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에서 온 이민자 - 서울과 평양의 평행세계

by 김수환
화랑대역 철도공원 ©Transphoto

서울 노원구 공릉동, 육군사관학교 근처에 가면 옛날 경춘선 화랑대역 부지를 활용해 만든 철도공원이 있다. 철도공원에 있는 전시 철도 차량들 중 체코 프라하에서 온 트램(노면전차)이 있다. 그리고 같은 차종, 같은 도색의 또 다른 트램은 북한 평양에서 승객을 태우며 운행을 하고 있다.


해당 차종은 체코의 ‘타트라(Tatra)’사에서 만든 트램 T3형 차량이다. 1960년부터 1997년까지 11000대가 넘게 생산되었다고 한다. 동구권 국가의 도시 발전에 따라 늘어나는 대중교통 수요에 대응하는 모델로 개발되었으며, 동구권 트램의 표준형 및 베스트셀러 모델 취급을 받은 모양이다.

1960년 브르노(Brno)에서 프로토타입 모델이 공개된 이후, 1962년 당시 체코슬로바키아의 수도인 프라하에서 첫 운행을 시작했다. 프라하, 브르노, 오스트라바, 코시체, 브라티슬라바 5개 도시만 합쳐도 3000대가 넘게 운행되었고, 동독 라이프치히, 케미츠(당시 카를마르크스슈타트), 유고슬라비아 자그레브, 베오그라드에도 소량 수출되었다.


최고속도는 65km/h, 길이는 14,000mm이다.

오랜 기간동안 생산된 만큼 하위 분류가 매우 다양하며, 각 지역별로 다양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소련 수출 모델은 T3SU, 후속 모델은 T3SUCS, 유고 수출 모델은 T3YU, 동독 수출 모델은 T3D, 루마니아 수출 모델은 T3R.

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 여행 중 봤던 T3 / 1977년 체코 프라하 시내 ©Bahnbilder
2006년 모스크바 T3 ©Wikipedia / 1990년 오데사 ©Ttransport
프라하 ©Wikipedia / 프라하 ©Expats

프라하에서는 이미 은퇴한 차종을 개조해 가끔 비정기 테마열차로 운행하기도 하는 모양이다.



평양트램 문수차량기지 ©Transphoto / 평양시민들 ©Wikipedia
인민을 위하여 복무함 ©Voanews / 너는 거기 매달려서 뭐하냐?? ©Transphoto

평양 트램

(평양에서는 궤도전차라고 말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이 글에서는 전부 트램으로 어휘를 통일한다.)

평양에는 서울과 달리 트램이 실제로 운행중인 도시이다. 일제강점기때에도 트램이 있었으나, 6.25전쟁 때 전부 파괴되었고 1991년에 새로 개통되었다. 위 사진들은 현재 평양에서 운행하는 체코 타트라 사에서 제작한 차량들 모습이다. 1991년 평양 트램 개통 당시 동독에서 수입해온 차량이다. '인민을 위하여 복무함!' 문구 위 별 표시는 일종의 무사고 기록이다. 5만키로를 무사고로 운행하면 별 1개가 추가된다고 한다.


2008년 평양 트램의 원활한 수송력을 확보하기 위해 당시 프라하에서 막 운행이 중단됐던 T3 차량을 중고로 구매하기로 결정했다. 기존에 체코(당시 체코슬로바키아)에서 수입한 차량이 운행하고있기도 했고, 차량의 정비 용이성을 위해 일부러 같은 제조사의 차량을 도입했으려나? 그거 아니면, 경제재제 때문에 최신기술을 적용한 제품을 북한으로 수출하는게 불가능하다는 얘기를 어디서 들은 거 같은데, 그 이유 때문에 일부러 노후화된 차량을 구매한 것 같기도 하다. 체코 언론사의 기사에 따르면 프라하 시 교통국에게 1300만 체코 코루나를 주고 구입했으며, 총 20대를 들여왔다고 한다.



수출 안내 딱지 ©Transphoto / 평양 거리를 운행하는 T3 ©Transphoto

Destination: Port Nampo라고 적힌 걸 보니, 어찌어찌 배에다가 실어서 남포항으로 온 뒤에 평양까지 가지고 온 모양이다. 종이에 적힌 DPR of KOREA가 인상적이다.


그럼 서울에는 왜?


경춘선숲길 안내도 ©서울시
경춘선숲길에 전시된 프라하 트램 ©서울복지신문 / 히로시마 트램 ©조선일보

노원구 경춘선숲길

2010년 기존 경춘선이 폐선되고 새로 복선전철이 개통됨에 따라, 기존의 경춘선 구간에 위치했던 화랑대역(6호선 화랑대역과 관계 없음)은 한동안 방치되었다. 2017년 서울 노원구는 기존 경춘선 구간을 산책로로 만드는 사업을 시작해 구 화랑대역을 포함시켜 철도를 테마로 한 공원을 만들게 되었다. 전체 구간은 위 지도에 나와있으며, 구 화랑대역 건물 앞에 일본 히로시마와 체코 프라하에서 운행했던 트램을 수입해와서 전시중이다. 위 지도 중 화랑대역 건물 앞에 가면 볼 수 있다. 왜 뜬금없이 트램인고 하니, 이 공원을 따라서 구 경춘선의 선로를 활용해 트램을 운행하려고 했었던 계획이 있었다고 한다. 전력 공급 및 궤도 문제로 인해 흐지부지되고, 결국 전시품이 되었다. 왜 수입해왔나 싶긴 하지만 그래도 다른 나라에서 실제로 운행했던 철도 차량을 쉽게 볼 수 있게 되었으니 뭐 크게 나쁜거같지는 않다.

화랑대역에 있는 T3는 1986년 제작되어 2017년 운행을 마쳤다. 이후 2017년 12월 한국으로 수입되어 이곳에서 새 인생을 사는 중이다.

왼쪽은 평양, 오른쪽은 서울 ©Transphoto

서울에 있는 T3의 앞부분 체코어 문장을 구글번역기에 입력해보니 '오늘의 노원은 행복하고 내일을 기대하고 있습니다.'라고 나온다. 근데 2116은 어디서 가져온 숫자냐? 여하튼 기존에 프라하에서 운행했을 때 차량 번호는 7255였다.


체코에서 온 이민자는 평행세계의 한국 사회에서 살고 있다.

평양에서는 승객을 운송하는 트램으로, 서울에는 옛날 기차역 앞 전시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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