마셔도 질리지 않을 맥주"를 제안해달라고 한다면, 투 올 브루어리의 '블랙 몰츠 앤 바디 솔츠(black malts and body salts)'를 건넬 것 같습니다. 이 맥주는 비어스픽의 책맥모임 시즌3 첫번째 책으로 만나 본 김성중의 『국경시장』에서 소재 페어링으로서 단편소설 <필멸> 속 '불멸'과도 페어링 되었던 맥주인데요.



 투 올 브루어리는 덴마크어로는 '두 개의 병'이라는 의미로 맥주를 좋아하는 선생님과 방과 후 양조 실험을 하던 학생 둘이 합작하여 만들었으며, 실험적인 맥주들을 부지런히 양조하는 브루어리입니다. 맥주 이름을 살펴보면 ‘body salts’, 즉, 문자 그대로 몸에서 나오는 소금이라는 표현이 있는데요. 이는, 브루어가 맥주를 양조할 때 흘리는 땀, 그 뿐 아니라 맥주의 레시피를 고민하고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흘리는 땀, 한마디로 노력과 집중을 쏟아부어 맥주를 만들어내는 모든 과정을 상징하는 의미를 담았다고 합니다. 이 맥주는 누군가에게는 그만큼 맛이 있어서 3일 연속 마시는 것이 반가운 일이 될 것입니다. 실제로, 맥주평가사이트 레이트비어의 BLACK IPA 스타일에서 100점 만점에 100점을 받을 정도로 이 맥주는 ‘맛’ 부분에서 선도적이기도 합니다.


 또 다른 누군가는 3일간의 버라이어티한 일상과 매일 느껴지는 서로 다른 감정을 이 한가지의 맥주로 매일 새롭게 페어링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몰트의 적당히 쓴 맛과 바다소금의 짠 맛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복합적인 맛을 지닌 맥주거든요! 흑맥주이지만 포터나 스타우트가 아닌 BLACK IPA라는 점도 이 맥주에 고도로 복합적인 매력을 더해주는 듯 합니다.


투 올 브루어리의 '블랙 몰츠 앤 바디 솔츠(black malts and body salts)'


* '블랙 몰츠 앤 바디 솔츠' 판매처 (판매처 재고 상황에 따라 상이할 수 있습니다.)

- 비어셀러 (서울특별시 노원구 공릉로 10 3층)

- 비어와인플레이스 (서울특별시 중구 소공로 35 남산롯데캐슬아이리스 상가 121호)

- 판치야 (서울특별시 중구 신당동 333-111 대림빌딩)




 비어스픽의 제안을 직접 경험해보고 싶으신가요? 다가오는 9월, 10월에는 연남동에서는 타스와의 '푸드 페어링 클래스', 그리고 연남장에서 '옥토버페스트'로 여러분을 만날 예정입니다.

* 비어스픽 9,10월 프로그램 신청 : http://bit.ly/2M0nTrV


이 밖에도 크래프트 맥주와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파트너들에 대한 소식은 비어스픽 뉴스레터인 '페어링레터'를 통해 받아보실 수 있으니 많은 관심 부탁 드립니다.

* 비어스픽 뉴스레터, 페어링레터(PARING LETTER) 구독 신청: http://bit.ly/2lIHjWh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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