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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갠 Aug 21. 2017

회사에 '똑게' 리더가 필요한 이유

똑똑하고 게으른 팀 리더가 필요해

오늘은 같은 회사의 누구에 대한 뒷담화 좀 하려고 한다.

내가 참여하고 있는 프로젝트의 PM이다(3년 전부터 나의 애매한 친구였음).


7월 3일 첫 출근으로부터 욜로녀가 회사 생활한 지 1개월 반이 넘었다.

지금 업무 스트레스에 돌덩이를 어깨에 짊어지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드는데, 구체적인 에피소드는 차차 이야기하기로 하자.


주 3일 출근이지만 나머지 주 2일도 책상 앞에 앉아있는 편이다. 사실 겁나 열심히 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할 일을 첫 출근 때 왕창 던져주었기 때문에!

하나하나 클리어해가기 조금 벅찬 느낌이다.


문제는... 첫 출근 때부터 얘기했던 목표와 성과에 대한 요구가 터무니없다는 점.


그런데 나는 정식 사원이 아니고 외주인데,

자신들이 필요할 때만 사원이고 나에게 유리할 때는 외주를 갖다 붙이는 현재 굉장히 애매한 위치에 있다.


사실 출근 전에는, 대우는 경력에 비해 자존감 떨어질 정도여서 좋은 편은 아니지만 주 3일 출근치 고는 나쁘지 않았기에... 나름 협상 잘한 것 같다 싶었다(사장과 직접 협상한 결과이지만).


있는 그대로 얘기하자면, 처음에 PM이라는 친구는 나에게 주 3 출근에 백만 원대의 월급을 제시했었다. 이후 나의 커리어와 그밖에 대우에 대해 이 놈과 말할 가치가 전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다이렉트로 사장과 직접 얘기하여 거의 2배의 금액으로 협상하였다.


추측컨대 PM자식은 이렇게 했던 게 기분이 나빴던 것 같다. 아니, 아마도 내가 '사장과 직접 얘기한 점'이 기분 나빴다기보다 내 급여의 '금액'에 짜증이 났을 가능성이 높다.


PM은 첫날부터 나를 친구로 대하지 않았다. 그때부터 상사질을 해댔다. 하나하나 체크하며 터무니없는 업무 내용으로 결과 나머지 이틀도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압박... (사실 사장과는 나머지 주 2일은 연락이 안되어도 좋다는 이야기를 한 상태)


한 주에 3일이지만 회사에 출근하는 날은 말 그대로 숨 막히고 답답한 날이다. 바로 앞에 앉아 있는데도 육성으로 얘기하지 않으며 거의 모든 업무 진행 및 대화를 채팅으로 하고 있으며, 간혹 미팅을 하더라도 딱딱한 대화의 연속이다.


7월 말 경 어느 날, PM이 내게 물었다.

"정사원이 되고 싶어? 아니면 지금처럼 외주로 있고 싶어?"


겉으로 보이는 회사 분위기와 180도 달랐던 점을 감안하여 고민 중이라고 대답했다.


7월은 나에게 회사와 분위기, 조직문화 탐색의 기간이자 다양한 채널 설정, 그리고 마케팅 테스트를 위한 첫 달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당장 답변하기가 곤란했다. 그래서, 뒤이어


"그것을 정하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 거지?"

라고 반문했다.


"외주나 계약사원은 목표에 대한 달성에 엄격하고, 정사원이 되면 성과에 대한 압박이 조금 줄어들거야"


뭔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하고 있는 거지?

외주로 내가 지금 한 일들을 청구하면 너네 월급으로는 터무니없어 인마.

라고 속으로 생각만 하고...


"고민해볼게"

라고만 대답하고 일단 이에 대한 확답은 하지 않았다.


여하튼 이후 어떠한 보이지 않는 압박이 더 강해져 갔다. 하나의 프로젝트로 각국 담당이 따로 있는데, 묘하게 경쟁구도이다.

아니, 자기들끼리는 협력하고 돕는 것 같이 보이는데, 유독 '한국'쪽 콘텐츠는 그냥 욜로녀가 알아서 하는 것! 성과만 달성하면 되는 것!이라는 느낌?

그리고 PM으로부터 외부 외주에 대한 이메일이 성의가 없어 보인다는 둥, 영상을 찍는다면 oo엔 정도의 예산을 들여 oo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목표와 방향 설정이 우선이라는 둥(나도 알지만 너희 콘텐츠로 선례가 없어서 아직... 일단 꼭 필요한 것만은 알지만 제시하긴 힘들다고...) 퇴근할 때 어떤 것들을 했는지에 대한 공유를 하고 퇴근해라는 둥...


글로 쓰니 PM이 그다지 유별난 사람은 아닌 것처럼 보인다. 다만, 이 PM이라는 친구가 내 친구였다는 것이다. 나도 사적인 감정을 배제하지 못하고 대하는 건 좋지 않다 생각하여 최대한 업무상으로만 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다만, 공과 사에 대한 구분이 다르다는 것은 나도 찬성이지만, 너무 차이가 나면 직장이 재미있어질 리 만무하다. 난 곧잘 속으로 읊게 된다.


'정사원이었으면 큰일 날 뻔했다...'라고.


가장 큰 문제는 PM이, 큰 그림을 보지 못하고, 명석하지도 못하면서, 부지런하기만 하다는 점이다!

퇴근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밤낮없이 회사 채팅창에 이것저것 올린다. 심지어 새벽 2시에도...

(대신 주말에는 철저히 채팅창을 보지 않는다. 다행이다)


요즈음 '똑똑하고 게으른 상사'를 일컫어 '똑게'라고 하는데, 내가 생각하는 같이 일하기 좋은 타입이다! 큰 그림을 보고 팀원의 사기를 북돋워주며 큰 미스를 저질렀을 때 자신이 책임지도록 판단하며, 조금 느리게 진행하여 곰곰이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팀원에게 선사하는 사람 말이다.

통찰력과 트렌디함을 장착해 현시대에 팀원이 제안한 방향이 맞는지에 대한 판단만 명확히 해주는 그럼 사람!


(이러면 안 되는데,

사기를 북돋아주며라는 구절에서 눈물이 날 뻔했다.

쓸쓸한 회사 생활에 눈물이 나려 한다.)


사실 PM과 점심도 같이 먹어본 적이 없다.

친구라면서...

한국에서 웃고 떠들며 한국 출장 올 때마다 통역해주고 술도 사주고 진행 일 도와주고 그랬던 것들이 다 부질없는 것 같이 느껴졌다.

진행하면서 들었던 최소한의 공수에 대한 금액을 청구할 때마다 눈치 주고...


"나도 네가 이 정도 청구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지. 사장에게는 비밀이야"

라고 하며 생색냈던 것들이 생각난다.


아니 뒷돈 챙겨주는 이모도 아니고...(화남) 이모티콘이 있다면 100개 쓰고 싶다.


한참을 이 스트레스와 싸우고 있는 욜로녀는 욜로함을 발휘해, '한번뿐인 인생!' 매일 스트레스받으며 뒷목의 뭉친 근육을 풀어가며 일하고 싶지 않아졌다. 단순히 일에 대한 고민만 하고 싶은데 부수적으로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할 때,

책 <미움받을 용기>에서 나온 문구


'모든 고민은 인간관계에서 비롯된다'가 생각났다.


상사 노릇을 하는 이 친구를 앞으로 4개월만 잘 서포트해서 나도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내 엑기스 필살기는 다음 회사에서 발휘하기로 정했다.


그리하여 앞으로 나에게는 또다시 험난한 이직 준비가 시작되는구나... '파란만장한 인생'까지는 아니지만 '피곤한 인생'.


일본에서 이제 겨우 안정됐는데 최대한 현명하게 해쳐나가야겠다!


이 시키들이 말야...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알아요..."

(사진 = 네이버 영화 ‘부당거래’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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