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죽 공예를 하시기 위해서는 여러 원자재, 부자재, 보강재에다가 전문 도구, 장비, 약품 등이 필요한데요.
여러분은 어디서 어떻게 구입을 하세요?
요즘은 인터넷 몰이 잘 되어 있어서 가죽도 필요한 만큼 나눠서 판매를 한다거나 약품도 작은 병에 소분을 해서 취미로 하시는 분들이 쉽게 주문하고 택배로 받아 보실 수 있죠.
그러나 조금 더 전문적으로 하시려면 아무래도 오프라인 매장에 가셔서, 실제로 비교도 해 보시고 구입을 하시는 게 좋은데요.
서울에서는 가죽공예와 관련된 가게들이 몰려 있는 곳이 몇 군데 있습니다.
그중 동대문 쪽은 의류 쪽이 많고요. 성수동 쪽은 신발, 제화 쪽 가게들이 몰려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저와 함께 둘러볼 첫 번째 시장은 바로 신설동입니다.
가죽 시장 투어는 기회가 되고 여력(?)이 되는 한 우리나라뿐 아니라, 일본 아사쿠사 쪽, 이탈리아 밀라노 쪽도 연재를 기획해 보겠습니다.
그럼 신설동으로 같이 떠나 보실까요?
신설동도 다른 동대문이나 성수동처럼 소매보다는 도매를 전문으로 형성, 운영이 되어 왔었는데요.
우리나라에 가죽공예의 붐이 불면서 개인이, 소매로 구입을 하시는 분들이 늘어나면서, 여기 시장도 소매분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아직은 도매 쪽이 강하니, 혹시나 매장에 들렀는데 조금 퉁명해하신다면, 그러려니 이해해 주세요.
이렇게 여기 신설동을 보면, 작년의 모습이 다르고 올 해가 다른 것을 느낄 수 있는데요.
그만큼 가죽공방도 더 많이 생기고, 가죽공예를 하시는 분들이 많아진 것을 체감할 수 있는 것이, 예전에는 주말에 사람들이 많았다면, 요즘은 평일에도 사람들이 꽤 있고요. 지방에서 구입을 하러 오시는 분들도 많더라고요.
특히, 가게들이 점점 깔끔(?)해지고 매장도 넓혀가는 걸 보면서, 또 한 번의 우리나라 가죽 공예의 전환점이 오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만큼 가죽 공예의 저변이 확대되고, 성장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금,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에서 '가죽 공예 한번 해 볼까?' 하시는 분들도 있으시면, 주저 말고 바로 실행에 옮겨 보세요. 아직 우리나라는 가죽 공예에 있어서는 그래도 초기 단계입니다.
블루오션, 레드오션을 따지지 않더라도, 시장이 더 성숙해지면 그만큼 새로 진입하시기는 어렵죠.
물론, 지금도 녹녹지는 않습니다만, 한 가지 기대는, 꾸준히 지속적으로 준비를 하시고 작업을 하신다면, 다시 올 다음 세대 가죽공예 붐에서는 좋은 결과를 맞으실 수 있겠습니다.
가죽 시장을 투어 하면서 느끼는 점이 좀 많아서 여담이 많았네요.
다시 돌아와서, 신설동은 꽤 큰 역입니다. 1호선과 2호선이 있고요. 출구도 많고 복잡하고요.
주로 가죽 시장은 신설동역 KT건물 뒤편으로 형성되어 있고요.
몇몇 가죽집들은 좀 더 인근에 산재해 있습니다.
저는 매번 출구가 익숙하지 않아서, 아예 10번 출구를 정해 놓고, 그쪽으로 나온 다음에 투어를 합니다.
정말, 이렇게 정해 놓지 않으면 두더지 게임 마냥, 다 나오고는 여기가 아니네 하실 수 있으세요.
가죽 시장은 아무래도 집과는 거리가 있어서, 자주 나오기는 힘들고요.
그래서, 나오는 김에 한 번에 가능한 모든 것을 다 구매하고 처리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그러려면 사전에 내가 어떤 가죽을 살지 등의 쇼핑리스트와 피할 등 해야 할 것들을 적어가시면 좋은데요.
그런데, 쇼핑이라는 것이 실제로 눈으로 보다 보면, 필요하지 않은 것도 구매를 하는 충동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특히나 가죽의 특성상, 컬러와 수 등이 한정 적여서, 지금 맘에 들어하는 것이 다음번에 왔을 때 없을 수가 있거든요.
그래서 조금은 더 과소비(?)하실 생각을 가지시고요.
글쎄요. 카드보다는 그래도 아직은 현금 결제가 부가세 등으로 조금 싸게 구입하시겠습니다.
가죽 시장을 투어 하는데 저는 저 나름의 순서가 있는데요.
1. 가죽 선택
2. 안감 선택 (가죽 컬러에 맞춰)
3. 지퍼 등 부자재 선택 (가죽 컬러에 맞춰)
4. 금속 부자재 선택 (실버, 골드, 황동,..)
5. 실선택 (가죽 컬러에 맞춰)
6. 약품 선택 (가죽 컬러에 맞춰)
7. 보강재 선택
8. 필요한 도구 선택 (펀칭류..)
9. 커피 한잔
위의 순서대로 각 매장들이 따로따로 있어서 한 곳 씩 방문을 하게 됩니다.
저는, 이미 가 봤기 때문에 방문을 하면 바로 구입을 할 수도 있지만, 처음이시라면 전체를 한번 먼저 둘러 보신 다음에, 차 한잔하시고는 최종 구입할 물품을 선택해서 다시 해당 매장으로 가시는 것도 괜찮겠습니다.
순서를 잠깐 보면, 역시 제일 중요한 것은 가죽입니다.
가죽에 대해서는 별도로 연재된 글이 있으니 보시면 도움이 되시겠고요.
저 같은 경우는, 소품의 경우는 좀 더 단단한 가죽으로, 겉감은 특히 크롬 태닝으로 스크래치 등에 강한 걸로 하고요. 소품의 안감 같은 경우는 내추럴함을 살리기 위해서 베지터블 태닝 가죽을 주로 사용합니다.
가방의 경우에는 뒤집어도 크랙이 잘 생기지 않는 가죽을 선택하고요. 가방의 안감의 경우는 고급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고트 가죽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무게를 줄이고 경제성을 위해서 패브릭을 사용합니다.
처음이시라면 위의 기준 정도로 보시돼, 원하는 색상을 선택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가죽 색상의 중요성은, 이후의 구입할 여러 부자재들의 기준이 되기 때문인데요.
좀 더 보색의 효과를 주시고 싶으면 그에 맞는 안감, 부자재, 실, 약품의 색상을 선택하시면 되고요.
오히려 튀지 않고 묻히는 컬러로 제작하고 싶으시다면 그에 맞춰서 색상을 통일시키면 되겠습니다.
이도 저도 복잡하시다면, 올 블랙을 선택해 주세요.
'블랙은 진리니까요.'
실제로, 이탈리아 가죽학교 때는, 한국처럼 자유롭게 가죽과 부자재를 선택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 같은 경우는 아예 블랙을 메인 컬러로 두고 시장에 한번 나가면 그에 맞춰서 구입을 다 했었고요.
그러다 보니, 한국에 계시는 어머니께서 뭐라고 하시더라고요. 직장 때려치우고 공예 배우러 유학 간다고 갔더니 매일 시커먼거 만든다고요.
'어머니들은 항상 염려합니다.'
가죽 집들 중 제가 자주 가는 곳은 몇 곳이 있습니다.
물론 더 많은 가죽 집들이 있고요. 필요에 따라서는 성수동으로도 투어를 마치고 가기도 합니다.
그만큼 그 집에 특화된 가죽들이 있는데요. 같은 고트라도 또는 같은 송아지라도 매장마다 조금씩 틀릴 수 있기 때문에, 처음에 아직 나의 스타일이 정해지지 않으셨다면 가능한 많은 매장을 방문해 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그렇게 해서 어느 정도 내가 원하는 가죽이 정해지고 스타일까지 만들어지겠습니다.
대략적인 금액이 궁금해하실 것 같은데요.
1. 일반적으로 국산 소의 경우는 평당 5000원
2. 수입 소의 경우는 평당 10,000원
3. 최고급 수입 송아지의 경우는 평당 20,000원
4. 고급 고트는 평당 15000원
이런 식입니다.
자세한 금액은 가죽마다 틀림으로 매장에서 직접 확인해 보실 수 있겠습니다.
이번에는 부자재를 한번 볼까요?
부자재 중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 중, 지퍼가 있겠는데요.
지퍼는 국산도 있고요.
저는 일본 YKK가 고장도 없고 튼튼하고 컬러감도 좋아서 많이 애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시아로는 공급을 잘 안 하기로 유명한 riri지퍼가 사진처럼 있습니다.
에르메스에서 사용한다고 유명한 지퍼입니다. 패브릭이 좀 더 패브릭스럽고, 슬라이드나 스토퍼가 훨씬 정교함을 보실 수 있습니다. 지퍼 날도 얄상하고요.
구입을 하고 싶어도 없어서 못했던 건데, 이번에 가서 눈 호강 좀 했습니다.
한 번은 경험 삼아서 구입해서 사용해 보세요. 가격이 비싸지만, 느낌이 확실히 틀린 것이, 자동차도 각 배기음 소리가 틀리듯이, 지퍼도 슬라이딩 느낌이 조금씩 틀립니다.
그 외에도 이탈리아 Lampo 등 유명한 지퍼 메이커사들이 있습니다.
지퍼는 3호, 5호, 8호 식으로 나가고 숫자가 클수록 지퍼 이빨이 큽니다.
그리고 이 호수에 맞춰서 각각 스토퍼, 슬라이드가 있습니다.
여기서, 지퍼 같은 부자재 선택이 저는 좀 중요하다고 보는데요.
그것은 아무리 솜씨 있게 작품을 만들어도 지퍼가 뜯어진다던지, 슬라이딩이 매끄럽지 않다던지, 도금이 쉽게 벗겨진다면, 전체적인 퀄리티가 지퍼로 인해서 망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좋은 가죽만큼이나 좋은 부자재를 사용하시길 권해드리고요.
'결국 비싼 게 좋긴 좋습니다.'
가죽공예에서 금속 부자재는 화룡점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은은한 광택의 가죽에 보석 같이 반짝이는 금속 부자재의 조합은 생각만 해도 럭셔리 그 자체인데요.
우리나라의 도금 실력이 이탈리아와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음을 피렌체에서 알 수 있었습니다.
물론 완전 하이엔드나 특화된 디자인은 이탈리아를 따라가지는 못하지만, 중간급 이상에서는 오히려 더 싸고 품질이 좋은 것이 우리나라 금속 부자재입니다.
또, 우리나라만큼 리메이크 제작을 위한 금속 부자재가 다양하게 구비된 곳도 없습니다.
이른바, 켈리 세트, 브리앙 세트, 할잔 버클, 콘스탄트 장식 식으로 구성이 되어 있어서 가죽공예를 하시거나 배우시는 분들에게는 선택의 고민 없이 구입하실 수 있으십니다.
그런데, 작품을 만들 때, 여러분은 디자인을 하고 부자재를 구입하세요? 아니면 부자재를 구입하고 그에 맞춰서 디자인을 하세요?
원칙(?)은 디자인을 하고 그에 맞춰서 부자재를 선택하는 것이 디자인의 훼손 없이 제작할 수 있겠지만, 크고 전문기업이 아닌 저희처럼 소상공인은 마음껏 부자재를 선택할 수 없기 때문에, 시중에 나와 있는 부자재를 보고 그에 맞춰서 디자인을 할 수 밖에는 없겠습니다.
물론, 별도의 맞춤 주문으로 부자재를 개인이 만들 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인 수량을 맞춰야 해서(예를 들어 100개 이상, 500개 이상 식), 이걸 되팔지 않는 이상은 집에 쌓아 두셔야 하겠습니다.
그러나, 많이 사용하는 슬라이드 풀러라던지, 20미리 기본 사이즈 디링 같은 경우는 개인 주문해서 사용해도 좋을 것 같은데요.
나중에 제 브랜드명을 찍은 부자재를 사용하는 것이 저의 로망 중 하나이겠습니다.
그런데, 모든 매장의 도금이 다 같지는 않습니다.
저는 조금은 더 비싸더라도 도금의 품질이 좋은 곳을 선택합니다.
특히나 가죽은 오래되어서 스크래치가 있는 것이 멋스러울 수 있지만, 부자재는 도금이 벗겨졌다면 보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교체도 용이하지 않기 때문에 신경을 써 주시면 좋겠습니다.
제가 자주 가는 매장에 이번에 확장까지 하셨네요.
축하드립니다.
부자재는 일본도 일본 내의 황동 주물 제작 금속 부자재가 유명하고 좋은 것이 있습니다.
다음에 기회 되면 한번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실과 약품도 중요하죠.
잘 사용하면 멋진 포인트를 만들 수가 있는데요.
가죽의 색상이 다소 한정적일 수 있어서 이렇게 실과 약품으로 컬러감을 살릴 수가 있겠습니다.
실은 천연 실과 합성실로 나눌 수 있고요.
천연실은 대표주자가 린넨으로 만든 실이 있겠습니다.
스티칭 전 왁싱을 해야 한다던지, 스티칭 결과물이 약간 울퉁불퉁하기는 하지만, 천연의 자연스럽고 은은한 컬러감은 합성실이 절대 따라올 수 없죠.
그런데 가격은 좀 사악합니다.
합성실은 폴리에스테르가 대표주자인데요.
폴리에스테르는 원래, 미싱에 사용하기 적합하게 만들었지만, 합성실에 본드를 먹인 실의 경우는, 특히 우리나라 같은 경우 핸드스티칭 작업에 실 꼬임이 적고 작업성이 우수해서 많이들 사용하십니다.
저도 핸드스티칭은 이 실만을 사용하는데요. 다른 실 사용해 보면 왜 이 실만을 고집하는지 아실 겁니다.
일본 합성 본드실의 경우는 8호를 많이 사용하시는데요.
좀 더 세밀한 스티칭을 원하신다면 20호 사용을 권해 드립니다.
실은 두께에 맞춰서 바늘을 선택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합성실은 일본뿐 아니라 독일 도 유명한데요.
미싱에 사용하는 실로 저는 독일 걸 사용합니다.
이 역시 사용해 보면 왜 이 실을 고집하는지 아시겠습니다.
도구에 대해서는 이전에 연재되어 있는 것을 한번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저는 금번에 쓰레드잡이라는 실 끊는 도구를 하나 구입했습니다.
몇 년 전부터 구입하고 싶었던 건데 이번에 들어왔네요.
참, 이 매장도 이번에 확장을 하셨습니다.
건승하시고, 앞으로도 가죽 공예인분들께 좋은 제품 공급 부탁드립니다.
마지막으로 피할 집을 가 보겠습니다.
피할의 중요성과 방법 역시 두말하면 잔소리고, 매거진에도 연재가 되어 있으니 한번 보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팁으로 피할 집에서도 작게나마 가죽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브랜드 회사 등에서 사용하고 남은 재고를 판매하고 계시는데요.
잘 찾아보시면 정말 싸고 좋은 품질의 가죽을 득템 하실 수 있겠습니다.
꼭 한번 확인해 보세요.
이탈리아에서도 가죽 전문 매장보다는, 이렇게 재고의 가죽만을 작게 판매하는 곳이 있었는데요.
정말 보석 같은 가죽이 싼 가격으로 판매가 되었습니다.
한 가지는, 더 구입을 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것이 안타까웠고요.
어떤 가죽이 좋은 가죽인지, 처음에는 잘 모를 수 있습니다.
이건 마치 어떤 와인이 좋은지, 어떤 치즈가 고급인지를 처음에는 잘 모를 수 있는 거랑 같겠습니다만,
어느 순간 말로는 표현하기 힘든 무언가를 느낄 수가 있고요.
첫눈에 반하였다는 표현을 하실 만큼 바로 직관적으로 좋은 품질의 가죽임을 알 수 있겠습니다.
그럴 경우에는 기둥뿌리가 뽑히더라도 구입을 하고 싶죠. 왜냐면, 다음에 또 그 가죽을 만나리라는 약속이 없으니까요.
피할은 구입하신 가죽의 물성과 원하는 작품의 성격에 따라서 다양하게 하실 수 있지만요.
처음이시라면 매직넘버(?) 같이, 소품은 0.7T, 가방은 1.5T식으로 해서 피할을 하시면 되겠습니다.
이제 투어를 마치고 커피를 한잔 하러 왔습니다.
아무래도 저희는 가죽 공예인이니, 이렇게 커피뿐 아니라 공예 용품을 같이 파는 카페에서 한잔 때리는 것이 더 의미있겠죠?
여기 카페는 구입했던 가죽을 편하게 놓을 수 있을 만큼 테이블이 넓고 편해서 신설동 오면 애용하는 편입니다.
끝으로 초보 분이시라면 비교의 차원에서라도 인조 가죽을 전문적으로 파는 곳도 방문해 보시길 권합니다.
그래서 천연은 이런 느낌이고, 인조는 이런 점이 있구나는 것을 한번 체험해 보세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하세요.
ps. 혹시나 글에 오류가 있거나, 공개를 원치 않으신다면, 연락 주시면 바로 수정하겠습니다.