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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스켓 Jan 04. 2017

카페콩스탕

프랑스 파리



슬프게도 파리에서는 맛있는 음식이라는 걸 먹어 본 적이 거의 없어. 디저트 천국 파리라는 말도 우리에겐 그저 남 일인 듯했지. 그래서 이번엔 검색을 해서 찾아가 보기로 했는데, 거기가 바로 '카페콩스탕'이었어. 미슐랭 가이드 레스토랑이라 그런지 한국인에게도 외국인에게도, 어쩌면 현지인에게도 인기가 많아 보이는 곳이었어.





카페콩스탕은 생각보다 작고 화려한 느낌은 전혀 없는 소담한 분위기의 프랑스 가정식 집이었어. 나중에 알아보니까 어린 쉐프가 할머니에게 물려받은 레시피로 요리를 한다고 하더라. 너무 멋지지 않아? 대를 이어서 명성을 이어 간다는 것. 게다가 여긴 파리잖아! 아마 이 얘기를 식사하기 전에 알았더라면 나는 음식에 대한 감흥이 더욱 깊었을 거야. 모든 행동에는 감정이라는 밑바탕이 깔리는 법이잖아.





웨이터는 연신 친절한 웃음을 날리며 서빙을 해주었어. 애피타이저로 주문한 굴 요리가 나왔을 때 나는 비쥬얼에 한번 감탄하고 맛에 또 한 번 감탄했어굴이랑 연어, 그리고 레몬즙을 뿌렸다는 거밖엔 생각이 나지 않지만 여러 가지 씹히는 식감을 가진 재료들이 어우러지니까 정말 맛있었거든.





그리고 곧바로 나온 메인 요리는 훈제 오리와 으깬 감자를 곁들여 먹는 스테이크였는데, 소스가 살짝 자극적이었던 것만 빼면 나쁘지 않은 요리였어. 무엇보다 중요한 건 우리가 파리에서 먹은 음식들 중 손에 꼽을 정도로 맛있는 편이었다는 거야.


유럽여행을 하면서 하나 깨달은 게 있는데, 대부분의 음식점에서 비프는 실패하기 어려운 거 같아. 일단 고기가 들어가면 우리가 생각하는 맛을 어느 정도 충족해주더라고. 반대로 파스타는 정말 복불복이었어. 특히 크림소스는 지나치게 느끼하다거나 아예 입맛에 맞지 않다거나, 뭐 그런 신선한 메뉴들을 많이 봤어. 그게 어느 정도냐면 파스타의 고장인 이탈리아에서도 독특한-우리 입맛에 맞지 않는-파스타를 몇 번이나 마주했었다니까.





그러니까 이 정도면 아주 성공적인 식사였지.





카페콩스탕은 테이블이 정말 좁은데 그래서인지 혼자서 식사를 즐기는 사람들도 꽤 보였어. 내가 부러워하는 유럽의 문화 중 하나가 이거야. 혼자 하는 식사가 아무렇지 않다는 거. 나는 혼자서 밥 먹는 거 정말 못하거든. 


예전에 혼자 미술학원을 다닌 적이 있는데 거긴 모든 게 독립적이었어. 다들 혼자 와서 수업도 1:1로 받고 그러니 밥때가 되면 식사도 혼자 하는 그런 곳. 그때의 나는 지금보다 더 어려서 혼자서 뭘 하는 게 훨씬 서투를 때였어. 학생들은 그림을 그리다가 저녁 6시가 되면 하나 둘 밥을 먹으러 갔는데 나는 꼭 30분 늦게 밥을 먹으러 나갔다. 사람들 많이 없을 때 가면 혼자 먹어도 덜 창피할 거 같아서. 근데 그렇게 나가서 사 먹은 게 김밥 한 줄이었어. 쳐다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 나 혼자 부끄러워서, 그거라도 후다닥 먹고 나가려고. 진짜 찌질이 같지. 나중엔 조금 대범해져서 돈가스도 시켜 먹고 그랬어. 체할 거처럼 먹어 치웠지만.


나 그렇게 소심한 애였어. 학교를 휴학할 때도, 편입을 결심할 때도, 취업을 할 때도, 모든 걸 미련 없이 결정짓던 나였는데, 밥 혼자 먹는 게 뭐라고 그렇게 유난을 떨었을까. 여행을 몇 번 다녀보면서 그런 소심함도 많이 나아졌어. 아예 아무렇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그래도 이젠 눈치를 보는 일은 좀 줄어들었지.


생각해보면 저들이 혼자서 밥을 먹는 일이 아무렇지 않은 이유는 '혼자 밥 먹는 행위'가 보편화되어 있어서 그걸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본다, 는 거 때문이 아니라 자기 자신들이 그걸 아무렇지 않아하기 때문에, 남들 시선이 아니라 나 자신이 아무렇지 않아하기 때문에 괜찮은 거 같아.





아주 기분 좋은 식사였어. 카페콩스탕을 떠올릴 때마다 할머니의 레시피를 이어받아 이 작은 가게를 이어 가는 요리사의 마음이 생각나. 언젠가 파리를 다시 가게 된다면, 다시 한번 들려보고 싶은 곳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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