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버스의 형간전환
서울 9701번 버스. 구 72-2번, 일산 가좌동과 서울 명동을 잇는 좌석버스 노선으로 시작했다. 2004년 서울시내버스 개편으로 인해 번호만 9701로 변경되었고, 2024년 2월 중순에 일반시내버스 707번으로 바뀌었다. 그와 동시에 광역버스를 상징하는 빨간 버스는 전부 파란색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9701번은 광역버스이다. 광역버스의 뜻은 수도권 등 대도시와 주변 위성도시, 또는 대도시와 대도시를 이어주는 장거리 버스를 뜻한다. 어느 한 지역의 거점과 다른 지역의 거점을 빠르게 이어주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노선 형태이다. 현재 707번과 과거의 9701번 노선은 차이가 아예 없다. 정거장도 똑같고, 단지 요금과 차 색깔만 달라졌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자세히 풀어보고자 한다.
먼저 9701번 노선도를 보면서 얘기해보자. 아래에 내가 올린 사진은 9701번 시절 모습이기 때문에, 편의상 현재의 707번이 아닌 9701번으로 통일하겠다. 처음 9701번 노선도를 지도에서 찾아봤을 때, 광역버스라고는 하는데 의외로 이곳 저곳 다 들렸다 가는 노선이라서 괜히 신기해했었던 기억이 난다. 일단 9701번은 노선 개통 이후 노선이 변경된 적이 거의 없다. 2008년에 가좌동과 백석역 구간이 살짝 바뀌었는데, 내가 얘기하고자 하는 관점에서는 크게 중요하지 않으므로 그냥 넘어가도 되겠다. 9701번의 경유지를 보면 크게 일산 - 화정 - 구산동 - 서울역 총 4곳의 거점이 있다. 보통의 우리가 생각하는 광역버스와는 다르게, 각 지역의 거점을 여러 곳 들린다. 실제로 9701번을 대화역에서부터 서울역까지 쭉 타고 가는 승객보다는 화정, 구산동 등 중간거점에서 타고내리는 이른바 '구간수요'가 굉장히 많은 노선이다.
현재 일산에서 서울을 왔다갔다 하는 방법 중 가장 효율적인 것은 일산신도시에서 1000번 버스처럼 중앙로를 통해 대곡 - 행신 - 디엠시 - 서울역으로 가는 길과, 같은 길을 지나가는 경의선 열차를 이용하는 것이다. 고양시 광역버스 1000번 버스는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우회전한 뒤 대화역에 정차한다. 그 뒤로 백석, 행신, 디엠시를 거쳐 광화문까지 쭉 직진만 한다. 효율적인 형태의 광역버스 사례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 면에서 9701번은 광역버스에 맞는 노선의 형태는 아닌 것 같다. 두 사례를 간단히 비교해보며 9701이 왜 돌아가는 노선인지에 대해 알아보자.
1000번은 일산신도시가 생기고 난 이후에 빛을 발한 노선이다. 과거 고양의 중심지는 현재 고양시청이 있는 원당 화정이다. 그래서 시청이 원당에 있는 것. 이후 1989년부터 일산신도시 계획 및 착공되면서 중앙로가 생기고, 서울 도심까지 가장 빠르게 갈 수 있는 길이 되었다. 일산신도시가 생기기 전, 일산 지역과 서울을 잇는 주된 길은 현재의 고양대로이다. 일산역에서 고양시청, 성사, 용두(동대문구 용두동 거기 아니다.), 서오릉, 구산동을 거쳐 서울 도심으로 가는 길이다. 9701번은 그 길을 따라가는 노선이고, 그렇기에 일산과 서울을 빠르게 이어주지는 못하지만, 다양한 지역을 거치는 만큼 구간수요를 담당하는 노선이 될 수 있었다. 다른 광역버스처럼 자동차전용도로를 지나며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구간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정거장 수를 줄여서 신속성을 확보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그래서 광역버스의 성격에 맞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광역버스의 성격 상 거점과 거점 사이에 경유지가 적을 수록 이동의 시간이 줄어든다. 주요 중간 거점들의 단거리 수요를 챙기기 위해서 일반 시내버스로의 전환은 오히려 강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느낀다.
도시 구조의 변화에 따라 더 효율적인 방법으로 다닐 수 있는 노선들이 생겨나면서,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교통의 모습도 변화한다. 버스 노선은 도시를 기억하는 하나의 장치이다. 도시가 변하면서 생기는 교통의 변화 사례를 다양하게 찾아봐도 괜찮을 것 같다.
2024년 2월 9701번은 707번 시내버스로 바뀌며 요금도 더 싸졌고, 배차간격은 원래부터 10분정도에 1대인 노선인지라 단거리로 이 노선을 자주 이용하는 시민들에겐 좋은 소식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