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vs 대기업
욜로녀는 다양한 업종(디자인, 마케팅, 브랜딩, 네이밍, 인터넷 판매, 구매대행, 일본어 번역 등)과 다양한 직업(웹디자이너, 브랜드 디자이너, 콘텐츠 기획자, 네이미스트, 1인 기업 사장, 번역가 등)으로 8년이란 세월을 보냈다.
사실 회사 규모가 큰 곳에서도 있어보고, 규모가 작은 곳에서 대기업의 일을 대행해 보기도 하고, 혼자서 모든 것을 다 해야 하는 1인 기업도 해보고, 프리랜서로 건별 단위 시각 디자인, UX 디자인 프로젝트, 번역일 등을 해왔다.
이전 포스팅 '회사생활은 나랑 안맞나봐'에서도 이야기했듯 내가 너무 나태하고 안일해서 푸념했던 것이 아니다. 일종의 상상과 현실의 갭에 대한 정신적 쇼크로 인한 푸념이었다.
처음 회사와 계약할 때, 그리고 이후에 느끼는 회사의 영악한 부분에 대한 실망감과 조금 더 명석하지 못했던 나 자신에 대한 자책을 담은 푸념이었다.
이번 포스팅은 회사에서 퇴근하는 길에 이직 사이트(현 6개월 계약임으로 시한부 회사생활 중)를 보며, 다양한 회사와 연봉을 보며 현 회사와 비교하던 와중에, 갑자기 깨달은 부분을 담았다.
중소기업에 가면 자유로울 줄 알았다.
더 큰 권한을 가질 수 있을 줄 알았고, 더 큰 의견을 제시할 수 있을 줄 알았으며, 내가 어드바이저로 이들의 프로젝트에 조언을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사실 프리랜서로서 브랜딩 할 때에는 사장과 동등한 입장에서 대화하고 협력 업체의 개념에서 존중받았다. 물론 현 회사의 번역 프로젝트를 총괄할 때에도 비슷한 느낌이었다.
회사에 입사하기 전까지 나는 크나큰 착각을 하고 있었다.
'중소기업에 다니면 자유로울 것'이라고...
대기업에 해당하는 줄만 알았던 아래 사항들이 사실은 중소기업에도 존재한다.
참고로 아래 사항들은 현 회사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 다닌 회사들(총 5개의 중소기업의 종합)의 공통점들까지 포괄하는 사항이다.
1. 중소기업에도 시작 단계부터 같이 일해온 꼰대 직원이 존재한다.
회사의 설립 단계부터 일해 온 직원들은 사실 꼰대 같은 사람들이 많다. 여태까지 유지해 온 것에 대한 자만과 그 방식에 대한 확신이 너무 확고하여, 이후에 들어온 직원들에게 가르치려고만 한다.
유능하고 자유로운 발상을 하는 새로운 직원을 뽑았으면 그 직원의 능력을 활용할 줄 알아야 하는데, 기존 방식을 위협받는 것 같아 좋게 보지 않는다.
2. 중소기업에서는 더 큰 책임만 부여한다.
중소기업에서는 제일 낮은 급여 테이블보다는 높은 연봉을 제시하며 경력직을 데리고 온다.
그렇다면 그 금액에 걸맞은 책임과 일을 요구하기 마련이다.
문제는 '터무니없이...'
3-4명이서 나누어서 할 일을 1인 뽑았다며, 신나서 성과를 요구하게 된다.
3. 중소기업에서는 면접은 쉽지만, 출근 후 개떡 같다.
중소기업에서의 면접은 보통 2차를 넘어가지 않는다. 경력 위주의 선발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2번과 비슷한 맥락이지만 기대치가 너무 높아진 상태로 부담을 주게 마련이다. 그래서 첫 달부터(보통 대기업은 인수인계를 하는 기간) 첫날부터 성과에 대한 압박을 하게 된다.
4. 중소기업은 일의 범위가 훨씬 넓다.
중소기업은 혼자서 하는 일의 스펙트럼이 넓다. 이것이 장점이기도 하지만, 큰 단점이기도 하다.
5. 고민의 대부분은 역시 인간관계이다.
대도시 아파트 반상회에서 사람들과 의견을 공유하는 것 VS 작은 시골에서 동네 사람들 모두와 시시콜콜한 부분을 다 공유하는 것.
둘 다 내가 싫어하는 것들이지만, 굳이 고르자면 전자를 고르겠다.
어딜 가나 인간관계는 어렵다. 작지만 단독주택에 살더라도 앞뒤 옆 이웃들과 고개 까딱 인사할 정도면 좋을 텐데...
6. 대기업의 단점을 중소기업은 더 많이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급여가 낮다. 하는 일에 비해 많이 낮다.
중소 입장에서도 어쩔 수 없다. 이익이 적으니 인건비로 쓸 수 있는 양이 적은 것은 당연지사.
욜로녀 결론은,
대기업의 단점(+알파)을 모두 갖고 있는 중소기업에 다닐 이유가 없다.
그럴 리 만무하지만 혹여나 중소 쪽이 당장 급여가 조금 더 높더라도 웬만하면 한국과 일본 중소는 피하자.
그렇다고 대기업에 목매달 필요도 없다.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다음은 취업 준비생들이 활용했으면 하는 편법이다.
(여건이 된다면 취업 말고 개인 미디어나 개인의 취미와 특기를 살리는 것이 가장 좋지만, 일단 이런 종류의 직업군은 배제하겠다)
※ 또, 외국계 회사도 별개
STEP 1. 첫 취업에 1년 준비하고 대기업 신입사원에서 낙방했다면, 중소기업을 추천한다.
2-3년 취업 준비만 하느니, 개인 미디어로 아카이빙을 한다던가, 바로 중소기업에 최소 2년 일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STEP 2. 중소기업에서 2~3년 '나 죽었다~'하고 실력을 겁나 키우자.
이때 직종 선택은 매우 매우 중요하다. 그 직종으로 대기업을 도전할 것이기 때문이다.
혼자서 3-4인의 일은 어느 정도 할 수 있어야 한다. 포트폴리오나 프로젝트 이력을 빵빵하게 만든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
STEP 3. 같은 직종의 규모가 있는 곳을 컨택한다.
신입으로 대기업에 들어가는 것보다 이직으로 중도 채용에서 스페셜 한 파트로 들어가는 것이 비교적 수월하다. 대기업은 대부분 분업화가 되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중소 2-3년의 경험이 헛된 경험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대로 대기업부터 다녔던 욜로녀는 중소기업에 갔을 때, 내가 너무 모르는 것이 많아 비참한 기분을 느꼈던 경험이 있다. 그렇다고 열심히 안 한 것도 아닌데, 신입 때 너무 큰 거물들만 대하다 보니 시장 단가에 대해서도 터무니없는 가격을 이야기해 당황케 했던 경험이 있다.
어항의 규모는 중요하다.
모든 회사를 어항에 비유하자면,
그 어항에서 나의 역할은 모두 가치 있으나, 각자 실력 있는 물고기들이 이왕이면 많은 어항이 좋다.
그것이 바다의 환경과 더 가까우니 말이다.
나는 내 잠수함(개인 어항)을 타면서 작은 어항에 가면 그 어항에서 존중받는 물고기가 될 줄 알았다.
이왕이면 내 개인 어항의 색깔을 조금은 버리며 일하는 범위를 좁히더라도(욕망을 버리더라도) 큰 어항에서 스페셜리스트 들과 일을 하며 팀워크 할 수 있는 환경이 그리워졌다.
앞날이 불분명하기에 미래가 더 스릴 있고 재미있는 것이라고 20대부터 외쳐왔다.
30대 중반이 된 지금, 스릴과 재미보다는 한 번 사는 인생 깊이 있게 뚫어보고 싶어 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