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급함-행동력-경솔함-변덕스러움의 상관관계
어떤 아이디어가 떠오르거나 외부로부터 희망을 자극하는 긍정적인 신경을 자극하는 무언가를 받았을 때 깊이 생각하지 않고 '바로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들'의 부류가 있다.
욜로녀가 그렇다.
재미있을 것 같아 보이는 것들. 예를 들어 여태껏 겪어보지 못했거나, 내가 잘 알지 못했거나, 단순히 멋있어 보이거나, 누군가가 재미있게 소개하거나, 누군가가 극찬하는 대부분의 것들에 흥미를 가져왔고, 그리고 실이익이나 이득에 대한 계산이나 고민의 찰나 없이 대부분 실행에 옮겨왔다.
20대부터 30대 초반까지의 이런 나를 좋게 이야기하면 '엄청난 실행력과 행동력', 나쁘게 얘기하면 그냥 '호기심 천국'에 '근본 없는 자기애', '미래 설계에 대한 무계획성'.
나와 비슷한 성향을 가진 이들에게 '성급'한 사람들의 '행동력', '경솔함', 그리고 '변덕스러움'과의 연관성이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 졌다. 그저 연관성 있어 보이는 특성이나 성향들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본 욜로녀의 개인적인 반성 차원에서 하는 말이니 가볍게 읽어주었으면 좋겠다.
성급한 사람은 꼼꼼하지 못하다?
최근에 번역일을 할 때 느꼈다.
꼼꼼하게 두 번 세 번 읽는 것이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대신 처음에 웬만한 맞춤법 미스 없이 하려고 노력한다고...
이건 근자감이다.
사실 브런치에 투고를 할 때에도 대부분 처음 써 내려간 흐름 그대로 '발행하기' 버튼을 누른다.
다시 읽고 오탈자를 고치고 탈고하는 것이 내 현 직업의 일 중 하나임에도 불구하고(번역 때는 적어도 3-4번은 수정) 자신이 쓴 것들에 대해서는 '어차피 객관적으로 볼 수 없다'라고 치부해버린다. 횃불 타오르듯 단시간에 초집중하며 글을 쓰다가 마무리할 때 즈음 다시 읽어보려고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미 질렸거나 같은 내용을 연거푸 확인하는 것은 지겨움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조금 어려운 사람에게 메일을 보낼 때는 최소 세 번 이상 읽는 주제에, 불특정 다수에게는 정성을 다하지 않는 행위가 아닌가 싶어 반성한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건 나의 '성급함'이 원인이었던 게 아닌가 싶다.
'빨리 이것 끝내고 저것 할 일이 많은데...'
모든 일을 목록화시키고 클리어하는 버릇이 있는 나.
모든 태스크에 체크 칸을 넣어 게임을 클리어하듯 하나하나 (재빨리 덜 꼼꼼히) 정리해가는 버릇이 있다.
그래야 빨리 하고 쉴 수 있으니까.
이러한 성향을 갖게 된 것은 물론 DNA의 영향이나 선천적인 기질이 원인일 수도 있겠지만, 요즘 느끼는 외부적인 요인은 '체력'이다.
성급한 사람들은 대체로 체력이 좋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 체력관리를 잘 못하거나 원체 갖고 있는 체력이 같은 나이 때의 다른 이들에 비해 조금 떨어지는 사람들이 주로 성급하다. 빨리 클리어하고 쉬고 싶은 마음이 앞서, 한번 더 되짚어보는 것은 일의 연장선이기 때문에 꺼려한다.
그렇다고 꼼꼼함을 발휘 못하는 것은 아니다.
- 일(직업)로서 받아들일 때
- 어려운 사람, 초면인 사람에게 메일 보낼 때
- 디자인할 때(1픽셀의 어긋남이 보이기도 함)
등의 특별한 경우에는 모든 체력을 끌어모아 꼼꼼함을 발현하려 노력한다.
성급한 사람은 꼼꼼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특정 부분에 대해서만 꼼꼼함을 발휘한다'가 맞는 표현이 아닐까 싶다.
성급한 사람은 요약을 잘한다.
느긋함이 부족해 긴 에피소드를 자세히 전달하기보단 1분 이내로 요약하거나, 단어 중심의 메모를 즐겨한다(기자와 같은 직업은 별개).
예전에 한 친구가 1시간짜리 드라마를 보고 1시간 20분을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경악한 적이 있다.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했다. 나는 같은 드라마를 보고도 3분 이상 얘기하기가 힘들었다. 간단명료하게 얘기해야 듣는 이도 부담스럽지 않을 것이고, 내 체력도 소모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은연중에 요약이라는 형태로 나오는 것 같다.
요약을 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있는 사람은 때때로 차가운 사람으로 비치기 십상이다.
"안녕하세요. 제법 날씨가 쌀쌀해지는 초가을에 몸조리는 잘하고 계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이번에 메일을 드리는 이유는 지난번 XX프로젝트에서 oo부분에 수정할 사항이 몇 가지 보여 연락드립니다. aaa님의 스케줄을 고려하여 수정 대응을 해주실 수 있는지 여쭤보려고 합니다. 수정사항을 말씀드리자면....."
나는 이러한 구구절절한 어투에 질색하는 편이다. 외주는 물론이거니와 클라이언트에게도 요약문으로 대응 요청을 하는 편이다.
"안녕하세요. 욜로녀입니다.
이하 대응 부탁드립니다.
[XX프로젝트 oo부분에 대한 수정사항]
- 하단 450~500px부분 수정 : 브랜드 컬러 통일
- 레이어 분리 요청
※기한: 2017년 9월 20일
이상입니다. 감사합니다."
이번 회사에서 외주에게 이렇게 메일을 보냈다가 너무 예의 없이 메일을 보낸다고 한 소리를 들었다.
반대로 나는 예전에 부하직원이 구구절절 구획이 보이지 않는 메일을 보냈을 때 알기 쉽게 요약문으로 보내는 것이 어떠냐고 말한 기억이 있는데...
어떤 방식이 더 좋은지는 개인차가 있지만, 간단명료하고 단도직입적인 텍스트를 선호하는 나는 약간의 혼란을 느끼고 있다.
성급한 사람들이 모두 요약을 잘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성급한 사람들은 일을 재빨리 처리하고자 하는 욕망이 많은 사람이라는 부분에서 '장황'보다는 '간단명료'를 선호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성급한 사람은 경솔하다?
경솔함은 과연 성급함에서 오는 것일까?
'경솔하다'는 '말이나 행동이 조심성 없이 가볍다.'라는 사전적 의미로 보아, '성질이 급하다'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없잖아 보인다. 다만 단어 풀이의 성질로만 보았을 때 일맥상통하는 것이지, 성급한 사람이 모두 경솔하다거나, 경솔한 사람이 모두 성급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느긋하고 일처리 늦으며 메일을 구구절절 쓰는 사람들이 경솔한 언행이나 행동을 하는 경우도 있고,
성급하며 요약을 좋아하고 체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말을 아끼는 사람들이 경솔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간혹
"네가 한 발언은 경솔해. 성급한 성격 때문에 그런 것 같다"
라고 연결시키는 사람이 있다면,
"성급한 것과 경솔함은 조금 다르지만, 지금 내가 했던 발언이 기분을 언짢게 했다면 내가 조금 경솔했다"
라고 반박해도 좋을 것 같다.
'경솔함'은 사실 '성급함'보다 '수다(말 많음)'에서 표출되는 경우가 많다.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의 경우, '핵심+군더더기' 중 '군더더기'의 부분이 비교적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데,
'군더더기' 대체로 '말이 조심성 없이' 무겁기도 하고 가볍기도 하지만 대체적으로 가볍다고 느껴진다.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임
성급한 사람은 변덕이 잦다?
'성급함'과 '변덕'은 어떨까?
사실 욜로녀는 변덕스러운 부분이 많이 있다. 성급하기도 하다.
그렇다고 과연,
"너의 변덕은 성급함에서 오는 것이다"
라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순순히 고개를 끄덕여야 할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생기는데,
'성질이 급한 것(성급함)'과 '이랬다 저랬다 잘 변하는 태도나 성질(변덕)'
연관성이 없진 않아 보이지만 성질이 급하다고 변덕스럽다고 치부해 버리거나,
성질이 느긋하다고 변덕스럽지 않다고 확언할 수는 없다.
이랬다 저랬다 잘 변하는 성질은 '욕망'과 '욕심'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닐까?
"취미가 없어요"
"하고 싶은 게 뭔지 모르겠어요"
라고 말하는 이들과는 다르게
욕심과 욕망으로 가득 찬 사람 사람들은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 선택과 집중이 힘들어요"
욜로녀도 20대에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 선택과 집중? 훗 개나 줘 버려!라고 하고,
선택 없이 죄다 집중해버리던 시기가 있다.
잠을 조금 줄이면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굳이 선택할 필요 없이 죄다 해보고 판단하면 될 것이라며
무작정 이것저것 '행동'했었다.
30대 중반이 된 지금 후회하는 게 하나 있다.
조금 더 느긋하게 판단해서 T자형으로 미래 설계를 했었더라면 좋았을 걸...
'핵심'의 것은 절대 버리지 말고 더 깊이 파고들되, 넓고 얕은 지식과 경험으로 그 '핵심'에 쉴드를 쳤더라면...
변덕이 동반된 행동력은 지나온 인생에 대해 허무함을 가져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