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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바꿈 Apr 03. 2023

꼰대탈출은 어렵지만  멋진 꼰대가 되고 싶어

배바꿈(Baebadream) 프로젝트

 

온갖 고생과 어려움을 함께 했던 직장동료가 퇴사했다.

새로운 사업기획에 대한 부담과 치고 올라오는 30대 후배들과 갈등을 가슴속에 늘 품고 있던 사직서로 해결해 낸  나의 동료. 이제 그들의 자리에는 젊고 스마트한 후배동료가 앉아있다. 함께 활약하며, 공을 세웠던 전우였고, 퇴근 후 누군가의 뒷담화를 안주 삼던 술동무가 하루아침에 사라지고 집에 숟가락이 몇 개인지, 애들 이름은 물론,  부부싸움 전략, 전술 등 근대식 직장문화를 나눌사람은 아무도 남지 않았다.


 조직은 젊어졌고, 자연스레 조직문화는 2030 위주로 변했다. 

소통은 이메일 또는 메신저로, 대화는 조심스럽고 짧게, 개인 취향에 맞는 점심시간 보장, 저녁 회식은 줄이고 회식비를 n/1 해서 각자 문화(영화, 연극, 공연) 회식으로 대체됐다.  1박 2일, 때로는 2박 3일로 추진했던 단체 워크숍이 각 개인당 1일 Refresh 휴가제도로 바뀌고 휴가비도 지원받았다. 근로기준법에 보장된 연차휴일은 내 일과 연관된 동료에게 미리 협조를 구한 뒤 필요한 날짜에 언제든 사용할 수 있게 됐으며,  휴가 쓰는 까닭을 적어내던 연차 신청서는 날짜 정도만 적어내는 간편 양식으로 교체됐다.  경직된 직장문화 깨기는 나에게도 신선한 바람으로 다가왔는데 연봉, 승진, 복리후생에는 예민하고, 맡은 바 직무에 건성건성인 동료를 보면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건 여전했다. 그래도 내가 옳다는 생각으로 충고하거나, 내 과거 경험에 비추어 현재를 마음대로 판단하는 행동과 말은 꾹꾹 눌러 담았다. 나에게는 바뀐 시대를 인정하고, 새로운 세대와 공존의 길을 찾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했기 때문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했던가?

젊은 동료들의 말과 생각에 귀 기울이다 보니 합리적 사고와 행동에 공감되는 부분이 많이 생겼다.  나를 분노케 했던 젊은 동료 또한 결국 그들의 리그에서도 퇴출되는 분위기였고,  나는 나대로 예전보다 합리적이고 깔끔해진 직장생활을 맞이할 수 있었다.  업무공유나 요청은 메일이나 메신저로 해결하면서 사적 대화가 없어진 틈을 타 업무에 집중할 수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퇴근 시간도 빨라졌다. 특히 내가 술이 고플 때 동료의 기분을 풀어준다는 얄팍한 핑계로 후배들의 퇴근시간을 사로잡던 파렴치한 술값은 참이슬 주식을 살 수 있을 만큼 특급 보너스로 적립됐다. 


 새로운 조직문화에 적응하면서, 직장에 얽매였던 내 삶의 방식도 바뀌기 시작했다. 어떤 형태로든 시간을 벌어 듣고 싶은 강연과 세미나를 찾았고, 공감 가는 내용은 도서관 책을 잔뜩 빌려 본 후 꼭 필요한 책만 사들였다.  책 제목에 끌여 쌓아 놓은 책 때문에 "책을 서재진열용으로 모으냐?"며 빈정거렸던 아내의 잔소리를 피하는 방법도 후배 동료들의 합리적 지혜를 배워 해결했다.   


 도서관에 들락거리며 알게 된 지역 평생학습!

“평생교육 활동가 모집” 공고를 보고 이거다! 싶어 무조건 신청했다.  서른 시간의 역량 강화 교육을 수료해야 하는 내용을 신청하고 나서야 알게 됐지만, 시간을 쥐어짰다. 평생교육 활동가 과정을 무사히 마치고 주말 강좌를 기획하는 찬스가 주어졌는데 옆집 이웃이 수묵화 강사였다는 사실과 등산을 좋아하던 지인이 숲 해설사로 활동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내가 허투루 시간을 보내고 있을때 영리한 사람들은 이미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시간을 몰입하면서 뭔가를 꼼지락꼼지락 하고 있었다.    

   

 예상치 못한 코로나가 가져다준 깨달음

새로운 도전에 심장이 뛰고 아날로그 동료에서 디지털 동료에게 서서히 적응되고 있을 무렵 세상은 더 빨리 디지털과 어울려야 한다며 등을 떠밀었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말을 줄여야 했으며, 대부분의 만남은 철저하게 통제됐다. 악수를 나누고, 마주 보며, 귀담아듣고, 식사를 함께하면서 오감으로 살아온 관계가 청각과 시각 으로도 많은 일이 해결되기 시작했다. 잘 모르면 키오스크 커피 주문조차 불편했기 때문에 세상이 내린 숙제(디지털적응)를 소홀히 하면 내 삶에 적색 신호가 켜질 것은 분명했다. 이때부터 내 인생 두 번째 기적 만들기, 내 인생 후반전 밑그림을 그리는 점을 찍기 시작했다.


 배바꿈!(baebadream) 프로젝트

평생학습 글쓰기 강좌에서 방송작가 출신 작가님을 알게 됐다. 작가님이 올린 진실하고 솔직한 (방송작가로서의 힘들었던 경험) 글을 읽고 댓글을 달았는데 나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남겨주셨다. 작가님이 강의장에서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다며 나눠주신 에너지를 받아, 생각을 실천으로 옮겨보자는 용기를 얻었는데 남들이 올린 글을 부러워만 할 뿐, 꾸준히 글을 쓰고 다듬어 공개하는 습관은 의지박약증세가 심각한 나에게 어려운 꿈이었다. 다만, 띄엄띄엄 한문장씩 쌓아둔 짧은글과 빠지지 않고 적어둔 일기가 있어 해볼만 하다. 태어난 지 고작 600개월, 이제 막 철들기 시작한 꿈 많은 남자의 새로운 항해, 지금까지 당신의 배가 내 배인양 노 저어 살았다면 이제는 배바꿈을 꾼다. 두 번째 기적을 위한 여정을 실험하고 기록하는 나의 다짐 배바꿈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 퐈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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