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이탈리아 가죽학교에 관한 Q&A

by BAEL LEATHER SCHOOL

저는 이탈리아 피렌체에 있는 'La Scuola del Cuoio'라는 학교에서 Bag Maker 과정을 수료했었는데요.

가죽 공예의 유학을 계획하시거나 준비하시는 분들, 가죽 공예의 전문가가 되고자 하시는 분들께 도움이 되고자, 학교에 관한 준비부터 생활, 커리큘럼, 수업평가까지 간단한 질문과 답의 형식으로 한번 정리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제일 많이 하시는 질문인 '유학 갈만 한가요?' '돈 들인 가치 있나요?'에 대한 저의 답도 마지막에 확인해 보세요.


하나씩 정리는 해 보았지만 그래도 못한 이야기들이 더 많고 또 아쉽네요.

기회가 되면 오프라인 미팅을 한번 마련해 보겠습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가죽학교 수업실의 문입니다. 고풍스럽죠?

Q. 왜 이탈리아 피렌체 가죽학교를 선택하셨나요?

A. 실은 이 질문은 '유학을 가려는데 어떤 학교들이 있나요?'과도 비슷하겠네요.

막상 큰 마음을 먹고 유학까지 가고자 하신다면, 아무래도 어느 나라에 어떤 학교를 선택할지 제일 고민이시겠죠.

무엇보다 학교의 수업 내용이 어떨지 궁금도 하고요. 그러나 외부에서 정보를 얻기는 쉽지 않네요.

저는 조금 특이하게도 가죽공예를 처음 알게 된 그때, 바로 이 피렌체 학교를 찜해 두었는데요.

취미로 시작했을 그때, 막연히 유학을 간다면 패션 명품으로 유명한 이탈리아란 나라에 가죽 제품으로 유명한 피렌체라는 도시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죠. 즉, 어떤 것이 있는지 자세히 알아보지는 않고 막연히 그냥 꿈이었어요.

그리고는 실제로 유학을 결심한 후에 여러 가지 조사도 하고 알아보았는데요.

의외로 갈 수 있는 학교가 많지 않았어요. 특히나, 자국인이 아닌 외국인을 대상으로, 가방 디자인이 아닌 실제로 제작 기법을 가르치는 학교는 거의 없더라고요.

그렇게 알아보니 일본에 2~3년 코스로 학교들이 몇 개 있고, 프랑스는 직업훈련 성격의 학교가 있으며, 이탈리아에 'La Scuola del Cuoio' 외 한 개 정도 더 있더라고요. 물론, 북미에도 찾아보면 있겠죠.

저는 학교 선택에 몇 가지 저만의 기준을 세웠습니다.

우선은 실제 기술을 중심으로 실습을 할 수 있어야 하고요. 학습 기간은 너무 길지 않아야 했어요. 아무래도 제가 나이가 있다 보니 부담이 덜하고 집중적인 커리큘럼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저는 여기 피렌체 가죽학교를 선택했습니다.


Q. 학교 개강 정보는 어떻게 되나요?

A. 수업은 크게 6개월 코스와 3개월 코스로 나눠요.

6개월은 일 년에 한 번, 1월부터 6월까지 하고요. 3개월은 일 년에 3번 있어요.

7~8월은 방학으로 수업이 없고요.

수업 일과는 오전 10시 시작해서 오후 5시 반 정도에 마치고요. 중간에 점심시간으로 30분 정도 있어요.

주 5일 학습을 합니다.

큰 틀에서 패턴 수업을 진행하고 각 패턴에 맞춰서 개별적으로 제작을 해요. 제작은 소잉 머신(미싱)을 주로 사용하고요. 6개월 경우에는 보통 10여 개의 가방을 제작까지 하게 돼요.

물론 사전에 제작 경험이 있으신 분들은 더 많이 만들기도 합니다.


Q. 학비는 어떻게 되나요?

제가 다녔던 2015년 기준으로 6개월 코스는 약 1500만원, 3개월은 700만원 정도 했어요.


Q. 입학 준비는 어떻게 하나요?

A. 디자인 학교들과 달리 여기 피렌체 학교는 특별한 입학 심사나 자격은 없습니다. 즉, 입학비만 있으면 가능하고요.

물론 수업을 들을 수 있는 수준의 이탈리아어가 되면 많은 도움이 되겠지만, 저처럼 이탈리아어에 까막눈, 까막귀여도 입학은 가능해요.

하지만, 어학 준비를 많이 하시면 하실수록 수업을 보다 알차게 들으실 수 있겠네요.

이탈리아어가 대중적이지 않기 때문에 수업은 영어로도 진행을 합니다.


어학원 통해서 비자 발급은 어렵지 않게 받았어요

Q. 비자 발급은 어떻게 되나요?

A.쉔켄조약으로 EU 유럽에서 비자 없이 3개월은 있을 수 있는데요. 만약 6개월 코스를 받으시려면 비자를 발급받으셔야 합니다. 혹, 어떤 친구들은 비자 발급 없이 3개월 수업 듣고 잠깐 한국으로 갔다가 다시 나머지 3개월 수업을 듣기도 했는데요. 제가 알기로 원칙적으로는 좋은 방법은 아니라고 합니다. 자칫하면 재입국을 못할 수 있으니까요. 또, 비행기 값도 두배로 들고요.

그런데 비자를 발급받으면 여기 현지에서 솟조르노라고 체류허가증까지 발급받아야 합니다. 약 30만원정도 들었네요.

비자 발급은 개인적으로 준비를 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저 같은 경우는 자신도 없고, 준비가 부족하면 거절당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한다고 해서 그냥 어학원을 통했습니다. 특히나 나이가 좀 있으신 분들은 어학원을 통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또, 어학원이 비자발급, 입학대행, 현지 숙소까지 알선해 주니 마음 편하더라고요.

그런데, 학비 같은 경우에는 어학원을 통하지 않고 직접 하면 할인도 가능하다고 하니, 한번 알아보셔도 좋겠습니다.



마오쌤이 이탈리아어로 설명하시면 테드쌤이 영어로 다시 설명해 주세요.

Q. 어학 준비는 어떻게 하셨나요?

A. 저 같은 경우는 준비를 많이 하지 못했는데요. 2014년 8월에 퇴사하고는 9월 어학원 1개월 수강, 그리고 11월에 피렌체로 넘어가서 다시 현지에서 1개월 수업 들은 것이 전부입니다.

역시 유학의 제일 걱정이 어학이었는데요. 다행인 것은 외국인을 위해서 수업을 영어로도 진행을 합니다. 선생님이 두 분 계셔서 한 분이 이탈리아어로 수업을 하면 다른 한 분이 영어로 다시 설명을 해 주시는 방식입니다.

영어를 잘 한다고 생각 않았는데 이탈리아어를 잘 모르니 영어가 그나마 쉽더라고요.

만약 영어도 잘 모르신다면, 걱정 마세요. 우리에겐 바디랭귀지가 있으니까요. 실제로 기술을 중심으로 하는 수업이라서 실습 시연 모습만으로도 어느 정도는 수업을 쫓아갈 수도 있었습니다.


피렌체 처음 숙소였는데요. 큰 책상이 너무 맘에 들었지만 학교와는 거리가 조금 있었어요.

Q. 이탈리아에서의 생활(숙소, 생활비)은 어떤가요?

A. 제일 큰 문제는 역시, 숙소인데요. 저 같은 경우는 1개월은 어학원에서 알선해 준 숙소를 이용했고요. 현지에서 1개월간 머물면서 제가 숙소를 직접 알아봤었어요.

그런데, 외국인으로, 단기간 숙소를 구하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현지 부동산이 많기는 하지만 주로 1년 이상의 장기간을 중개해 주고, 계약을 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서류들이 필요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에어비앤비를 통해서 알아봤어요. 즉, 원하는 위치의 숙소를 검색해서 그 숙소에서 6개월 숙박이 가능한지를 물어봤어요. 월세는 학교가 시내에 있어서 학교 근처는 좀 비싸고, 외각으로 갈수록 가격은 싸져요. 저는 집주인과 협의를 해서 할인을 더 받았어요.


창밖 풍경에 푹 빠져서 조금 비싸도 이 집으로 선택헀었어요.

체력이 저질이라서 하루 종일 서서 가방 만들고 수업 듣고 나면 집에 와서 녹초가 되었는데 숙소 위치가 가까우니 많이 편하더라고요.

제가 있던 숙소는 방 3개, 거실, 주방, 화장실 2개의 공간이었고요. 여기에 중국인 1분, 독일인 1분과 함께 지냈어요.

비용은 관리비 포함해서 650유로였어요. 그리고 보증금으로 월세 1개월치를 deposit 했고요.


제가 닭백숙을 해 먹을 줄은 저도 몰랐네요.

생활비는 대부분이 식비였어요. 특히나 저 같은 경우는 밥돌이여서 쌀밥과 김치를 먹어야 했었죠. 처음에 몇 번은 피자와 파스타를 먹을 수 있었는데요. 매끼마다 외식(?)을 하려니 돌겠더라고요. 그래서 거의 집에서 다 해 먹었어요.

원래, 한국에 있을 때 제가 밥을 직접 해서 먹지는 않았었는데요. 여기 피렌체에서 먹고사는 것에 직면하니 음식을 안 할 수가 없더라고요. 비빔국수도 안 해 먹던 제가 피렌체에서는 닭백숙까지 해 먹었어요.

식비 외에 간식이나 에스프레소도 마시고, 아페르띠보가서 술 도 한잔하고, 발레도 보고, 음악회도 가고, 친퀘떼레나 끼안띠처럼 가까운 곳은 버스 타고 갔었네요.

이래 저래 한 달에는 약 700유로 정도 들었습니다.

유럽이 물가가 비싸다고 하지만 식료품비나 문화 관련 비용은 높지 않은 거 같아요.



돈은 많이 환전해 가기 보다는 그냥 필요할 때 인출하는게 더 편하더라고요.

Q. 한국에서 꼭 챙겨 와야 할 것은 뭔가요?

A. 제 일은 현금인출카드이겠죠. 저는 신용카드보다는 체크카드로 두 개 준비해 갔었습니다.

그 외, 웬만한 물건들은 이탈리아에도 다 있고, 오히려 유럽에서 더 싸고 좋은 것이 있어서 많이 안 가져갔어요. 하지만 현지에서 구하기 어렵거나 비싼 것도 있는데요. 공예 관련해서는 눈금 쇠자는 꼭 가져가셔요. 수업에서 제공하는 자는 재단자로 눈금이 없답니다. 눈금자가 없는 걸 보고 처음엔 멘붕까지 왔었어요. 곡면자도 챙겨가시면 좋아요. 노트나 문구류도 한국께 더 싸고 좋네요.

생활 관련해서는 전기밥솥, 전기장판, 오리털 이불은 꼭 가져가세요. 한국인은 밥심으로 살잖아요. 저 같은 경우는 밥솥을 안 챙겨가서 처음에 너무 고생하다가 다행히 어학원 친구가 밥솥을 빌려줬어요. 지금도 그 친구가 너무 감사해요.

피렌체 날씨가 한국보다는 따뜻하다고 하더라도 새벽으로는 은근 쌀쌀해요. 추위를 타시는 분들이라면 장판과 이불도 꼭꼭 챙겨가세요.


Q. 이탈리아에서 꼭 챙겨 와야 할 것은 뭔가요?

A. 공예 관련해서는 가죽 도구인데요. 유명한 베르제 블랑샤르의 그리프 등 여러 도구들이 한국보단 많게는 절반까지 저렴해요. 그리고 학교를 통하면 좀 더 할인도 가능해요. 주문은 학교를 통해서 프랑스 셀러로 주문할 수도 있고요. 그냥 개인이 직접 프랑스 셀러에 컨택해서 주문할 수도 있어요.

이탈리아 가죽 하면 유명하죠? 그러나 가죽을 한국으로 가져오는 것이 생각보다는 쉽지 않다고 하더라고요. 들리는 이야기로 가죽을 가져오려고 하면 이탈리아 출국 심사가 까다롭데요. 그래서 저 같은 경우는 가죽을 미리 가 재단을 해서 좀 가져왔어요.


피렌체 외각에 있는 부자재 회사예요. 주변에 구찌 공장도 있고요.

부자재도 Senatori 등에서 구입해 오시면 좋겠네요. 전반적으로 품질이나 도금이 우수하고, 잘 살펴보면 'made in italy'가 찍혀 있는 것도 있고, 잘 못하면 중국제도 있어요. 페니체 엣지코트는 아예 통으로만 파는데요. 기본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엣지컬러는 통으로 사 오시면 좋겠네요. 문제는 무게가 무거워서 자칫하면 항공운송비가 많이 들 수 있어요.

가방 안감 등에 사용할 패브릭은 이탈리아가 많이 비싸더라고요. 이 건 한국이 훨씬 가격 대비 좋은 것 같아요.

생활 관련해서는 사고 싶었던 명품이 있다면 하나쯤은 구입하시면 그나마 저렴(?)하게 구입하시겠네요. 특히, 피렌체 외각의 아울렛몰에서 일 년에 두 번 정도 있는 큰 세일 기간이 있어서요. 50% 넘게도 구입하실 수 있어요. 이 부분은 어쩌면 여러분들이 더 잘 아시겠네요.



Q. 학교의 커리큘럼은 어떻게 되나요?

A. 처음에는 몇 가지 간단한 도형 형태로 재단, 시접, 미싱을 연습해 봅니다.


다음으로 간단한 파우치를 만들어 봅니다. 여기서 기본적으로 안감, 겉감뿐 아니라 속에 들어갈 보강재들도 사용해 봅니다. 또, 본딩과 전체 피할, 부분 피할, 손피할까지, 가방을 제작하기 위한 기초 기술들을 모두 경험해 보게 됩니다.

참고로 하나의 패턴에 대해서는 약 2~3가지 제작을 해 보게 되는데요. 첫 번째는 선생님의 수업을 듣고 수업에 맞춰서 만들고요. 그다음은 자기가 스스로 수업 내용을 리마인드 하면서 만들어 봐요. 특히, 같은 패턴이지만 좀 더 난이도가 있는 것은 한번 더 만들어 보기도 합니다.


다음은 카드 포켓 지갑입니다.


다음은 간단한 여권지갑입니다. 시접이 아닌 엣지코트 처리도 경험해 봅니다.


다음은 지퍼 파우치입니다. 한 개는 인 스티칭, 한 개는 파이핑 작업입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가방 제작에 들어가 보겠습니다.

먼저 U패턴 백입니다. 평면이 입체로 변환되는데 필요한 계산을 적용한 패턴부터 단단한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서 여러 두께의 텍스톤도 사용을 하고, 가방의 기본인 안쪽 포켓과 스트랩까지 만들어 봅니다.


다음은 기본 U패턴에 서류가방입니다. 간단한 핸들도 같이 만들어 봅니다.


다음은 U패턴 심화 백입니다. U 패턴은 기본적으로 앞 모양이 정해 져 있지만 이번에는 앞판 모양도 원하는 라인으로 바꿔 보겠습니다. 또, 메탈을 사용해서 앞판 모양을 좀 더 탄탄히 잡아 보겠습니다.


다음은 아코디언 패턴 백입니다. 켈리백 스타일의 싱글 핸들도 만들어 봅니다.


다음은 아코디언 패턴 서류가방입니다. 아코디언은 안의 포켓을 1개부터 여러 단으로 만들 수 있겠습니다.


다음은 잠깐 쉬어가는 타임으로 간단한 칼집과 문구 바인더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다음은 파이핑 서류가방입니다.


다음은 파이핑 심화입니다.


다음은 O형 패턴의 대표주자 포스턴 백입니다.


다음은 T형을 기본으로 한 백팩입니다.


다음은 버킷백입니다.

마지막으로 파이널 작품입니다. 포스트 머쉰을 사용하고, 옆판을 세우는 기술이라던지, 안감의 포켓 패턴 등, 다양하고 다소 복잡한 구조로 제작하였네요. 학교의 모든 내용을 리마인드 하면서 찬찬히 만들어 봤었습니다.


중간중간에 여러 타입의 포켓과 핸들도 배우고요. 샤넬 스타일 퀼팅이나 보테가 스타일도 배워봅니다.


물성형도 해보고, 틀에 가죽을 씌워서 팔찌며, 테슬도 만들어 봅니다.


완성본까지는 아니어도 패턴을 검증하기 위한 샘플도 만들어 보고요.


또, 리니아 펠레나, 미펠 등의 전시회도 가고, 가죽테너리 견학도 갔었네요.



Q. 이제 중요한 질문입니다. 비싼 돈을 들여서라도 유학을 갈 가치가 있나요?

A. 제 답은 Yes입니다. 물론, 우리나라도 제작 기술에 대한 수준이 높고, 공방도 많아서 배우고자 하신다면 충분히 배울 수 있는 환경이며 시설이 되어있습니다만, 저는 다음 두 가지 이유라면 갈 볼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집중해서 배울 수 있다는 겁니다. 하루 7시간, 주 5일이면 35시간이고, 한 달 4주 기준으로 6개월이면 총 840시간을 배우게 됩니다. 한국에서는 아무래도 주 몇 회, 한번 가면 3~4시간 만을 배우게 되니 아무래도 작업의 연속성이나 집중성이 다소 떨어질 수 있겠습니다.

여기서, 학비가 다소 비쌀 수 있지만 위의 수치로는 단순 계산으로 시간당 1만 8천원 정도 하는 것이고요. 그 정도면 한국과 비교해도 학비가 그렇게 비싸진 않습니다. 특히나, 학비 안에는 가죽, 부자재, 보강재 등의 모든 재료비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학비 외에 체류비가 들고, 학교에서 제공하는 재료들이 썩 좋지 않아서 개인적으로 구매를 해야 하기도 합니다.


마오쌤이 패턴에 대한 설명과 함께 직접 시연하고 있으세요.

둘째는 다양한 패턴을 배울 수 있겠습니다. 제 생각에 피렌체 가죽학교의 수업의 목표는 완성도보다는 얼마나 다양한 패턴을 경험해 보는가 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스티칭도 미싱으로 해서 제작 시간을 줄이고,그만큼 더 패턴에 집중할 수 있도록요. 완성도는 기본 기술과 패턴을 익힌다면, 나중에 자기만의 시간을 투자해서 올릴 수 있겠죠.

이렇게 기본 패턴을 중점적으로 충실히 하다 보면, 졸업 후 스스로 응용하여 가방 제작이 가능한 점이 좋았습니다.

또, 핸드 스티칭만 알고 있던 제게 미싱 스티칭은 신세계였고요.

부분 피할 없이 작업하던 제게 부분피할의 중요성도 일깨워 주었습니다.

공예 관련된 용어들을 조금은 더 국제적인 용어로 배울 수 있어서, 이 점도 개인적으로 좋았습니다. 어려운 일본말이나 우리나라에서만 쓰는 용어를 들으면 더 헷갈렸거든요.


셋째는 수업 외에도 다른 경험들을 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예를 들면 가죽 쇼인 리니아 펠레나 남성 패션 전시회인 피티워모 등을 참관해 볼 수도 있고요. 가죽 테너리를 견학해 볼 수 도 있겠습니다. 아무래도 이런 전시회만을 보러 가려면 비행기 값이 만만찮죠. 학교에 다니는 동안에는 바지런하시면 더 많은 곳을 찾아가 볼 수 있겠습니다.

여행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유럽 간에는 비행기 값이 많이 저렴하더라고요. 예를 들어 피렌체에서 파리로 가능 비행기 왕복이 10만원 정도였으니까요. 열차도 미리 예약하면 싸고요. 저 같은 경우는 학교를 다니면서 유럽과 이탈리아 여러 곳을 싸게 여행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마오쌤. 보고 싶습니다.

넷째는 선생님입니다. 마에스트로 마오쌤이 수업을 해 주시는 것이 제게는 제일 좋았습니다.

역시나 기술 교육은 전수의 개념으로 선생님의 스타일을 많이 쫒아 갈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저는 마오쌤의 기술이나 기법 뿐 아니라, 공예에 임하는 자세와 폭넓은 경험, 정확한 분석력에 정교하고 디테일까지, 제가 마오쌤을 알게 되고, 쌤의 가르침을 받은 것만으로도 저의 유학은 성공했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선생님은 의외로 만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마오쌤은 경제적인 것을 욕심내기보다는 당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학생에게 전수한다는 철학으로 가르쳐 주셔서 무엇보다 인간적으로 좋았습니다. 그리고 저도 그런 마오쌤을 닮아가고 싶습니다.

혼자서 공예를 하다가 보면, 때로 어려움이 있을 때, 저도 모르게 '마오쌤은 어떻게 해결하셨을까?'하며 문제를 헤쳐나가게 되더라고요. 마치 학교 수업 때 처럼, 쌤이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듯이요. 그만큼 마오쌤은 평생 제 공예 활동의 뿌리가 되시네요.

꼭 공예가 아니여도 평생을 존경할 수 있는 진정한 선생님을 만나는 것은 큰 행운일 것입니다.



Q. 좋은 점만 말씀하시네요. 안 좋은 점은 정말 없나요?

A. 있죠. 아무래도 가죽학교는 장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그런 원리로 학생들을 대할 때가 있습니다.

그 예로 학생들 20명에 선생님이 2명인데요. 다소 학생 수를 줄였으면 더욱 좋았을 텐데요. 때로, 선생님을 기다리느라 예약(?)을 할 때도 있고, 작업을 진행하지 못해서 빈 시간을 가질 때도 있었습니다.

마찬가지로 머쉰의 수도 학생 수에 비해서는 적어서 스티칭하기 위해서 기다려야 하는 점도 많았고요.


다음으로 조금 웃픈 점인데요. 학생 20명 중 한국인이 15명 정도 될 때도 있었습니다. 한국인지 이탈리아인지 했네요. 물론 그 덕에 정은 더 많이 들었지만요.


마지막으로 이탈리아의 가죽 공예 환경과 한국의 환경 및 시장이 틀려서 학교를 마치고 와서는 한동안 방황(?)했네요. 머쉰은 어디서 어떻게 구입하고, 가죽은 어디서 구입하며, 부자재는 어디 것을 써야 하는지 몰라서요.

학교에서 제공하고 6개월을 썼던 것을 한국에서 같은 걸로 구하려고 하니 많이 어려웠습니다. 일례로 살파(Salpa)를 한국에서는 LB라고 사용하는 식이죠. 그래서 한국에서 다시 여러 정보들을 얻느라 노력이 많이 필요했었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 예전에 블로그에 올렸던 학교 관련 내용과 일지들을 하나씩 보았습니다.

그리고 때로 맘이 애잔하고 눈물이 맺힐 만큼 그리웠네요.

'아 내가 그때는 저런 생각을 했구나' 하는 것이 느껴져서일 겁니다.

그만큼 이 글이 유학을 생각하시는 분들과 가죽 공예에 관심 있는 분들께 많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런 도움보다 더 큰, 추억과 기억을 되살릴 수 있어서 오히려 제가 감사합니다.


모두, 행복하세요.




keyword
이전 09화가죽 시장 투어 - 서울 신설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