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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갠 Jan 10. 2018

너무 다른 전공이나 경험이 이직할 때 안좋을까?

일본에서 첫 이직 준비



다양한 경험들은 갖고 있지만, 

내 특급 필살기는 없는 것 같다는 다른 분들이 공감해주었으면 한다.




한국에서는 여러 번 이직해봤지만(본격적으로 이직을 준비한 적은 없으나), 

일본에서 이직 준비를 하는 것은 사실 처음이다.


2009년 일본에서 대학교 졸업하자마자 신입 사원으로 광고 대행사에 입사해, 2년 차부터 '이직'에 대한 열망이 불타오르긴 했었지만,

첫 사회생활은 3년은 버텨야 한다고 해서 참고 버텼던 기억이 있다(실제로 2년 반밖에 못 버텼지만).


당시 이직을 하고 싶었던 이유는 노동 환경(매일 밤샘)에 대한 불만이 가장 큰 이유였다. 

일의 내용 자체가 모니터만 바라보고 작업해야 하는 ‘웹/앱 디자인’이었기에 더더욱 회의감이 들었다. 

처음 입사해서 스스로가 디자인을 잘하지 못하는 것만 같은 무능력함으로 인한 우울함이 작용했던 것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웹/앱 디자인 일을 하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았다. 내가 다니던 회사는 규모만 큰 하청 제작회사 같은 느낌으로, 키 비주얼을 잡는 곳은 다른 계열사에서 하고 있었기에, 이곳에서 디자이너로서 성장해봤자 영영 키 비주얼은커녕 프론트의 일은 못하면서 바쁘기만 한 바닥인생을 살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디자이너로서 평생을 살아가고 싶다고 마음먹은 뒤,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 그래픽 디자인, 제품, 브랜드 디자인, 그 보다도 경영 측, 브랜딩에 대한 관심(혹은 욕심)이 더 많았다.


사실, 대학 때 전공도 영화 연출, 모션 그래픽, 설치 영상으로 ‘영상’ 관련이긴 했지만, 

대학원을 ‘디자인 경영’을 전공했던 것은 

중간에 웹 디자이너로서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관심을 가질 수 있었던 것 같다.

영상 전공자가 디자인 경영에 대한 관심을 갖기는 한 단계가 빠져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아무튼 디자인 경영에서도 습득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았다. 선진 학문이 된 미국의 것을 공부하기 위한 ‘영어’는 물론이거니와, 서비스 디자인, UX, 차별화 브랜딩 전략 등


20대부터 30대 초반의 내 인생 모토는 ‘경험하면 인생 망하는 것 빼고는 웬만하면 젊을 때 다 겪어보자!’였기에,

일단은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시작하고 봤다.

다수의 디자인 프로젝트, 번역, 브랜드 네이밍, 인터넷 쇼핑몰, 심지어 처음 해보는 수영복 디자인도…


전공을 바꾸고, 주 특기를 바꾼다는 것이 어쩌면 어른들(친구들)은 ‘시간낭비’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너는 앞으로 뭐하려고 그러니?’

‘비싼 등록금 내고 미대 보냈더니 아직도 네 거 못 찾았니?’

‘서른이면 안정된 상태여야지, 왜 자꾸 다른 걸 하려고 하니?’


그때마다 이들 말에 휘둘리면서 내가 하고 싶었던 것들을 멈췄더라면, 

경험하고자 하는 욕망이 내가 나이 들어서 다시 샘솟았을까?

내가 나이 들어 자칫 해보지 않은 것에 대해 뛰어들려고 했을 때 노하우 습득이 젊을 때처럼 가능할까?


젊을 때 이것저것 시도하고 실패하는 것은 결코 의미 없는 경험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른 하나에 관심이 가서 그전에 하던 것을 그만둔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다른 형태로 그 경험은 이어지게 마련이다.


예를 들어, 쇼핑몰을 만들 때 웬만한 이미지 리터칭이나 상품 구성, 이미지 구성 등은 스스로의 힘으로 했다.

‘운영’만 하려던 초기 사업자가 나에게 부탁을 하는 일도 여럿 있었다.

스토리텔링이 필요할 때, 영화를 연출하던 옛 기억을 떠올려 스토리보드를 작성했다.

직접 고객을 대하는 판매를 해야 할 때 아르바이트를 하던 때를 떠올리기도 했다.


새로운 일을 할 때는 완전히 리셋&스타트가 아니라, 어딘가에서 연결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헛된 경험이란 없는 것 같았다.


내가 좋아하는 구절이 있다.

서로 다른 점들이 이어져 더 큰 면을 이룬다


지금까지 다양한 점들을 찍느라 바쁘게 살아왔던 것은 분명하다.

이제는 그 점들을 이어서 어떤 깔때기를 통해 그 경험들을 내 라이프 스타일과 나이에 맞게 치환하느냐가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지금 내가 이직하려는 이유이다.



30대 후반이 된 지금, 나는 체력을 많이 잃었다.

체력이 더 떨어지기 전에 경험들을 스페셜리스트로 바꿀 시기이다.


지금 나는 이직 중이다.


다양한 기업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그들의 문화에 내가 녹아들 수 있는지, 내가 필요한 업무 내용일지를 하나하나 꼼꼼히 따져보고 있다.


물론 판단은 월급을 주는 자가 할 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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