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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갠 Nov 30. 2017

부하가 일을 싫어하게 만드는 법

내 조직에서 퇴사시키기 위한 필살기

<확신의 덫>의 프랑스인 저자 두 명이 얘기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필패 신드롬(set-up-to-fail syndrome)'이 내 페이스북 뉴스피드를 통해 내 눈에 들어왔을 때, 

욜로녀는 무릎을 탁 쳤다! 



나를 힘들게 했던 '내가 무능하다'는 기분은 내가 진짜 무능해서가 아닐 수도 있겠구나.
나를 무능하게 만든 것은 날 관리하는 '저자식(특정 인물을 지칭하지만, 지칭하지 않을 수도 있음)'이다!
그를 무능하게 만든 것은 그 위의 '저 놈(역시 특정 인물을 생각하고 적고 있지만, 불특정 상사, 대표일 수 있음)'이다!

그리하여 나는, 

일을 재미있어했고, 일 자체를 좋아했음에도 불구하고, 

일이 싫어지게 되고 재미없어지게 되어,

퇴사를 결심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참에, 

재미있을 법한 일도 이처럼 재미없어질 수 있게 하는 상사의 기술! 

우리가 관리직이자 팀장이자 리더라면,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사항을 적어보려고 한다.







[부하(?)가 일을 싫어하게 만드는 법]

부제: 내 조직에서 퇴사시키기 위한 필살기

※아래의 항목은 사실을 바탕으로 기술하였음을 알립니다

※나: 팀장, 너: 한국 담당 마케터(계약사원)


1. 각국 담당 리더의 책임을 주되(말만 리더라고 하기), 권한을 주지 않는다

- 특히, 신입사원에게 하듯이 매일매일의 To do와 완료 여부를 하나하나 보고하도록 지시한다.


2. 내가 긴가민가 하던 것을 긴가민가하게 전달하여, 긴가민가 하다며 확인하는 부하직원에게 이야기 번복 못하도록 한다. '항시 주의 깊게 체크해 줬으면 한다'라고 이야기한다.


3. 자잘한 것은 되도록이면 나 팀장이 관리를 해주자. 이 부하직원은 그냥 내 손발일 뿐이고, 한국어를 할 줄 아는 것뿐, 하나부터 열까지 다 가르쳐야 한다.


4. 성과를 한 달에 세 번 보고하도록 한다.

- 매월 1일 설정해놓은 목표에 대한 성과 및 달성도를 10일, 20일, 매달 말 보고


5. '못합니다', '못했습니다'가 아니라 '할 수 있도록 한다'를 세뇌하며, 끊임없이 쪼아야 한다.


6. 제품에 대한 네 의견을 수용하고 인정하는 척은 하되, '제품을 탓하기보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라'라고 얘기한다.


7. 네가 출장에서 돌아와 자택으로 무거운 짐을 끌고 돌아갈 때 택시비 청구 금액을 지우고, 제일 싼 지하철비로 바꿔서 청구하라고 한다.


8. 출장 기간이 생각보다 너무 기니까 최대한 많은 임무와 미션, 그에 따른 보고를 하라고 한다.

- 매일 To do 작성은 기본, 이동시 보고하도록! 상세히 구글 캘린더에 넣어놔야함. 그래야 내가 확인 가능하니까!

 

9. 네가 나를 설득해서 하기로 한 행사니까, 150만 원(씩이나 되는) 후원금의 뽕 뽑기 위한 대책을 스스로 마련하여, 디자인, 운송, 운영, 모든 것을 되도록 혼자 빠짐없이 진행하라고 한다. 사실 광고로 CPI달성하는 게 더 쉬워보이지만 너가 하고 싶다면... 다만 적잖은 비용(150만원)을 들이는 것이니 실패에 따른 책임은 네가 지도록!


10. 출장 이동시간은 법적으로 노동시간이 아니라며 부하에게 노동법에 관한 링크를 보여준다. 최소한의 노동자 보호에 대한 것이라고 반박해도 어쩔 수 없다며 미안하다고 하자.


11. 이래저래 최대한 지적질(그건 좀 아닌 것 같은데...?라는 말)을 함으로써 나의 입지를 굳혀야 한다. 나는 팀 리더니까! 모든 것은 나를 거쳐가지 않으면 안돼.


12. 최대한 회사에 유리한 쪽으로 때에 따라 '사원', '외주'로 구분하여 사원일 때 회사에 유리한 부분과 외주일 때 유리한 부분을 나누자. 사장한테 칭찬받아야지!


13. 네가 번역은 총괄하고 최종 체크를 하고는 있지만, 특집 기사에 대한 최종권한을 맡길 수는 없으니, 이 프로젝트를 모르는 아무라도 좋으니까 최종 체크를 할 수 있는 편집자를 건당 5만 원에 구하도록 지시한다.


14. 한국 단가는 모르겠지만, 이 정도 단가 안에서 해결하도록 하자.

- 터무니없이 싼 단가를 제시하자. 회사에 칭찬받겠지? 하려는 사람은 하겠지뭐.. 그 단가에는 못구했다고 네가 그러면, 난 너를 쪼으면 되니까.


15. 클럽, 라이브 하우스, DJ가 내 취향이니, 이와 관련된 기사를 위주로, 이와 관련된 사람을 위주로 컨텍하도록 지시한다.




비아냥 거리는 말투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모든 일이 실제로 일어난 일임에는 틀림없다.

지금 써놓고 보니 실소가 나온다.


사실 이 사람(위의, '나')뿐 아니라, 

조직이나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예를 들어,


대사관에 내야 할 중요한 재직증명서에

‘남자’라고 표기하질 않나, 

정사원도 아닌데 ‘정사원’이라고 기재하질 않나(정사원이면 당연히 급여명세서가 있으니 대사관에 급여명세서까지 제출했어야 함)...


정작 자신들이 꼼꼼해야 할 중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슬렁슬렁 처리하면서,

내가 꼼꼼히 해야하는 것은 당연하게 생각하고, 그렇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철저히 관리하고 지적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래서 내가 예전 글,

중소기업에 가면 자유로울 줄 알았다

편을 보면 알 수 있듯, 

요즘 나는 중소기업에 대해 더욱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리고 이런 관리자가 하는 사업은 반드시 망해야 한다.

그 위의 대표 관리자도 망해야 한다.

(안 망할테지만, 흥)


그전에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한다고들 하니,

아디오스!



관리직은 '리더 강습'이 꼭 필요하다. 

후하게 베풀 곳질타가 필요한 곳은 따로 있기 때문이다.

매니지먼트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직원에 대한 공부와 매니지먼트에 대한 공부를 안 하면, 

일단 자신이 관리하는 조직은 망한다.


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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