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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갠 Oct 28. 2017

젊은이들의 빚과 짐

터무니없는 지금

요즘 빚 없는 사람이 어딨어? 대출 안 받고 어떻게 아파트를 사?

30대 즈음되면 대한민국에서 살면서 한 번쯤 들어볼 법한 말이다.


빚을 당연시 하는 것이 어떻게 아무렇지 않을 수 있을까?

내 또래의 대부분은 월세보다는 융자받아 이자를 내는 것이 나으니, 

빚을 안고 있더라도 꼬박꼬박 20년 납부하면 마이 홈이 된다는 희망으로 살고 있다.


사실 솔직한 심정으로 매달 지출비, 실질적인 금액을 계산했을 때, 

일본에서 적잖은 금액의 월세를 부담하고 있는 나로서는 일부 부러운 이야기이기도 하다.


2억짜리 집을 구매하는데, 1억을 신혼부부 대출받아 1%대의 금리로 이자는 불과 십 몇만 원 남짓 낸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순간 부러운 마음이 앞섰다. 심지어 2017년에 2억 2천까지 대출을 확대해준다고 하니...


반면, 나는 일본에서 실 매매가 3~4억 남짓하는, 한국에서는 꽤나 저렴한 가격의 오래된 목조 단독주택에 매달 120만 원을 내며 살고 있다니... 그냥 나가는 돈의 규모가 다르니 월 급여를 엄청 적게 받고 있는 기분마저 든다. 다만 한 가지 위안을 삼고 있는 것은 마이너스가 된 적은 한 번도 없다.

물론 신용카드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매달 빚을 만들고 갚고를 반복하고 있기는 하지만,

마이너스는 안 만드려고 최대한 노력하는 중이다.


문제는 지금의 청년들이 대학교 때부터 빚을 지고, 아르바이트를 해도 전혀 나아지지 않는 생활환경에 치이며, 사회에 나가서는 또 빚을 지고, 결혼해서 또 빚을 지는 이 사회가 어딘지 모르게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터무니없이 힘든 사회’를 지금의 젊은 세대들은 살고 있는데 기성세대들은 아직도 ‘니들이 보릿고개를 알아?’, ‘노력하면 이루어진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라고 한다.


약 4~5년 전부터 이런 꼰대스러운 훈계나 계몽에 대한 젊은 층의 조롱과 질타로 사실 이런 조금씩 말들은 조금씩 사라져 가는 추세이다.

그렇지만, 일부 기성세대들은 뼛속까지 느끼지는 못하는 것 같다.

‘내가 누군지 알아?’는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심심찮게 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주체성이 강하고, 혼란의 틈을 타, 노력하면 희망이 있던 시대를 살아온 그들이기 때문에 이해는 한다.

다만, 지금은 너 나할 것 없이 공부에 전념하고 공부를 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사상이 박혀 있는 상태에서 공부만이 살 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시점이 늦게 찾아왔다는 허탈감에, 또 빚에 허덕이게 되어 버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터무니없는 생활 관련 비용들'인데, 많은 문제들 중에서 이하로 추려볼 수 있을 것 같다. 30년 전에 비해 우리는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1. 터무니없는 학비 인상

80년대 중반~말 사립대학 기준 약 50만 원이었던 학비는, 현재 약 500만 원이라고 하니 10배가 올랐다고 할 수 있다. 


2. 터무니없는 월급 대비 물가

대한민국 평균 월급이 30년 전 30만 원이었다고 하는데, 현재 평균 월급 300만 원(329만 원이라고 하는데 평균의 오류인 것임을 다들 체감할 것임). 대략 10배가 상승했다고 치자.


다만, 모든 건 화폐 가치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화폐가치가 약 10배 올랐다고 하니, 월급이나 학비는 적당히 맞춰간 거라고 셈 치고,


3. 터무니없는 집값 인상

30년 전만 해도 은마아파트 31평 2천만 원 정도 했다고 하는데, 

지금은 8억을 조금 웃도는 정도니 무려 40배가 상승한 것.


결국은 집값!


일반 직장인이 30%씩 알뜰살뜰 모아 7-8년이 걸리던 마이홈은 지금은 20년 이상을 모아도 또 서울 집값은 인상돼버리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마이홈은 서울 근교, 외각, 혹은 부모의 파워 없이는 가질 수 없는 것이 되어버렸다.


정부의 '빚내서 집사라'. '전세가와 매매가 차이 없으니 사는 게 낫지 않냐'라는 등,

나는 꽤나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매매 투기를 모르는 토착민들은 하우스 푸어가 될 것이며, 이런 정책으로 부동산은 점점 인상(이게 바로 거품)하고 거품이 무너질 때 모두에게 닥칠 비극은...


4. 터무니없이 힘든 자수성가의 기회

자수성가는 내가 배경은 좋지 않더라도 열심히? 만 하면 부와 명예를 가질 수 있는 정도를 뜻한다고 하면,

우리나라의 자주성가 비율은 


"세계 400대 부자 65%가 자주성가 한국은?"

0%라고 함.


[출처]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1/05/2016010500361.html?Dep0=twitter&d=2016010500361



세계 자수성가 가능성 순위, 그중 한국은?


터무니없이 낮음!


[출처] 뉴스타파 :http://newstapa.org/30163



세습과 부동산의 상속, 부의 상속 등이 팽배해,

있는 자들이 "너 나 누군지 알아?"를 얘기하고 싶게 만들고, 또 그것이 통용되는 나라인 것 같다.

결국 연줄과 인맥이 중요하고, 서로서로 등쳐먹는 살벌한 나라.

(너무 비관적인가... 사실 한국에 있을 때 우울증 걸리겠더라.) 


5. 터무니없는 인재 썩히기

요즘 주변 20대 후반~30대 후반의 친구들을 보면 미국, 영국에서 유학, 못하면 일본에서 유학, 적어도 어학연수, 워홀 등 해외의 경력은 기본으로 갖고 있으며, 토익은 800점대 이상, 심지어 제2외국어도 한 두 개씩 가능한 젊을 때 꽤나 공부를 했다는 사람들이 많다(합집합 아님).


이들이 결국에는 대기업에 취직을 하거나, 중소기업에 취직을 하게 되는데,

대학교, 대학원 때까지의 그들의 크리에이티비티는 취직과 동시에 묵살되는 경우가 많다.

회사 내 시스템에 맞춰가길 원하는 이들이 바로 위에 있기 때문이다.


회사 면접 때까지는 개성 있는 사람을 원하면서, 회사 입사 후에는 예스맨이 되며 맞춰주길 바라는 회사.

(일본은 한국보다 더 심한 것 같음.)


결국 '요즘 것들은 끈기가 없이 금세 때려치운다'는 소리나 하고 있다.

중소기업은 인력부족인데 다들 대기업만 가려고 혈안이라고, 오히려 젊은이들이 눈이 높다고 탓하고 있다.

6. 터무니없는 자살률

이제는 모두가 알고 있는 OECD 국가 중의 행복지수 최하위권. 자살률 1위.

그밖에 GDP 대비 복지예산 비율 최하위, 아동의 삶의 만족도 최하위, 부패도(국가별 부패 순위) 최하위, 조세의 소득불평등 개선 효과 최하위, 출산율 최하위, 노조 조직률 최하위, 평균 수면시간 최하위, 성인의 학습의지 최하위...


정말?이라는 생각보다는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느낌이다.


자살충동은 존재의 이유가 없어진 것 같은 우울감이 들어, 앞날의 희망이 결여되어있을 때 생기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렇게 잠 안 자고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왜 행복하지 못한 것인가?

그 대답은 역시 개인이 아닌 환경이 좌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자식들의 성공을 바라며 뒷바라지만 해 온 베이비부머 기성세대들의 잘못이기도 하고,

그리고 또 지금껏 일궈온 대한민국의 국력은 역대 대통령들 덕이 아닌 온전히 당신들 덕이다.

그러나, 당신들의 방식으로 지금 젊은이들이 하길 바란다면, 그야말로 당신의 자식들이 실패로 가는 지름길이며, 존재 가치가 적어지는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고령화 사회에 앞으로 젊은이 1인이 부담해야 할 노년층은 4명이라고 한다.

계속해서 쌓이는 빚과 사회에 대해 느끼는 짐은 이루 말할 것 없이 더 커져갈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빚을 지며 살아가야 할 환경에서, 부모님의 기대는 짐처럼 느껴지는 현 시대, 

이 '터무니없는' 환경 속에서도 꿋꿋하게 열정적으로 살고 있는 한국 청년들을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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