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세월 동안 내 속에는 내가 너무도 많았다. 직장에서 발을 빼고, 내 속에 있던 그들 중 진짜 나를 찾아보는 시간을 갖고 있다. 진작에 찾아야 했음에도 그 시간은 늘 후순위였고, 찾는 방법조차 몰랐다. 그저 남들 하는 거 흉내 내며 오늘은 이놈을 꺼냈다가 내일은 저놈을 꺼내 세상이 요구하는 데로 모든 것에 두루 어울리는 삶을 살았다. 내 속에 내가 정말 있기나 한 걸까, 적어도 하나씩 천재성을 갖고 태어난다는데 과연 내게도 그런 게 있을지 궁금했다. 오래된 보물 찾기처럼 나를 들여다보는 일은 쉽지 않았다. 고전을 읽고 얻은 깨달음과 감동적인 영화, 강연이 나를 자극하는 훌륭한 트레이너 역할을 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하루를 오롯이 내 시간으로 쓸 수 있는 자유로움이 너무 행복해서 겁도난다. 마치 사탕을 너무 많이 먹고 나서 이가 썩지 않을까 걱정하는 아이의 심정이다. 글을 쓰고 모아 책을 내고 싶은 소망이 있다. 하지만 경제적 보탬과는 거리가 먼 꿈이다. 현실은 냉정하다. 하고 싶은 일만 하다가는 쪽박 차기 싶상이라는 말과 내 속의 있는 '나'들이 '어벤저스'처럼 뭉쳐서 튼튼한 나를 만들어 준다는 믿음이 눈앞에 오락가락 충돌하고 있다.
하지만 결국, 이 자유로움은 나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다고 믿는다. 글 쓰고, 영상을 찍어 직접 편집하고, 100대 명산을 찾아다니며, 달리기 하는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내가 어느 때보다 즐겁다. 내 속에 있는 나들이 서로를 지지하며 조금씩 나아가고 있는 느낌이다.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을 찾아내는 여정은 계속될 것이다. 100세가 되기 전에, 조금 더 용감한 내가 되기를 바란다. 후회 없는 삶,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행복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