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생선으로 불리는 메로의 진짜 정체와 그 이면
메로는 흔히 일식집이나 이자카야 같은 곳에서 턱살이나 목살 부위를 구이로 접하는 생선이다.
기름기 많고 부드러운 식감 덕분에 자연스럽게 ‘고급 생선’이라는 이미지도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이 생선은, 맛있다는 이유 하나로 바다에서 사라질 뻔했던 어종이다.
수산물 업계에 몸담고 있으면서, 과거 메로 스테이크 상품을 홈쇼핑에 선보이며 시장의 폭발적인 반응을 직접 경험한 적이 있다. 당시 상품을 준비하면서 ‘메로’라는 생선에 대해 단순히 맛있는 생선 그 이상으로 깊이 들여다보게 됐다.
우리가 흔히 부르는 ‘메로’는 사실 특정 어종의 이름이 아니다.
정식 명칭은 남극해 인근 심해에 서식하는 이빨고기, 이른바 파타고니아 이빨고기다.
우리가 알고 있는 메로는 생선의 이름이 아니라, 시장에서 만들어진 이름에 가깝다.
이 생선이 특별한 이유는 서식 환경에 있다. 메로는 수심 수백 미터에서 깊게는 2000미터에 이르는 심해에서 서식한다. 이런 환경에서 천천히 성장하기 때문에 개체 수가 쉽게 늘지 않는다. 작은 개체는 1~2kg에 불과하지만, 오랜 시간을 거쳐 성장한 성체는 100kg을 훌쩍 넘고, 많게는 200kg에 이르는 대형 어종으로 자라기도 한다.
메로의 맛은 단순히 ‘기름진 생선’이 아니다.
지방이 만들어내는 식감에 가깝다.
이 지방은 구웠을 때 버터처럼 부드럽게 녹아내리고, 살결은 매우 부드러우면서도 결대로 자연스럽게 찢어진다. 그 식감은 마치 대게살을 연상시킨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메로는 ‘입에서 녹는 생선’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조리 난이도 또한 낮아, 구이부터 스테이크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되며 외식업에서 꾸준히 선택받는 이유가 된다.
하지만 이러한 장점은 동시에 문제를 만들었다. 고급 레스토랑을 중심으로 수요가 급증했지만, 공급은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 결국 과거에는 불법 어획까지 성행하며 자원 고갈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기도 했다. 수요는 급격히 늘었지만, 심해에서 천천히 자라는 어종은 그 속도를 따라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현재 메로는 국제적으로 엄격한 관리 대상 어종이다. 전 세계적으로 어획 가능한 해역이 제한되어 있으며, 국가별로 쿼터가 배정된다. 이 쿼터를 보유한 선박만이 조업에 참여할 수 있다. 우리나라 역시 이 쿼터를 보유하고 있으며, 일부 원양어선만이 제한적으로 메로를 어획하고 있다.
결국 메로는 ‘희소한 생선’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공급이 제한된 생선이다. 이 점이 지금까지도 고급 생선의 이미지를 유지하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유통 구조다. 우리나라에서 소비되는 메로의 상당수는 턱살이나 목살과 같은 부위다. 지방이 풍부하고 조리 활용도가 높아 대중적으로 유통되기 좋은 부위다. 반면 몸통 중심부의 두툼한 살은 국제 시장에서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주로 해외로 수출되는 경우가 많다.
같은 한 마리의 생선이지만, 부위에 따라 소비되는 시장과 가격이 나뉘는 대표적인 사례다.
한편, 과거에는 이러한 희소성을 틈타 다른 생선이 메로로 둔갑해 유통되는 사례도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기름치다. 겉보기에는 비슷한 흰살 생선이지만, 두 어종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메로는 지방이 풍부해 고소한 맛을 내는 반면, 기름치는 ‘왁스 에스터’라는 소화되지 않는 기름 성분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과다 섭취 시 복통이나 설사를 유발할 수 있다.
같은 생선처럼 보일 수 있지만, 먹고 난 뒤의 결과는 전혀 다르다.
결국 우리가 알고 있는 메로는 단순히 ‘맛있는 생선’이 아니다.
남획의 역사와 국제적 관리, 제한된 공급 구조, 그리고 시장에서 만들어진 이름까지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어종이다.
우리는 메로를 먹고 있지만, 사실은 그 뒤에 있는 바다와 자원, 그리고 유통의 시스템까지 함께 소비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