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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fore Anyone Else Dec 20. 2021

하마터면 아들이 남편의 자가용을 분해할 뻔했다.

멀쩡한 자전거 분해할 뻔 한 아들(21.5.2)

우리 집 현관에는 고장 난 비데가 놓여 있었다.

새것으로 교체된 후 폐기된 비데다.

일주일 넘도록 방치된 비데를 보며 남편에게 물었다.


"이거 언제 버리나요? 빨리 좀 치우면 좋겠네!"

"응 그건 그대로 둬. 아들한테 분해하라고 할 거야."




며칠 뒤 일요일~

이틀 전 중간고사를 마친 아들이 한가롭다.

아빠는 아들에게 비데를 분해해보라고 제안했다.

전자제품이라 쓰레기 처리 방법이 마땅치 않아 분해 후 분리수거로 버릴 모양이었다.


나와 남편은 서재방에 있는 동안 공구박스를 들고 지나가는 아들이 보였다.

비데 분해를 시작하러 현관 쪽으로 가고 있는 아들에게 소리쳐 말했다.


"아들~ 거실 바닥에서 분해해! 돗자리 깔아줄게."


가로 세로 각 70센티 정도 되는 돗자리는 아들이 유치원 때 사용하던 1인용 돗자리다.

아들은 내가 들고 있던 그 돗자리를 보며 말했다.  


"엄마 ~ 그걸로 깔으시게요?"

"여기서 하려면 거실 바닥 전체 다 깔아야 될 텐데요?"


비데 하나 분해하는 건데 무슨 말인가 싶었다.


"아~ 이거면 왜 안돼?"

"자전거 분해하려면 그걸로 안되죠!"


"엥?  자전거?"

"에고 아들아, 비데 분해해야 하는 거야."


나는 방안에 있는 남편에게 소리쳤다.

"여보! 아들이 아빠 자전거를 분해할뻔했네!"

"내가 아니었으면 멀쩡한 자전거 망가질뻔했어."



남편과 내가 서재방에 있는 동안 아들은 현관 밖에서 열심히 자전거를 해체할 뻔했다.

자전거 덩치가 크다 보니 현관 밖으로 들고나가서 작업할 모양이었다.

그대로 현관 밖에서 해체하고 있었다면 어땠을까?

서재방에 있던 남편과 내 눈에는 더욱더 안 띄었을 텐데..

모르는 사이, 멀쩡한 자전거를 저세상으로 보낼 뻔했다.

그야말로 남편의 자가용 자전거가 구사일생이었다.


ㅍㅎㅎㅎㅎㅎ


비데 분해되는 게 구경하고 싶어서

아들에게는 보이는 데서 분해하라고 했던 거다.

그 호기심이 비싼 자전거를 살렸다.

나의 호기심 아니었으면 자전거는 어찌 될 뻔했을까?


'대박사건일 뻔했지!'


아들은 내가 깔아 준 돗자리를 깔고 비데 분해를 시작했다.

" 그 거봐 충분하잖아."

1인용 돗자리 위에는 쪼그려 앉은 아들과 비데가 함께 있었다.


남편과 나도 아들 옆에 둘러앉아서 드라이버를 손에 들고 비데 해체를 거들었다.

점점 해체되어가는 비데를 보며 쾌감을 느꼈다.

남편은 열 일하는 나를 보며 적성을 찾은 거 같다고 했다.

맞다~ 나도 재미있고 신이 났다.

난 이런 게 적성에 잘 맞는다.


비데를 해체하는 동안 우리는 자전거가 해체될 뻔한 모습을 상상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두 개의 큰 바퀴와 핸들, 안장, 등등 ~

만약에 해채 되었다면 어떻게 해야 했었을까? 

다시 조립해야 했을까?

남편은 해체했었다면 조립은 불가능했을 거라며 아찔해했다.


비데에서 분리된 플라스틱과 나사는 각각 재활용으로 분리하였고 그 외 각종 부품들은 종량제 봉투에 담았다. 꽤 많은 종류의 부품들을 보니 비데 하나에 이렇게 많은 부품들이 필요한지 새삼 알게 되었다..  

아무튼 비데 분해를 무사히 마쳤고 남편이 바라는 대로 분리수거를 할 수 있었다. 야호!!  


남편 왈~

"여보~ 당신이 내 자가용 살렸네."

"보통 자전거가 아니야."

"전기 자전거잖아."

"고마워!"



아들 녀석 엉뚱하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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